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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Nov 01. 2024

이혼으로 변화될 환경을 아이에게 말하다.

1. 부정적인 감정은 아이를 병들게 한다.(이혼숙려기간=이혼준비기간)

아이와 어디에서 함께 살기로 정했나요?


이사 가기 전에 아이에게 새로 갈 곳에 대해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아이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덜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아이와 친정 근처로 이사해 주말 부부로 지낸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전남편이 몇 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끝내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부부간 신뢰는 깨졌고, 저도 이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 사람은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저도 점점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었어요.

끝내 돈의 용처는 알 수 없었고, 이혼을 거부하는 그의 태도까지 힘들었어요.


그때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아이에게 상황을 미리 알려주었지만, 아이는 저의 부정적인 감정을 읽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 새로운 유치원, 그리고 아빠의 부재까지... 환경 변화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죠.

집에 오면 바닥에 누워 소리 지르고 울기도 했어요.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아이가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죠. 소아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할 만큼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렇게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차라리 내가 힘든 게 낫겠다 싶어 결국 이혼을 포기했어요.


이제는, 내가 잘 살아야 아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는 아이 아빠가 저를 붙잡았지만, 지금은 저와 그 사람 모두 이혼을 결심한 상황이었어요.

아이에게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할지 고민 끝에 이사를 가는 이유만 설명하기로 했어요.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혼 숙려 기간 동안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후에 이혼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했죠.


저는 여전히 전남편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많았어요.

아이에게 이혼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할 자신이 없었죠.

그래서 저의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사의 이유만 설명하기로 했어요.


엄마의 감정은 아이에게 전해지죠.

부정적인 감정만큼은 아이에게 전이되고 싶지 않았어요.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에, 제 감정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조심하려 노력했죠.

[구경선 일러스트]

저는 평소에도 아이에게 일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해 왔어요.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일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죠.


이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의 생각을 물어봤어요.

"엄마도 이제는 더 길게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네가 아프거나 일이 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해. 그래서 외할머니 댁에 함께 살면 어떨까?" 하고 말했죠.


그 후에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아이도 자신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더라고요.

학교, 학원,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물으면서 걱정하는 부분을 하나씩 꺼냈죠.


저는 아이의 궁금증에 솔직하고 긍정적으로 답해 주었어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이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거야." 하고요.


아이는 그곳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고, 그동안 더 자라서인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어서인지 상황을 잘 이해했고,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아이는 잘 적응했냐고요?


그럼요. 둘이 지낼 때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사람 냄새나는 이곳에서, 저도 아이도 잘 지내고 있어요.


긍정적인 감정으로 아이를 돌보며, 우리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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