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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쌤 Jun 20. 2024

별쌤의 명화 처방전 12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면... 수잔 발라동의 <자화상>


"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


-수잔 발라동


자화상(1898년)


대담한 선, 강렬한 색,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얼굴…

당당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겁 없어 보이는 눈동자와 표정에서 자신감이 느껴지시나요?


비로소 그녀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찾은 것 같습니다!


위 그림을 그린 화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그녀의 본명은 마리 클레멘타인 발라동입니다. 그녀는 1865년 9월 23일 프랑스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세탁부로 남의 집 빨래를 해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고,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딸을 돌보기는커녕 술만 마셨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엄마의 사생아!

태어나자마자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그녀 앞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난으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엄마를 도와 일을 해야 했습니다.그런 삶은 힘들고 지루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커스 공연을 보며 그녀도 꿈을 가지게 됩니다.


공중을 이리저리 멋지게 날아다니고, 화려한 불쇼를 하는 서커스 곡예사들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관람객들도 그들을 향해 환호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녀도 사람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는 서커스 곡예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곡예사가 되는 일은 결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어려운 훈련을 기꺼이 해냈습니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15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서커스의 주인공이 되어 공중 곡예를 하던 중 추락하여 큰 부상을 당하고 맙니다.


어린 소녀에게 운명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좌절하여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발라동은 화가들의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클레리아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녀도 화가들의 모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몽마르트르의 뮤즈로 화가들의 모델 생활을 하며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로트렉을 통해 그림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인정받게 되며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접어듭니다.


특히, 로트렉이 자신을 모델로 그린 <숙취>라는 그림을 통해 비로소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받아들여짐을 느끼고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아름답지 않은 그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의 예술관을 배우게 되고 로트렉에게 사랑의 감정도 느낍니다. 그리고 로트렉에게 청혼까지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하지만 로트렉은 예술가로서 발라동을 여전히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수잔 발라동이라는 이름도 로트렉이 지어주었습니다.


이렇게 화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발라동은 1894년, 프랑스 국립예술학회 전시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드로잉 다섯 점을 걸게 되었고, 이를 본 화가 드가는 발라동의 작품을 보고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이제 수잔도 우리 중 하나가 되었군. "


그 후로도 그녀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 사랑을 하며 살았고, 1938년 파리에서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비록 수잔 발라동이 태어날 때는 옆에 어머니 한 분 밖에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여러 동료 예술가들과 친구들이 함께해 주었습니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수잔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로트렉의 꽃이 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로트렉의 꽃이 되진 못했지만 한 명의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빛나는 <꽃>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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