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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Oct 27. 2024

나도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함께하기엔 내가 너무 아까웠던 걸로, 그런 걸로 해요.

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엄마였는데 이혼을 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이혼을 원해서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어요.

그 사람과 미래가 보이지 않았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처럼요.

럼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요.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평범하지 않으니까요.

요즘 이혼이 별 거냐 하지만 제 주변에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없었거든요.


이혼을 마주해야 하는 상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어요. 피할 수 없었죠.


아이를 키워야 해서, 내가 아니면 아이가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살아야 해서 이혼을 선택했어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그 사람의 마스크에 묻은 립스틱을 발견할 수 없었을까요?

그러면 이혼하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그래도 이혼을 택했을 거예요.

그 일이 아니어도 그 사람은 아빠라는 이름표가 맞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누군가가 아빠라고 불러주었기에 아빠로 불린  뿐, 누가 봐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처럼 보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니까요.     

[초록담쟁이(이수희) 일러스트]

사실은 아이를 낳자마자 알고 있었어요.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되는 거잖아요.

작고 소중한 ‘우리’ 아인데, 함께 사는 동안에도 우리 아혼자 키우며 외롭고 서글프고 우울했어요.


그 사람은 나와 자신의 역할을 구분했죠.

자신은 돈벌어오는 것으로, 저는 아를 키우고 밥하고 청소하는 것으로요.


그리고 싸울 때마다 말했어요.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네가 나가서 돈 벌어와! 내가 집에서 애 키울게.”

너 나랑 이혼하면 애기 볼 수 있을 것 같아? 넌 땡전 한 푼 없이 발가벗겨져서 빈 몸으로 쫓겨나는 거야!”

“여기 내 집이야. 네가 나가!”

“우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알아?라고요.


매일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고, 주사도 고약했어요.

그 사람이 어김없이 술을 마시고 새벽이 되어 집에 들어와 언성을 높이는 날,

그런 날 싸우게 되면 돌도 안된 아기를 안고 있는 에게 물건을 던어요.

어떤 날에는 의자를 번쩍 들어 올려 던질 듯 협박했고, 이마나 가슴을 미는 폭력적인 행동보였죠.


그때의 는 아기가 놀랄까 품에 꼭 안고 있었고,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숨겼어요.

겁먹은 내가, 나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그 사람에게 맞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다툼이 멈추면, 그 사람은 편안하게 잠이 들었죠. 이불에 소변을 정도로 인사불성이었거든요.


항상 울었어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죠.

몸도 아팠어요.

함께 사는 내내 감기에 자주 걸렸고 기침이 달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았죠.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갈비뼈와 가슴통증으로 대학병원에 다녀야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죠?

이혼하니 그 흔한 감기 잘 안 걸리네요.

감기에 걸려도 그리 오래 아픈 적은 없어요.


저도 살고 싶어요. 이왕이면 건강하게요.


지금은 어떠냐고요?


저는 지금도 제 삶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평범한 삶을 생각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어요.

그것에 얽매여 있기엔 내가 너무 아까워요.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 사람과 함께하기엔 내가 너무 아까웠던 걸로, 그런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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