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시카고의 낮은 정말 짧다. 사무실을 나와 미시간 애비뉴 Michigan Avenue를 바라보니, 차갑고 어두운 공기 사이로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퇴근길에 와이프와 만나 집 근처 "The Grand Ohio" 건물 1층에 있는 미소야에서 일본 라멘을 먹으며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추운 날이면, 도시의 따뜻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 도시는 내가 좋아한 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길고 추운 겨울에도, 이 도시를 사랑했다. 반짝이는 야경을 보여주던 24층의 우리집. 시카고 트리뷴 Chicago Tribune에 있던 Bertha의 오래된 헤어샵. 와이프의 특효 감기약이었던 소고기집 규가쿠 Gyu Gaku. 짧은 여름 기간이면 우리의 조깅 코스가 되었던 미시간호의 호변. 9월이면 시카고 심포니의 공연이 있던 밀레니엄 파크.
하루는 같은 층에 사는 강아지 맥스 Max의 꼬리에 깁스가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맥스가 엘레베이터에서 꼬리를 흔들다가 벽에 부딪혀 꼬리뼈가 부러졌다 한다. 맥스는 우리를 보고 다가와 깁스를 한 꼬리를 흔들며 엘레베이터 문을 때리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4년 간을 시카고에 있었다. 그 4년 간 나를 반겨주었던 건, 아파트 1층에 있던 아이리쉬펍 D4의 매니저와 나이든 페루인 헤어샵 주인, 출근길에 늘 마주치던 노숙인, 그리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던 이웃주민들이었다. K를 제외하고는, 털끝만큼의 애정도 없던 동료들로 채워져 있던 사무실과는 달랐다. 이곳의 평범한 사람들은 내 일상을 채워주었다.
애정은 지속되는 거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느 일방 당사자만 준다면 애정은 지속될 수 없다. 공평하지는 않더라도, 주고 받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도시에서 내게 애정을 돌려준 이들은 그들이었다. 한동안은, 내 이웃들과의 소소한 일상들로, 남은 평생을 시카고에서 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