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만남

나비효과

by Shu Jul 25. 2024

만남은 '나비효과' 라고 할 수 있다.

예로 부터 그랬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서 나온 바람도 큰 변화를 일으킬수 있다는 것으로 사소한것 하나에도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다면?

그냥 듣기에는 헛소리와 다를바 없겠지만 자세히, 섬세히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선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오늘의 나는 배탈로 고생중이다.

아마 어제 먹은 상한 김밥 때문일 것이다.

그럼 어제 내가 상한 김밥을 먹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멀쩡할 것이다.

이런식으로...


오늘의 난 친구와 싸우고 결국 혼자가 되어 이상한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 어제의 내가 친구와 싸우지 않았으면 이런일이 없었겠네..?


이런것이 우리 일상의 나비효과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아직 크게 일어나지 않은 나비효과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더 큰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 내 상황처럼


교실에 들어서니 단발머리의 여자가 교탁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둥글게 양옆으로 만 앞머리를 하고있는 한 아이도...


짙은 정리안된 눈썹과 가느다랗고 초점없는 눈동자를 가진 아이였다.

꽤나 활발하고 통통튀는 성격을 갖고있는.. 그런


"자리로 가 앉아"

"네"


그 아이는 내 뒷자리에 앉았다.

성씨로 따지자면 1번이 되어야할 그런 아이였지만 하루늦게 학교로 전학온 탓에 맨 뒷번호가 되었다.

바로 내 뒤..


"자자, 자리에 앉아요~"


다들 헐레벌떡 지 친구 찾던것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저는 화학을 담당하고 있는 '정석' 선생님이예요. 첫날이니까 질문 받을게요.'


한 남자가 들어와 그렇게 말했다.

초록색의 카라셔츠에 동그란 안경을 쓴 남자였다.

난 긴장함과 동시에 침을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그런데...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학온 그 아이가 손을 들었다.

내 바로 뒤에서..


"그럼 카봇은 언제 만들어져요?"


미친소리다.

난 그 말에 놀라 그 아이를 바라봤다.

무표정으로 묵묵히 답을 기다린다.

그 모습에 다른 아이들도 그 애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자 또한 저런 아이는 한평생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윽고 다시 정신을 차려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모두의 질문이 끝났다.

역시 바로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멍청이들답게 첫사랑이나, 나이 따위를 물어본다.

당연히 그런 질문에 할 답장은 없다.


쉬는시간은 참 지루했다.

아는 사람 한명없고...

아니 애초에 난 친구가 아예 없었다.

그나마 좀 친해진 친구라곤... 옆 학교에 가버린 순영이 뿐이였다.


그것도 별로 친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저 앞문을 기웃거리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쟤도 친구가 없구나... 하며 한탄하고 있던때에..


나에게 다가왔다.

난 손을 부들부들 떨다말고 위를 바라봤다.

긴장한것과 달리 그 아이는 매우 친절해보였다.


"안녕, 너 지윤이 맞지?"


내 이름을 묻고는 실실 웃는다.

그 아이는 빽빽하고 곧은 검은색 앞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아이였다.

얼굴과 머리가작고 키 또한 작았다.


"어... 맞아"

"아, 난 민지야"


약간 촌스러운 이름이긴 했으나 뭔가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였다.

난 그 아이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새겼다.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을것 같다.


...


아.. 어떡하지?

난 마스크를 쓰고는 기침을 해댔다.

목이 너무 가렵고 따가웠다.

지난밤...

친할머니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둘째 큰 아빠께 바이러스가 옮은 것 같다.


즉시 일주일 자가격리를 했고.. 이제 막 학교에 가려는 참이다.

하루 정도 빠지는 것도 친구 사귀기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일주일이나 빠지게 되다니..

최악이다.

이번에도 혼자 몇년을 지낼게 뻔하다.


어째선지 시끌시끌하던 교실도 잠잠하다.

 전학온 아이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책상 앞에 앉았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난 전학온 아이가 자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애들은 인생 살기 쉽겠지..

하...


민지는 어딨지? 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포니테일의 한 아이와 대화중이다.

그새 친해진 모양인데..


난 다가갈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 털썩 앉았다.

포니테일의 그 아이는 꽤나 무서운 인상을 가졌다.

사람은 겉으로 판단하지 말라지만 날카로운 눈매에 날 쳐다보는 작은 눈동자...

다가갔다가는 어떤 욕을 들을까 무섭다.


난 이번에는 친구 사귀기 완전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해 책상에 엎드렸다.

그런데...


"똑똑"


누군가가 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도 안좋은데 어떤 놈인가 하고 일어섰다.

놀랐다.

그 둘이다.


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 왜, 무슨 일이야?"

"어...? 아니.."


난 다시 자리에 앉게 되었다.

너무 쎄게 앉았나.. 엉덩이가 다 아프다.

난 허리를 손으로 매만지며 두 아이를 바라봤다.


" 뭐해?"

"아.. 그냥 앉아있어.. 졸려서"


거짓말이다.

실은 엄청엄청 지루하거든..?


"그래? 우리랑 전화번호 교환할래?"

"아, 그래!"


아차, 너무 들떠보였나 싶어 곧바로 인상을 썼다.


"옆에 얘는 진희래, 옆 마을에서 왔다나봐"

"아아.. 응, 안녕 진희야"


진희라는 그 포니테일의 여자애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 셋이 만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의, 나의 시작이다.









이전 02화 낯선 곳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