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민이가 서진이와 붙어다니더니 둘이 친해져 버린것이였다.
둘은 항상 붙어다녔고 주로 서진이가 우리 반으로 찾아왔다.
난 앞반에 있는 서진이가 굳이 뒷반까지 찾아오는 것을 보고 왜 저런 수고를 하는 것인가 싶었다.
서진이는 매일매일 한 교시도 빠짐없이 나민이를 보러왔다.
쉬는시간에도 항상 나민이와 대화했다.
난 서진이가 나민이를 좋아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서진이는 나민이에 대해서 딱히 아는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민이를 매우 좋아하는 듯했다.
내가 듣기로는 서진이는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아이였다.
서진이는 나와는 다른 초등학교에 다녔었고, 그때 사귀었던 친구들은 전부 다른 중학교에 간것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지금 다니는 중학교는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기에 전부 그곳에서 올라온 학생들 뿐이였다.
그래서 서진이는 친구를 사귀려 더 노력했다.
하지만 서진이의 순한 성격과 적은 경험은 다른 아이들에게 무시 당할만한 특징였나 보다.
그래서 서진이는 나민이와 함께 다니면서 무시를 당했다.
그럼에도 서진이는 나민이를 떠나지 않았다.
민지도 나민이가 서진이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나보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했다.
나민이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으면 잽싸게 껴서 자신이 주목받으려 노력했다.
아마 자신이 다시 우리 이야기의 중심이 되려는 것이겠지..
난 그런 나민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바닥에 드러눕기나 성적인 말장난, 물을 뿜기등의 쇼를 하는 나민이는 불쌍함의 수준을 넘어 안타까워 보였다.
난 그런 나민이를 두고 교실에서 여정이와 민지하고 대화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한 남자애도 우리와 친해졌다.
아마 여정이와 1학년때 같은 반이였던 것 같다.
희지와도 꽤 친해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 남자애와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쳤다.
다행히 친절하게 잘 받아줬고 난 그렇게 석준이와 친해졌다.
석준이도 성격만큼은 꽤 괜찮은 아이였다.
여자애들과 장난칠때에는 힘도 조절하고 때리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함부로 입을 놀려 욕을하거나 비꼬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분홍색 두피와 흥건하게 땀이 나 있는 손은 어쩐지 질 나쁜 아이들에게 먹잇감이 되도록 만들었나보다.
한 남자애가 석준이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가 시작했던 것이다.
다른 질 나쁜 아이들과 같이 축구를 좋아하고 운동이나 해대는 아이였다.
"너 이름 겁나 특이하네, 석준이가 아니라 준석이 아니야?"
그럴때마다 항상 석준이는 의자를 들고 그 남자애를 위협했다.
그 남자애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장난스레 웃으며 도망쳤다.
다행히 남자애는 단순 장난을 친것이였고 이후에 별 감흥이 없자 바로 그만 두었다.
난 항상 민지와 여정이를 석준이와 엮는 것을 좋아했다.
그럴때마다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난 행복했다.
물론 고민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행복했다.
그 어느때보다 즐거웠고 그 어느때보다 밝았다.
1학년때의 내 성격은 날카로웠다.
그냥 강한듯한 인상을 주고 싶었던건지... 나민이 때문에 스트레스르르 받았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순간 부터 날카로워 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성격은 점점더 착해졌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곧 내 성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어느날이였다.
민지가 나에게 헐레벌떡 달려왔다.
난 민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민지의 모습만 보면 내일 당장이라도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 같았다.
"아니 글쎄... 너 서현택이라고 알아?"
'서현택' 그는 6학년때 나와 같은 반이였다.
바로 내 옆자리였던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에게 맨날 무엇을 그리는지 물어봤다.
난 부담스럼게 맨날 얼굴을 들이대는 그에게 저리가라며 거부를 표한 뒤 혼자 다녔다.
나에게 그는 비호감적인 아이였다.
서진이 덕에 더욱 그랬다.
서진이는 종종 그에 대한 말을 했다.
서현택, 그는 아마 옛날에 서진이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이미 전교에 소문이 무성하다고 한다.
그래서 서진이는 서현택을 완전히 싫어하고 거의 혐오하는 수준이였다.
게다가 서현택은 한 여자애의 몸을 만졌다는 이상한 소문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서진이와 난 서현택이라는 아이를 싫어했다.
"알긴 아는데... 서현택이 왜?"
"아니.. 요즘에 진희한테 서현택이 접근하고 있는 것 알아?"
난 엄청나게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진희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서현택은 소문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기있을 만한 모습이 아니였다.
365일 똑같은 백수 운동복만 입는 것은 물론..
맨날 물과 땀, 침에 젖은 마스크를 쓰고 있고, 뛰지도 않았는데 항상 숨을 거칠게 쉬었다.
게다가 덩치는 또 얼마나 큰지...
심지어는 거북목도 아주 심해 거의 엎드리고 다니는 수준이였다.
그런 애가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진희에게 다가가 꼬리나 치고 있다니... 정말 혐오스러웠다.
얼마후..
난 진희를 마주쳤다.
그리고 그 옆에는 현택이 있었다.
현택은 또 진희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난 그 모습에 경악했다.
그리고서는 진희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 아하하... 진희야 여기서 뭐하고 있어?"
"아, 얘가..."
난 진희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진희를 끌고갔다.
뒤를 보니 현택은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진희와 나를 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난 또 길을 막아서면 어떡하나 조금 고민했었다.
그렇게 이제 사건이 마무리 되는듯 싶었는데..
얼마 후...
진희에게 들이대는 또 다른 남자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