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판촉 시장에서 일하는 판촉사원들도 점차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판촉사원의 기준이 나이와 외모, 앞치마 착용 여부 등으로 나뉘었지만,
이제는 사실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젊은 세대가 판촉을 직업으로 여기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적어도 그때 대학생들은
편의점, 카페,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대신 방학 기간 동안 시급이 조금 더 높은 판촉 일을 택하는 추세다.
내 고객사에 2월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판매를 위해 채용한 판촉사원
400명 중 300명 이상이 대학생이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 우리 회사의 여성 판촉사원의 정년은 60세이며
60세 이상 근로자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분들은 손자, 손녀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이 나이에도 직업이 있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그런데 OO마트에서 일하는 한 판촉사원이 더 이상 그 매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30대 여성 고객이 우리 제품을 만지작거리며 가격을 물어본 후
결국 경쟁사의 제품을 선택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직원은 진열 작업 중 잇몸에 이물감을 느껴 본의 아니게 “퇘” 하고 뱉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순간에 고객이 지나갔던 것이다.
고객은 자신에게 침을 뱉었다고 오해하여 고객센터에 항의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직원이 매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마트 측은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요청과 함께,
해당 직원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으나
60대 초반의 판촉사원은 진심을 담아 30대의 딸벌인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고객은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해당 직원이 매장에서 다시는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했고
결국 마트 측은 그 요청을 수용해 판촉사원의 근무를 중단시켰다.
고객은 언제나 '왕'인 걸까?
만약 그 고객의 어머니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는 똑같은 요구를 했을까?
어쩌면 '고객의 권리'라는 이름 아래
판촉사원의 존엄과 노력은 간과되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도 정성을 다해 일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이해해 줄 여유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누군가의 하루와 자부심을 그저 ‘서비스’의 일부로 치부해도 되는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