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의 점심시간
한국에서 흔히 '학식'이라고 부르는 이 장소를 독일에서는 멘자(Mensa)라고 일컫는다.
가히 웅장한 규모이지만 그에 걸맞은 수의 학생들로 언제나 붐비기 때문에 전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식사 시간이 아닐 때는 다른 용도로도 널리 사용되는 모양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습 공간이 되기도 하고, 대학교의 로고가 들어간 후드티나 공책 등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게도 이곳에 입점해 있다.
멘자에 들어서면 드넓은 홀에 배식구가 몇 군데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식성을 존중하여 여러 가지 메뉴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친구들 무리와도 이 순간만큼은 잠깐 흩어지곤 한다. 매일 '오늘은 어느 줄에 설까'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우리, 서머스쿨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식권에는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사이드 메뉴도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케이크, 쿠키, 음료수 등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그중 단연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맥주. 대학교 식당에서도 맥주를 팔다니? 역시 독일이구나 싶었다.
그중에서도 바이로이트의 특산물이라는 Bayreuther Hell 맥주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듯하다. 그래서 유독 자주 생각나곤 한다.
병따개가 없어 당황해하는 나를 보고 자신의 페트병으로 맥주를 따 준 독일인 친구 M.
독일 사람이라면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든 맥주병을 딸 수 있다며, 다음엔 다른 도구로도 따는 묘기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어쩌면 그래서 병따개를 따로 주지 않는 것인가?' 하는 나름 진지한 생각도 해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잔반을 퇴식구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져온 용기에 담아 가는 학생들을 종종 보았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기도 하고, 당시 여름철이었기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의도치 않게 음식을 조금 남기게 된 날이 있었는데, 내 잔반을 자신이 담아가도 될지 물어본 친구도 있었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독일인들의 교통신호 준법정신과 검소한 생활 습관이 밈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환경을 공부하는 나로서는 특히나 그들의 삶의 모습으로부터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끼곤 한다.
어느덧 1년 하고도 절반이 지난 오늘, 이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더 이상 강의 시간표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영어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날의 시끌벅적한 점심시간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