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포트폴리오, 그 복잡함에 대해
실물자산이든 PE이든 투자를 집행하고 나면 사후 관리를 한다. 다만, "사후 관리"라는 표현은 사실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PE 업계에서는 투자 건에 대한 회계처리를 의미한다. 투자 후 경영에 대해서는 오퍼레이션 그룹 Operation Group 혹은 오퍼레이션 파트너 Operation Partner 등으로 별도로 지칭하고 있다. 실물자산 측에서는 조금 다르다. 회계처리는 운용지시 과정에서 처리하고, 자산의 매입 Acquisiton을 담당하는 부서와 구분하여 자산관리 Asset Management를 하는 부서를 사후관리부서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에 투자를 집행하는 LP의 "사후 관리"는 또 다르다. 수십 건, 혹은 수백 건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한 건 한 건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당 지역 내에 위치한 운용사의 전문인력에게 관리를 위탁한다. 다만, 다양한 지역, 다양한 유형의 투자 건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포트폴리오를 위한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전반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LP의 "사후 관리", 포트폴리오 관리이다.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글로벌 운용사 혹은 보험사 또한 포트폴리오 관리 부서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LP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리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지역과 유형이 다른 상품들의 정보는 다른 양식으로 표현된다. 하나의 동일한 양식으로 취합하면 정보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LP가 유럽 어느 휴양지의 호텔과 뉴욕의 오피스 빌딩으로 총 2만 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포트폴리오는 큰 것인가 작은 것인가? 혹은 안정적인가 변동성이 높은가? 호텔은 등급과 방(Room)의 수로 오피스 빌딩은 면적으로 표현된다. 2만 평이라는 표현은 충분한 정보를 나타내지 못한다. 계절성이 높고 RevPAR (Revenue per Available Rooms)를 이용하는 호텔의 수익과 10년짜리 임대계약서에 근거한 오피스의 수익의 합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다른 문제는 글로벌 시장 내에서의 분산에 관한 이슈이다. 사모시장에서는 해당 국가나 섹터에 익스포저(지역 또는 섹터 내 자산을 보유하여 그 위험에 노출된 정도)를 가져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주거용 부동산 섹터에 대한 익스포저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수금융 등 대출 시장은 또 다른 예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대출형 펀드들이 Direct Lend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유럽의 인수금융 시장은 은행들이 지배하고 있다. 인수금융에 있어 미국에 집중된 익스포저는 분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의미하는 것인가? 하지만, 분산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는 불가능하지 않은가?
첫번째 문제는 작성의 문제라면 두 번째 문제는 해석의 문제이다. 일단 수십 개의 운용사로부터 다양한 양식의 정보를 받아 본 LP라면, 그 자료로 내부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지역과 섹터별 차이와 함께 각각 다른 양식으로 취합된 정보를 하나로 완벽하게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우에 따라서는 글로벌 컨설팅사나 투자자문사를 통해 1차적인 취합을 진행하기도 한다. The Townsend Group, Grosvenor 등 투자자문사나 재간접펀드 Fund of Funds 업체들이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자문사들이 데이터 취합에 있어 좋은 시스템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작성된 포트폴리오의 익스포저와 실적은, 또한 작성자의 친절한 설명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GDP 대비 1/4 수준이지만, 미국 시장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다. 몇몇 섹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비중이 100%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이 지니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가 훨씬 크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중국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정치적인 이슈를 생각하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GP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리에는 이에 적절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LP의 경우 투자 후 관리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신규 투자에 비해 눈에 띄지 않고, 추가적인 비용이 요구되는 분야로 밖에는 취급받지 못한다. 사후 관리가 문제가 될 때는 이미 문제가 발생한 후일뿐이다. 하지만, 공적인 관리를 받는 수많은 LP들이 포트폴리오 관리에 엄청난 시간을 투입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글로벌 투자컨설팅/자문사들을 통해 1차적인 자료 취합을 진행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터다.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은 처음 뿐이다. 결국 관리와 리밸런싱(지역, 섹터별 비중을 조정하는 행위)이 중요하다. 결코 부수적인 업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