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세 잎클로버
오랜만에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잠봉뵈르와 제로콜라를 주문했다.
먼저 얼음이 가득한 유리잔과 코카콜라 캔이 나왔다.
캔을 따려고 보니 화려한 문구가 눈에 띈다.
<캔 따개 뒷면을 보고 당첨을 확인하세요!>
<당첨자 전원에게 코카콜라 한 캔을 더 드립니다!>
문구를 보는 순간 약간의 기대를 하며 캔을 딴다.
치이이익- 탁!
그럼 그렇지.
나는 정말 뽑기 운이 없다니까.
우리는 흔히 결과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행복은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행복은 어떤 결과를 기다리며 느끼는 기대 속에서 산다.
가게에서 인형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걸 알면서도 인형 뽑기에 빠지는 것, 여행 중보다 여행을 가기 전에 설렘과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것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라고 하며, 이는 사람들이 미래의 사건이 자신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래의 긍정적 사건을 기대하며 행복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그 감정을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우리가 다가올 긍정적인 경험을 예상할 때,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건을 가지게 된 후보다 택배가 배송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서적 예측은 우리의 뇌에서 작동하는 보상 시스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대감은 신경과학적으로 도파민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으며, 뇌는 미래의 긍정적 결과를 예상만 해도 이미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우리가 '기다림' 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코카콜라 캔의 당첨 여부를 상상하며 느꼈던 아주 작은 설렘은 결과와 상관없이 나에게 사소한 즐거움, 행복을 선사했다.
그래서 행복을 단순히 결과로써의 보상으로만 정의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행복은 그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기대의 순간에서 이미 자라나고 있으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반 친구들 전체가 네 잎 클로버 찾기에 몰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임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의미하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한대. 그런데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고 너희 지금 세 잎 클로버를 엄청 밟고 있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거야. 너희 발아래."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흔한 이야기이지만 그때는 정말 그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남았다.
'행운과 행복은 다른 거구나. 헷갈리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다짐한다.
행운과 행복을 혼동하지 말아야겠다.
정서적 예측은 미래의 기대 속에서도 발아래의 행복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요즘도 여전히 네 잎 클로버를 코팅해서 서로 나눠 갖곤 하지만 난 흔하고 소소한 세 잎클로버가 좋다.
행운은 다음 기회로 미뤄도 되지만 행복은 다음 기회로 미루면 안 되니까.
지금 우리 각자의 발아래에는 어떤 세 잎클로버가 놓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