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비움, 낮아짐
바야흐로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쩐의 전쟁' 2022년 미 중간선거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포스트 트럼프' 이후로 서막도 후막도 없이 끊임없이 우리들을 혼란과 난동의 회오리바람으로 몰고 간 그 지긋지긋한 선거 열풍에 얼마나 시달렸던가. 모두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이나 쏟아졌던 수많은 가짜 뉴스가 이토록 판을 친 선거는 전무후무했었다. 한 노련한 정치 전문가의 "중간선거 때 주나 연방 차원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돈의 잔치였다."라는 표현은 조금도 과분해 보이지 않았다.
중간 선거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 하원 장악을 위하여 박빙의 경합 주에 (swing states스윙스테이트 격전지) 무려 24조 원 넘게 지출했다고 하니 '쩐의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물론 의회 장악에 개별 선거 하나가 '티핑포인트'(극적 변화점)'가 될 수 있는 까닭에 모든 선거가 다 중요한 상황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떨칠 수 없는 걱정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쩐의 전쟁인지 알고 싶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왠지 자꾸만 이 나라를 보고 하는 말은 아닌가 싶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쩐이 들어간 24조 원의 정치 싸움판은 막장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했고 서로를 향한 거침없는 삿대질과 손가락질 또 '내로남불'과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의 정치 판도는 새로운 '정치 팬데믹' 증후군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코로나’ 팬데믹 만이 국경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정치의 막장 장면들도 전 세계적으로 펴지고 있다. 이제 정치인들은 자신이 던지는 말 한마디의 무게를 과소평가함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우리들의 지도자들은 지도자 '다움'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유난히 무책임과 무분별의 말들이 난무했던 선거였다. 저런 말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본인에게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말장난의 극치였다.
가장 뇌리에 새겨진 말은 공화당 원내총무인 케빈 매카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선거를 며칠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나는 요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적어도 60석 이상 차이로 다수당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또 나는 내가 하원의장이 (Speaker of the House) 될 것을 확신한다. "If he does not win Speakership, it’s ‘not God’s plan" 즉 "내가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신의 계획에 있지 않은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내뱉었다. 그가 49분간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자신이 하원의장이 되는 것 또 레드 웨이브 (Red Wave 공화당 바람)을를 점치고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호언장담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 알고 싶어진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꿈꾸는 매카시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한마디로 욕망과 야망 덩어리의 사람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자리한 컨 카운티의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난에 찌든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으로 일찍이 정치계로 뛰어들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듯이 그 사람의 모든 정치 행동은 자신의 권력 3위를 향한 것이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일찍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그룹에게 손을 내밀었고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이를 적극 방어하며 ‘호위무사’로까지 불렸던 인물이다. 의회 폭동과 강제 진입 사건으로 미국 정치가 혼란 속에 빠져있을 때에도 그는 플로리다 별장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하여 달려간 장본인이다. 훗날 자신의 하원의장직을 향한 초석을 깔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럴 수가 있다니? 막상 중간 선거의 뚜껑을 열고 보니 모두가 점을 쳤던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는 온데간데없었고 민주당은 기대 이상의 탄성을 보인 중간선거였다.
너무나 예상 밖의 부진한 결과와 자신만만했던 메카시의 얼굴이 오버랩을 한다. 문득 매카시를 보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라는 속담이 생각이 난다. 이 말은 개가 닭을 쫓다가 닭이 지붕 위로 날아 올라가면 개가 닭을 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케빈 메카시는 지금까지 하나 만을 보고 달려온 사람이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정책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또 중요 안건의 처리보다는 후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일에 더 신경과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고 소문난 정치인이다.
선거후 역시나 그는 그였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라는 말 또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를 보면 한번 몸에 밴 습성은 고치기가 몹시 어렵고 또 그래서 버릇을 잘못 들이면 습관으로 굳어지기 쉽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예상밖에 승리 또 razor-thin and wafer-thin margin 간발의 차이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 일당이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라며 매카시는 '개선장군'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물론 그의 이 넘치는 '오기'와 '객기'가 진정한 용기만큼이나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아직도 갸우뚱한다면 그에게 이런 예화를 함께 나누고 싶다.
프랑스의 쟌 칼망이라는 할머니가 97년 8월 4일에 12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할머니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 할머니가 90세가 되던 해에 이웃에 사는 47살 먹은 사람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의 내용은 이웃에 사는 사람은 할머니가 사시는 동안 매월 200프랑, (약 40여만 원)을 주기로 하고 할머니가 죽은 다음에 할머니의 사는 집을 갖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할머니가 1년 후에 돌아가시면 500여만 원에 집을 사는 것이고 2년에 돌아가시면 천만 원에 집을 사는 것입니다. 이웃 사람은 큰돈을 안 들이고도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100살이 되어도 끄떡없습니다, 이게 웬일인가요? 할머니가 110살이 되어도 팔팔합니다. 옆에 사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죽기를 바라는데 죽지를 않습니다. 120살이 되어도 정정합니다. 그런데 47살 먹은 사람은 30년을 기다리다가 77살에 죽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그 사람보다도 2년을 더 살다가 122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웃사람은 30년 동안 돈만 날리고 집도 얻지 못하였습니다.
오늘 케빈 메카시 신임 하원의장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PS를 첨부한다. '스타워즈 시리즈' 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화감독인 조지 루커스가 자서전에서 한 말이다. 그가 억만장자가 되고 나서, 30년 동안 자신이 일궈낸 사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몇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요약했는데, 참 가슴에 와닿았다. '나는 쉴 줄도 모르고 열심히 성공을 위해서 달려간 인생을 살았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된다고 생각하여 나는 불철주야 뛰는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억만장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일생을 나는 살았다. 그 결과 나는 아내와의 관계를 잃어버렸고, 자녀 간의 사랑도 포기해 버렸고, 결국 나는 슬픔과 좌절을 심으며, 내 마지막 인생을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그의 자서전의 결론입니다. 인간 만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탄식의 절규이다.
오늘 취임하는 케빈 메카시 신임 하원의장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밀레가 그린 [만종]의 카드도 준비를 했다. 끝없이 넓은 벌판에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온종일 열심히 수고의 땀을 흘리면서 일했던 부부가 수고의 손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멀리서 교회의 저녁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부부는 잠시 머리를 숙이고 하루 동안 수고의 땀을 흘리게 해주셨던 그분 앞에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작은 땅덩어리 하나에도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면 하물며 그 큰 골칫덩어리 미국의 정치 한량들을 상대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참 가관임을 느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지는 말아야 할 텐데…그에게 ‘정치의 한수’를 소개함을 용서하길 바란다. “지피지기 백전 불태"란 말로 그대로 풀어서 해석해 보자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이다. 신임 하원의장은 나도 모르고 적도 모르는 것 같다. 아무쪼록 하원 의장의 임기가 원만하게 굴러가 나라가 형통했으면 좋겠다. 그가 성공해야 그의 정책들의 떨어진 부스러기라도 쳐다보고 또 얻으며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들이 잘 살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인간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일에 혈안이 되지 말고 일을 이루시는 그분에게 눈도장을 찍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두면 어떨까 하는 충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