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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이벤트

영화관

by Shu Jul 31. 2024

이번에 우리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에 가기로 했다.

소금처럼 짠돌이인 우리 학교에서 웬일로 이런 것에 돈을 쓴 걸까?

하며 마냥 좋아하던 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 한 체..


먼저 우리는 자리를 배치했다.

이번에도 양심 없게 나민이 녀석이 우리 사이를 방해하려 했지만 그래도 조금의 양심은 남았는지 비켜주었다.


희지와 함께 영화관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팝콘을 사려 줄 서 있었다.

그 줄에 지유와 유민이도 있었다.

둘은 진희와 희지를 통해 만난 좋은 아이들이다.


지유는 큰 몸집에 까무잡잡한 피부.. 작은 눈에 부스스한 긴 머리를 갖고 있는 아이이고, 유민이는 깊은 쌍꺼풀에 양쪽으로 갈라져있는 긴 머리를 하고 있는 몸이 마른 아이였다.


둘은 그림 그리기와 애니메이션 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나와 희지는 친구들을 따라 줄에 서 보았지만 줄은 줄어들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영화관은 약 200명의 아이들로 꽉 찼고, 매우 북적거렸다.


희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좀 더운 것 같다며 손으로 부채질까지 해가며 헥헥거렸다.

난 그런 희지를 보고 별것 아니겠거니 하며 물을 건넸다.

희지는 그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입가를 닦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니 희지가 쓰러져 있었다.

나와 나민이는 어쩔 줄 몰라 희지를 깨워봤다.

다행히 희지는 30초 내로 눈을 떠 일어났다.


민이는 줄을 벗어나 선생님을 불러오겠다며 나섰다.

난 그 사이에 희지를 보살폈다.

희지의 상태는 매우 안 좋았다.

땀을 뻘뻘 흘리고, 눈을 깜빡였다.

난 아슬아슬한 희지의 상태를 보며 가슴 졸였다.

그것도 잠시 희지는 또다시 뒤로 쓰러졌다.


다행히 내가 머리를 받치고, 등은 두꺼운 책가방이 보호해 줘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희지는 곧 다시 일어나 숨을 헐떡였다.


아이들을 비집고 태연 선생님이 나타났다.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희지를 부축해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희지를 데려갔다.

알고 보니 희지는 저혈당이라 기절을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희지는 아버지를 통해 조퇴했고..

이것은 우리 학교의 또 하나의 일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와 민지, 여정이와 나민이는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난잡했다.

아이들이 단체로 학교로 도보하느라 길은 꽉 막혀 신호등 대기 중이던 차들은 신호가 바 뛰었음에도 앞으로 가지 못했고 사람들은 많은 인원에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날씨가 우중충해 중간중간 비도 내렸다.


학교에서 영화관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혼돈 그 자체였다.

학교로 돌아온 직후 우리는 다시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모두가 이런 학교에 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곧 있을 공연에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학교는 매년 이런 축제와 공연들을 준비해 놓았다.


-


오늘 본 뮤지컬은 살면서 봐왔던 뮤지컬 중에 제일로 최악이었다.

인원은 부족해서 일인 다역이고...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었다.


하지만 공연은 꽤 봐줄만했다.

아마 밴드부와 댄스부등의 공연인 것 같았다.

들어보니 서진이도 1학년 때는 댄스 부였다고 한다.

물론 제 친구의 언니였던 댄스부 주장 언니가 그냥 넣어준 것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엔 서진이는 충분히 춤에 재능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니었나 보다.


내가 밴드부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미린'이라는 여자 기타리스트와 '지훈'이라는 남자 기타리스트뿐이었다.


미린이는 나와 전화번호까지 나눴었다.

내 친구 '서연' 이미린이 와 친했다.

미린이는 친절했고 예뻤다.

키도 나보다 몇십 센티는 더 컸다.


그리고 또 지훈이라는 아이는...

솔직히 난 이 아이를 잘 몰랐다.

그냥 이름만 좀 들어봤을 뿐이었다.

1학년때 민지가 지훈에 대해서 말하길래 그냥 들어준 것이 끝이었다.


난 지훈과 같은 반이 된 적도 없었고, 동아리에서나 학교에서 나도 마주친 적 한번 없었다.

내가 지훈을 보는 곳은 오직 학교 체육관 무대 위에서 밖에 없었다.


난 지훈이 조금... 아니 많이 부러웠다.

저렇게 당당히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것과...

당연케도 많은 친구들.. 수많은 선배들....

그 잘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에게 보이는 저 무대 위에서라는 것이...


모든 것은 저런 주인공 위주로 돌아가는 것일 텐데..

주인공과도 마주친 적 없는 난 얼마나 찌꺼기인 건가..

아니면 이 세상과 마주한 적도 없는 지나가는 사람 1일뿐인 것인가...


하지만 곧 난 주인공과 마주치게 된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관계로..


그렇게 공연이 끝났다.

저 파란 조명에 비쳤던 그 아이들이 하나둘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린 다시 삶으로 돌아갔다.


펜이나 쥐어 잡고 끄적이는 그런 삶 말이다.

의자에 엉덩이나 딱 붙이고 밤새도록 뭔가를 머릿속에 쳐 넣는 그런 삶...


그런 삶이 차라리 내게 어울렸다.

비극도 희극도 아닌,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내게 어울렸다.


저 멀리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은 나와 같지 않다.

훨씬 더 빛나는 삶을 살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난 오늘도 학원에 간다.

가는 길이 가까운데도 어쩐지 느릿느릿 걸어간다.

아주 기어가는 듯하다.


왜인지 오늘은 학원에 가기 싫었다.

귀찮은 걸까...?

난 내 마음도 잘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학원에 갔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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