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난 내 손을 바라봤다.
가위 모양으로 만들어 낸 내 손을...
다들 주먹이다.
나만 가위고..
난 홀로 떨어질 알수도 없는 동아리가 대체 어디일지 고개들어 칠판을 향했다.
안타깝게도 나의 운은 안좋아도 너무 안좋았다.
이런...
하필이면 댄스 동아리였다.
게다가 스포츠 댄스였다.
저 밑 괄호 안에 들어있는 글자는 나를 더 경악하게 만들었다.
삼바라고?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지 난 머리를 굴려봤다.
어떻게 생각해 봐도 '삼바' 라고 한다면 브라질의 그 춤이 생각났다.
맞다, 거의 완전 발게 벗고 온몸을 흔들어대는 그것..
불행중 다행인 것인 내 친구 민지가 함께 스포츠 댄스 동아리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지 또한 가위바위보에서 혼자 지고 말았다.
난 천장에 달려있는 티비에 나와 민지의 이름이 적히는 것을 보고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진작에 아무곳이나 들어가 자리를 차지할 걸 그랬나보다.
난 책상에 머리를 갖다대고 엎어졌다.
옆을 보니 민지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아보였다.
금요일마다 나갈 댄스 스포츠 동아리에 두려워져 차라리 꾀병을 부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 민지가 동아리에 홀로 나가야했기에 그냥 당당히 나가보기로 했다.
생각 외로 댄스 스포츠 연습실은 작정하고 연습하자고 만들어 놓은 교실 같지 않았다.
난 의외인 모습에 안심하며 가슴한곳을 쓸어내렸다.
민지와 플라스틱 의자에 나란히 앉아 대화나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민지가 바이러스에 걸려버린 것이다.
바이러스의 격리기간은 무려 일주일 이상이였다.
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럼 일주일 동안을 나혼자 계속 다녀야했다.
금요일은 나에게 천국이였는데..
이제는 금요일이 오지 않기를 빌고 빌것 같았다.
난 어떻게든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 항상 앉는 여자애를 노리기로 했다.
양 옆으로 갈라진 긴 옆머리에 새초롬한 눈매, 멍한 눈빛이 특징인 아이였다.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는것을 보니 이 아이도 나와 같나보다.
그래서 난 이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누군가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는 참 어려웠다.
그래도 이대로 가다보면 학교 창문밖으로 나 스스로의 몸을 떨어트릴것 같았기에 다가가 천천히 말을 붙였다.
그 아이는 내 인사를 잘 받아줬다.
당황한듯 하면서도 기뻐보이는 그 아이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참 귀여운 아이였다.
이름은 서진이라고 한다.
하지만 방금 말을 건것이기에 난 이 아이의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난 이 아이와 깊게 친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난 곁눈질로 그 아이의 옆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나보다 잘나가보이는 모습에 옆에 있는 안경을 쓴 남자애와도 잘 지내는 모습이다.
난 그 모습에 턱을 괴고 앞만 쳐다봤다.
연습하는 텅 빈 공간 바로 옆에 의자가 여럿 놓여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앞에 바로 다른 애들이 춤추는 것이 보였다.
-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민지는 기침을 하며 학교에 돌아왔고 모든것은 처음과 같아졌다.
난 서진이 보다는 민지와 더 많이 대화했다.
서진이와도 중간중간 조금씩은 대화했지만 난 왜인지 더 익숙한 민지와 대화하기를 선호했다.
덕분에 옆에서 줄곧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어색해서인지 무시하게 되었다.
속으로는 나도 너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그 아이는 새로 사귄 친구에 들떴을지도... 설렜을지도 모르는데...
난 바보였다.
그렇게 1학년이 지나갔다.
방학이다~ 하고 좋아했지만 막상 집에서만 뒹굴거리는 중이다.
난 완전한 집순이였다.
집과 결혼할 정도로 집만 좋아했다.
이건 나만 그런것이 아니였다.
민지도... 진희도 집을 엄청나게 좋아해 떨어지지 않으려할 정도였다.
둘도 나만큼 엄청난 집순이였다.
그렇게 평화롭고도 지루한 방학이 끝나고...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물론 민지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런데....
2학년때 갑자기 학교에 나온 나민이와도 같은 반이 되어버렸다.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는 나민이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나민이는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날 모른체했다.
나 또한 나민이를 못본체 했다.
나민이는 나를 무시 하고는 민지에게 다가갔다.
민지는 다른 아이와 함께 있었다.
아마 나보다 더 오래 알고지낸 친구 같았다.
동글한 몸에 동그란 안경을쓴, 전체적으로 그냥 동글동글한 아이였다.
난 그 아이와 아예 모르는 사이였다.
안면식도 전혀 없었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었다.
민지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갔다.
나민이도 그 둘을 따라다니느라 바쁜 모양이다.
민지는 아마 친구를 나민이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 한 모양인데... 아마 나민이의 과거 때문에 자신도 나민이와 같이 다니는 것에 해가 되니 그런것이겠지..
친구와 나민이가 함께 있다보면 친구도 나민이에게 해를 입을지 몰랐다.
나민이는 그런 해충같은 존재였다.
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로 했다.
민지는 좋은 아이였다.
착하고 다정했지만 이제 민지는 내 친구가 아니라 생각했다.
민지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첫교시를 노렸다.
체육시간, 운이 좋다.
탁구 시간이였다.
탁구는 혼자서는 하지 못하는 스포츠 였다.
난 나처럼 외로운 아이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아주 가까운 곳에 혼자 있는 여자애를 발견했다.
난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등까지 곧게 뻗은 반곱슬 머리에 올라간 눈꼬리, 왼쪽 눈 아래 눈물점이 특징인 아이였다.
꽤나 얌전해 보이는 모습이다.
내 예상과 살짝 달랐지만...
첫 대화 이후 그 아이는 탁구채 두개를 양손에 들고 나와 대전했다.
난 조금 당황했지만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희지였다.
그렇게 난 당일에 바로 희지와 친해졌다.
희지는 나에게 다른 친구들을 소개시켜줬고..
난 그렇게 10명이 넘는 친구를 한꺼번에 다 사귀게 되었다.
희지가 나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줄때는 정말 웃겼다.
마치 자신의 가족들을 나에게 소개시켜주는 작은 쥐 같았다.
난 많은 친구를 사귀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을 본 나민이는 은근슬쩍 다시 나에게 달라붙었다.
" 아잉, 지윤아 우리 친하잖아~"
난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
나민이는 내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재서야 민지와 민지의 친구도 내 쪽으로 왔다.
"그럴줄 알았다.. 나민이가 너한테도 그럴까봐 네 쪽으로 안간건데.."
민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민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난 다시 민지를 내 친구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저 멀리서 익숙한 모습의 누군가가 걸어왔다.
서진이였다.
난 빠르게 서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장난스레 연인처럼 굴었다.
팔짱을 끼고는 "자기야" 라며 애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진이는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나민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였다.
서진이와 한껏 친한척을 하고는 함께 몇십초 동안 걸었다.
덕분에 난 서진이와 더 친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민지의 친구와 친해질 차례였다.
순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민지의 친구는 매우 차갑고 딱딱한 아이였다.
그 동그란 눈으로 나를 째려보는 느낌에 소름이 돋아 절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난 기필코 아 아이와 친해질 것이다.
그래서 난 그 아이의 책상에 내 손을 쾅 하고 내려치고서는 오늘 너와 꼭 친해질 것이라며 선언해버렸다.
그 아이는 로봇마냥 당황하지도 않고 알아서 하라면서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펼쳤다.
나에게는 관심이 아예 없는 모습에 앞날이 얼마나 힘들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래도 끈질기게 들이댄 결과..
난 그 아이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여정이였다.
이름 만큼이나 사람을 긴 여정 하게 만드는 녀석이였다.
그래도 애 자체는 좋았다.
은근히 잘해주는 츤데레 같은 모습도 보여줬다.
난 그런 여정이를 참 좋아했다.
그런데... 이런 행복도 잠시..
곤란한 일이 생겼다.
원래라면 짝수로 짝을 지어야 할때, 희지와 나, 여정이,민지로 쉽게 짝을 지을 수 있는데...
나민이가 자꾸 끼어들어 이를 해방놓았다.
민지와 여정이는 항상 같은 모둠, 짝이 되기에 문제는 나와 희지 사이에서 발생했다.
희지는 나민이가 들이대면 어쩔줄 모르고 자기 주장도 흐렸다.
그래서 항상 혼자가 되는 것은 나였다....
우리는 나민이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민이에게도 몇번이나 경고했다.
하지만 나민이는 우리에게 각종 성추행과 욕설을 하면서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