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deal with differences
오헤어(O'Hare International Airport)에 돌아왔다. 도쿄, 서울, 베이징을 거쳐 들어오는 1주 반의 일정이었다. 가장 많은 미팅이 있는 서울에 한 두 곳의 다른 국가를 추가하면 1주일로는 모자라고, 2주일이 되면 시차에 적응을 해 버리는 탓에 출장은 늘 2주를 넘기지 않았다. 나는 이제 국민연금의 운용역이 아닌, 시카고에 사는 미국계 운용사의 아시아 담당이다.
시카고 다운타운 스트리터빌(Streeterville)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스트리터빌은 시카고 최대 쇼핑지역인 미시간 애비뉴(N. Michigan Avenue) 동쪽으로, 지금은 관광지가 된 네이비 피어(Navy Pier)로 특징지어지는 지역이다. 시카고의 겨울은 춥다. 택시기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집에 도착하면 따뜻한 집에서 와이프가 한국말로 반겨준다.
집에서는 되도록이면 영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반면 사무실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언어는 표현방식의 차이 뿐 아니라 문화에 따른 행동양식의 차이를 수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집에서의 나와 사무실에서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출장 중의 나는 또한 미국에서의 나와 다르다. 한국에서 해외로 출장을 다니던 시절도 쉽지 않았지만, 미국에서의 삶은 더욱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 익숙한 문화 속에서 이야기한다. 미국 업체를 대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나는 또 다르다. 미국에서 온 외국인으로, 더욱 더 예의를 차리지만, 또 한 명의 아시아인으로 나름의 환대를 받게 된다. 때론, 동아시아의 복잡미묘한 관계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쉽게 친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문화적 다양성이나 각 시장의 차이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어떻게 이를 다루고 극복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말한 바가 없다. 나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투자자의 입장이 아닌 투자자를 만나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방법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개발하는 것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 당신이 투자에 대해 지니고 있는 견해나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투자철학은 십년 된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무의미한 글귀가 아니다. 복잡한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로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기 위해 가지고 있는 원칙이다. 투자철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이다.
페르소나를 "외적 인격"이라 한다. 페르소나를 개발한다는 것은 표현의 내용이 아닌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시카고에 있는 빌딩의 상층부를 아파트로 개발해 분양한다고 해 보자. 투자의 대상이나 전략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서 동료들과 토론할 때와 외부의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말과 태도는 많이 다르다. 상대방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왔다면 각각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각각의 상황에서 다른 페르소나는 지극히 효율적이다. 투자 건을 검토할 때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운용사와 협상하거나 협박(?)할 때는 우리의 방향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아니, 한 치의 의심도 없어야 한다. 우리는 출장 중 제한된 시간 내에 빠른 결론을 도출해 내야만 한다. 우리가 어떤 성격을 지녔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용은 바뀌지 않는다. 효율적인 협상을 위한 페르소나가 필요하다.
한 동안은, 페르소나 속의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다. 한 명의 투자자는 한 명의 사람이다. 우리는 수십년에 걸쳐 우리의 표현과 행동양식을 개발해 왔다. 상황에 따른 페르소나는 당연히 어색하다. 그 낯선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개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어색함과 어려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다른 주제의 가면무도회에는 각기 다른 가면이 필요하다. 파티에 맞는 가면이야말로, 글로벌 시장의 다양성에 직면한 투자자로서, 사모시장의 글로벌 투자자로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