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직서를 제출하다.
부당함에 물음표를 던진 대가
오늘, 사직서를 썼어요.
밥벌이를 위해 무거운 사직서를 가슴에 묻고, 차마 꺼내지 못한 채 지냈어요.
억지로 삼킨 말에 탈이나 아픈 마음을 닦아주며 버텼죠.
그래도 늘 아프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제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어준 동료들이 있었거든요.
오히려 쉽게 말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도 저를 위해 이야기해 주는 그들이 있어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오늘, 들었어요.
이번 계약만료로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말을요.
지난번 부당한 일에 물음표를 던진 게 화근이었죠.
저는 그저 부조리하고 합법적이지 않은 일들에 물음표를 던졌을 뿐인데, 갑자기 화를 내면서 저를 정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더라고요.
물음표 하나 던졌을 뿐인데, 말투가 공손하지 않다고, 말하는 방법이 틀렸다면서 자신의 기분이 나쁜 걸 일과 연결 지어 합리화했어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노동법을 무시하고, 모든 걸 정으로 덮는 게 맞는 걸까요?
저는 아직도 그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어요.
물었어요. 왜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는지, 제가 업무에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아닌지요.
그렇지 않대요.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네요.
주어진 업무에 열심히 임했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대요.
그저 일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네요.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며, 일하면서 보여준 제 장점들을 하나하나 나열했어요.
그러면서도 그 갑질을 예쁘게 포장해 마지막까지 착한 사람으로 남으려는 모습을 보니,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그런데 퇴근하기 전, 사직서를 쓰라고 하네요.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직을 마음에 품어본 적이 있거나 사직서를 써본 경험이 있을 텐데, 제가 그날을 오늘 맞이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결국, 사직서를 썼어요.
계약 만료까지는 아직 3개월이나 남았으니, 그즈음에 쓰겠다고 했지만, 오늘 당장 쓰라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적었죠.
그리고 나니 마음이 참 묘해요.
이게 슬퍼해야 하는 일일까요?
그저 ‘뭐지, 이 기분은?’ 싶어요.
아직 3개월이나 남아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내 마음이 어느새 무뎌져 버린 걸까요...
기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서글프지도 않은, 그저 무덤덤한 기분이네요.
지금 제 마음은 그저 커다란 물음표 하나, 그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