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멍하고 싶은 날엔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비 그림들>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가족들과 휴양림에 왔는데 창밖엔 안개로 앞산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합니다.
비멍하기 좋은 날입니다.
테라스에 부딪히는 빗소리까지...
완벽한 우일(雨日)입니다!
휴양림에서 브런치스토리를 쓰는 거냐고요? 네, 맞습니다. ㅎㅎ
치맥 한 잔이 끝나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카유보트의 비 그림들이 떠올라 딸이 가져온 맥북을 펼쳤습니다. 처음이라 사용이 서툴지만 딸의 도움으로 별샘의 명화 처방전 13 스토리 시작합니다.
카유보트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 <오르막길>, <낮잠>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이네요.
사실 카유보트의 비 그림은 <비 오는 날 파리 거리>가 가장 유명하지만 저는 위 작품 <예르강에 내리는 비>를 더 좋아합니다. 파리 거리도 너무 좋지만 위 그림은 좀 더 서정적인 느낌이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늘 풍경과도 닮은 듯하고요...
위쪽으로 보이는 흐린 하늘과 나무색이 어쩌면 초여름 딱 이맘때 같기도 합니다.
아래 예르강에 반영된 나무와 하늘, 그리고 내리는 비의 흔적들...
작가라면 저 물빛 풍경을 보고 붓을 들지 않을 수 없겠지요?
위 그림에서 카유보트는 비 오는 날 파리 거리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느낌을 완벽하게 구사했습니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감과 완벽한 구도로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사실 1800년대 중반까지 파리는 급격한 도시화와 공업화로 우리가 떠올리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인구는 급증해 도시는 포화 상태였고, 상하수도망이 없어 위생과 편의는 엉망이었지요. 그로 인해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비 오는 날이면 빗물과 오물이 뒤섞여 도시는 악취로 가득 찼을 정도였습니다. 그로 인해 도시 재정비 사업이 시작되었고, 파리 시가지는 새롭게 탄생합니다.
카유보트의 그림은 바로 그런 파리의 새로운 시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리 북쪽 생라자르 역 근처 더블린 광장에서 멋스럽게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뒷 배경으로 보이는 원근감이 잘 표현된 건물과 이리저리 우산을 쓰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도시의 활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소개는 별쌤의 그림처방전 02에 있어서 생략합니다.
그럼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