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sol Nov 02. 2023

만화를 활용한 장소의 재탄생

인기 만화 「사자에상(サザエさん)」과 「니시진중심상점가(西新中心商店街)」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공부에 관련된 책 보다 만화책을 늘 끼고 살았다. 일본 만화 캔디 캔디는 나의 만화사랑에 기폭제가 되면서 공부는 뒷전이 되고 틈만 나면 만화 책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순정만화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르사유의 장미」와  「올훼스의 창은 세계사에 눈곱만 치도 관심이 없던 나에게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아직까지도 나에게 유럽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한 대작이었다.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어판 만화를 구해서 원작의 묘미를 느끼게 되었고, 어쩌면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절실하게 공부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만화에서 표현하는 의성어나 의태어는 언어의 어휘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순정만화는 아니지만 후쿠오카에서 살게 되면서 매주 일요일에 빠지지 않고 보는 TV 만화가 있다. 일본의 정통적인 가정 이야기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이라는 코믹 만화이다.

 일요일 저녁 6시가 되면 말괄량이 초등학교 학생인 「찌비 마루코짱(ちびまる子ちゃん)」이라는 만화가 끝나고 바로 이어서 6시 30분에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이 방영된다. 

 

 이층 창문을 여니까 (二階の窓を 開けたらね)

 아침 햇살이 들어온다 (朝の光が 差しこんだ)

 너무 멋진, 너무나도 멋진 일요일(とても素敵なとても素敵な 日曜日)

 

 밝고 즐거운 템포의 주제곡이 나오면 얼른 자리에 앉아서 본방 사수 자세를 취한다.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의 가족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은 일본의 만화가 하세가와 마찌코(長谷川町子) 씨의 만화 작품으로서, 작가가 후쿠오카 모모치(福岡百道)의 해변을 산책하며 등장인물을 고안하여 1946년 4월 22일 후쿠오카의 지방 신문인 「석간 후쿠니치(夕刊 フクニチ)」에 네 컷 만화로 연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만화 제목은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의 주인공 「후구타 사자에'(フグタサザエ)」의 이름에서 착안하여 지어졌으며, 원작 만화는 하카타(博多)에 거주하는 보통 일가의 딸 사자에(サザエ)의 엉뚱하지만 유쾌한 '일상다반사'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 만화는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의 국민적인 만화 작품으로 손꼽히며,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1969년 후지 TV를 통해 방송된 지 50년이 넘은 초 장수 작품이다 [1].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의 50년 역사 홍보 홈페이지


 특이한 것은 등장인물이 시대의 변화와 세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령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독립 에피소드로 구성된 형식의 만화로, 당시 일본의 사회적 배경과 일반 가정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을 스토리로 구성한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의 성과 이름은 대부분 바다와 해산물과 관련된 이름으로 붙여진 것이 독특한 콘셉트이며, 정감이 넘치는 가족애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 등장인물의 소개[2]


 1. 사자에(サザエ)

 본 만화의 주인공으로 24세의 여성이다. 이소노(磯野) 가족의 장녀로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으로 되어있다. 「사자에」는 우리나라 말로 해산물의 「소라」라는 뜻이다. 본명은 「후구타 사자에(フグ田サザエ)」로 결혼 후의 성이며, 남편 후구타 마스오(フグ田鱒雄)와 결혼했다. 「후구」는 우리나라 말로 「복어」이고 결혼 전 성(姓)인 「이소노」는 「바닷가」라는 의미를 가진다.


 2. 가쓰오(カツオ)

 「가쓰오」는 사자에의 남동생으로 초등학교 5학년 생이다. 「가쓰오」는 우리나라 말로 「가다랑어」를 의미한다. 항상 문제를 일으켜 가족들을 놀라게 하는 개구쟁이 캐릭터이다.


 3. 와카메(わかめ)

 사자에의 여동생으로 초등학교 1학년 생이다. 「와카메」는 「미역」을 뜻한다. 천진난만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오빠 가쓰오의 놀림을 받으며 가족들의 위로와 사랑을 받는 캐릭터이다. 


 4. 나미헤이(波平)

 사자에의 아버지로 54세의 비즈니스맨이다. 「나미헤이」는 「평온한 파도」를 뜻한다. 


 5. 후네(船)

 사자에의 엄마이며 평범한 주부이다. 「후네」는 「배」를 뜻한다. 가족들을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며 남편의 이름인 「나미헤이(평온한 파도)」대로 큰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순풍에 돛을 달고 역경 없이 잔잔한 파도에 평온한 인생의 항해를 한다는 의미로 「후네」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일상다반사의 유쾌한 말썽을 일으키는 해산물 이름을 가진 가족들을 사랑으로 담아내는 의미로서의 후네(배)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6. 마스오(鱒雄)

 사자에의 남편이며 오사카 출신의 샐러리맨으로 처갓집 신세를 지는 모범적이며 착한 인물이다. 마스오의 「마스」는 「송어」를 뜻한다. 


 이 밖의 등장인물로 사자에의 아들은 「타라오(タラ男)」, 사촌인 「노리스케(のリスケ)」, 노리스케의 아내인 「다이코(タイ子)」, 이들 부부의 아들인 「이쿠라(イクラ)」등이 출연한다. 타라오의 타라는 「대구」, 노리스케의 노리는 「김」, 다이코의 다이는 「도미」, 이쿠라는 「연어알」을 의미한다. 


이상의 만화 「사자에상」에 출현하는 등장인물의 해산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름을 소개하였다.


인기 만화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의 등장인물


 만화 「사자에상」은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황폐함과 개인주의 팽배 현상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따뜻한 가족애를 강조하는 스토리의 가족 드라마이다. 그러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 국민이 5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지켜보는 장수 만화로 지속되어오고 있다. 이 만화가 탄생된 후쿠오카의 모모치(百道) 해변가 지역의 주민들은 국민 만화로 인기를 이끌어 온 「사자에상」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탄생했다는 것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작가인 하세가와 마치코 씨가 이 지역에 살고 있었을 때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닷가였는데, 현재는 매립하여 해변 산책로인 「시사이드 모모찌 카이하마(Seaside Momochi 海浜) 공원」과 「후쿠오카 타워」 등의 건축으로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후쿠오카의 랜드마크적 건축물인 「후쿠오카 타워」는 해마다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모모찌 지역의 오래된 재래 상점가인 「니시진  중심 상점가(西新中心商店街)」는 주변 지역이 신도시 계획으로 인하여 새로운 현대식 쇼핑몰과 호텔, 고급 상점가 등이 건축되면서 점차 쇠퇴되기 시작하였는데,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하여 「사자에상」의 발군지라는 특장점을 활용하여 「사자에상 도오리(サザエさん通り)」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2년 5월 27일, 「사자에상(サザエさん)」이 탄생한 것을 기념하여 후쿠오카 타워가 보이는 「시사이드 모모찌 카이하마 공원」에서부터 니시진 상점가까지 약 1.6km의 도로를 연계시켜 「니시진 중심 상점가(西新中心商店街)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자에상 도오리(サザエさん通り)」가 조성되었다. 


 사자에상 도오리를 따라 「이소노광장(磯野広場)」이 있고, 사자에상이 탄생했다는 지역이라는 것을 일리기 위한 기념비가 설치되어 있다.


 광장 곳곳에 주인공의 다양한 얼굴 표정을 표현한 안내 사인이 설치되어 있어서 동선을 따라 니시진 중심 상점가까지 색다른 감상을 하면서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소노광장(磯野広場)」의 「사자에상(サザエさん)」 발안의 장소라는 안내 간판


 고령화 현상과 젊은 층 인구의 대도시 집중화로 일본의 여러 지역은 니시진 상점가와 같은 주택가 재래 상점가의 위기를 가져오게 되었고 이로 인한 지역 경제의 쇠퇴는 나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자에상 도오리」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공공디자인으로서 지역의 상징성과 지표성, 실용적인 공공성의 기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자에상 도오리(サザエさん通り)」는 도심공간에 조성된 공공디자인으로서 지역의 랜드마크적 기능으로 도시공간의 상징적 의미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만화의 스토리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의 기법으로 재미와 유쾌한 경험을 제공하여 공공디자인으로서 유희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 상권까지 통행 동선을 확장하여 이용자의 접근성을 확보하게 되므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실용성과 공공성의 기능을 갖는 「지역 커뮤니케이션형 공공 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라는 인문적 자원을 활용한 '장소의 재탄생'으로 슬럼화되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참조:사자에상 50년의 역사 홈페이지, http://www.sazaesan.jp/history.html

[2] 참조:후지 TV 사자에상 공식 홈페이지, https://www.fujitv.co.jp/sazaesan/character.html




이전 07화 하카타(博多)와 텐진(天神)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