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기가 오늘따라 더 매섭다.
처음 본 학교의 모습은 내 기대를 떨어트렸다.
U시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이곳 P시의 학교는 매우 허름해 보였고, 또 너무 작은 운동장에 내 혀를 차게 만들었다.
이 동네에 놀만 한 것은 겨우 영화관 한 채와 각종 식당뿐이었다.
난 이곳이 마냥 신기했다.
처음 와보는 곳이기도 하고...
난 난생 U시의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S시에 사는 이모 빼고는 외가의 가족들 또한 모두 U시에 완벽히 자리 잡고 살고 있었기에 더욱더 난 U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 본 우리의 집은 매우 넓었다.
전에 살던 빌라와는 달랐다.
"왜 이사 온 거예요?"
내가 엄마한테 물었다.
그냥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난 이곳이 맘에 들지도 싫지도 않았다.
"어유~ 집 값이 많이 올랐어"
어린 난 그 말에 수긍하면서도 충격에 한동안은 말이 없었다.
이사 오기 전...
엄마는 나에게 아무 말 없었다.
그냥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작스레 나에게 이사 갈 마음이 있냐고 물은 것뿐이었다.
난 그런 엄마의 말이 의심스러우면서도 별생각 없이 그 말에 답해줬다.
내가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내 입을 강제로 열든가 화를 내서라도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내려 할 엄마였기에 난 입을 열었다.
마침 이 학교에서 가장 친하던 친구가 전학을 간 김에 나도 그냥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이곧대로 엄마에게 그 말을 해줬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하...."
난 거실 바닥에 누워 한참 동안 하얀 천장을 바라봤다.
내 머리 위에는 노란 바닥의 베란다가 있었고, 그 너머로 푸릇푸릇한 나무가 몇 보였다.
이 단지 내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난 여기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고...
난 부스스한 머리를 털어내고 일어났다.
이런 상황이라도 반가운 손님은 정말 좋은 법이다.
멀리서 온 친구라든가, 한동안은 못 봤던 가족이라든가...
설령 그게 내 원수여도 좋았다.
그렇게 나온 사람은 바로 미대에 들어간 친척 언니였다.
사촌동생은 찾아오지 않은 건가 싶었다.
언니는 예전과 달랐다.
많이 바뀌었다.
달마다 바뀌는 그 끈질긴 탈색 머리는 여전하지만...
하지만 어째선지 전보다 피곤해 보이고 나와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쩐지 씁쓸했다.
모두가 바뀌고 나 또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바보 같긴...
이제 밖은 꽤 깜깜해졌다.
어쩔까...
난 내 방이 될 텅 빈 공간에서 간신히 선풍기 하나로 버텨보았다.
더운 이 여름에 방에서 에어컨 하나 없이 이러고 있는다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어느새 잠들고 말았다.
내일모레면 난 등교를 해야 한다.
그 끔찍하고도 좁은 그 학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