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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May 26. 2024

포트폴리오 관리, 첫번째

누구는 투자하고 누구는 관리하고

나에게 미래에셋맵스의 부동산 부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행운이었다. 입사한 첫 해부터 국내는 물론, 홍콩과 인도의 투자 건까지도 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다.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에서 최저점까지 가는데 일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신규 투자보다는 그간 투자해 놓은 건들의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회사는 컴플라이언스 본부 내에 PE,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의 위험관리를 전담하는 기능을 신설했고, 나는 그 담당이 되었다.


투자와 투자 후 관리를 동일인이 해야하는 지 아니면 각각의 전담부서가 필요한 지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바이아웃 PE의 경우에는 이미 결론이 난 듯하다. 투자사들이 작은 규모의 엘리트 조직임에 반해, 일반기업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은 큰 조직이다. 투자전문가는 경영에 대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바이아웃 PE 들은 경험이 많은 경영진을 초빙해 경영을 맡긴다. "맡긴다"는 말은 부적절할 수 있다. PE 포트폴리오사의 경영진들은 매달 상세한 성과보고를 통해 통제를 받는다.


부동산과 크레딧 PE의 경우는 더 어렵다. "Asset Management" 부서의 유무는 하우스마다 다르지만, 특히나 대형화될 수록 별도의 부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특정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투자 건을 구해오는 일은 바쁜 시기와 바쁘지 않은 시기가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반면, 투자 후 관리를 하는 경우는 해당 투자 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정기적인 보고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한 명의 사람이 두 가지를 병행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도의 Asset Management부서를 만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 중 하나이다. 어느 투자 건이건 그 투자를 실행하게 된 배경에 따라 투자의 구조가 달라진다. 투자 부서에서 AM 부서로 제아무리 상세하게 전달하고자 해도 전달되지 않는 정보가 있기 마련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부서 간 성과 기준의 차이로 인해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리부서는, 어쩌면 너무 비싸게 사게 되어 좋은 성과를 내기 불가능한 투자 건에서 좋은 관리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친다. 투자부서는 본래 의도한 투자 전략의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만족스럽다. 


투자와 투자 후 관리를 병행하게 되는 경우의 장점은 명확하다. 기존 투자 건에서 나오는 정보와 관계를 새로운 투자 건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011년 국민연금 해외대체팀에 합류했을 때, 45 건 내외의 해외부동산 투자 건이 있었다. 우리는 매분기 분기보고를 위해 그 45건의 정보를 취합하고 포트폴리오를 위한 통계를 만들어내야 했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운용사와 의사소통을 해야 했고,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는 신규투자 건에 대한 적절한 판단으로 이어졌다. 


투자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쉽다거나 효율적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전세계에 펼쳐져 있던 투자 건들은 유형 또한 제각각이었고, 시시각각 새로운 유형의 투자 건이 등장했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로 투자 건 수가 백여건으로 늘어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던 엑셀 모델은 거의 매분기 수정이 필요했다. 분기보고 시기에 신규 투자 건을 진행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투자 건이 하나가 아니라면, 당연히 쉽게 끝나지 않을 야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나는 나에게 그리고 다른 이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가진 문제는 투자 후 관리의 본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인력과 시스템의 문제였던 것은 아닌가? 자산의 관리와 보고를 위해 운용사와 논의하는 시간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중요하지 않았는가? 당장 클로징이 필요한 신규 투자 건으로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나는 정보의 취합과 보고서의 작성이 덜 가치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은 아닌가? 투자 건을 실행했던 이보다 투자 건의 현재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솔직히 답해 본다면, 우리는 관리와 관리에 따른 정보가 주었던 인사이트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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