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_분위기가 달라졌다.

$2 동전이 가져온 변화 (보상과 경쟁이 가진 힘)

by 슬로우 러너

지난주 가족 달리기를 마치고 아빠는 혼자서 고민에 빠졌다. 올해 초에 "우리 가족 마라톤 10K"에 대해서 가족들과 합의했을 때는 분명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운 날씨가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첫째 아들(고1)과 둘째 딸(중2)은 첫날 달리기 훈련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피곤하고, 컨디션이 별로 안좋고..."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달리기를 하지 않을 이유는 얼마든지 많이 있었다. 막내 아들(초5)만 엄마, 아빠를 따라서 운동장에 나갔다. 하지만 형과 누나가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녁을 너무 많이 먹고 배가 산만해져서 그런지 의욕이 별로 없어 보였다.

'상금 $100(+$100)이 걸려있는데 이 정도 밖에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아빠는 뭔가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 마라톤(6월30일)'까지 앞으로 약 100일 정도 남아 있다. 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금부터 열심히 달리지 않아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아빠는 바로 눈 앞에 있는 작은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멀리 있는 큰 목표는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가까이에 있는 작은 목표는 멀리 있는 목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독인다.'


매주 400m 달리기 측정을 해서 1등에게 $2를 주겠다!


이 말이 얼마나 아이들을 움직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아빠는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선심 쓰듯이 제안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게 보였다.

'이럴수가..! $2의 보상과 경쟁이 아이들의 눈빛을 달라지게 만들다니...'


엄마와 아빠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용돈을 거의 주지 않는다. 대신에 집안일(쓰레기통 비우기, 빨래 개기, 눈 치우기, 세차, 잔디 깎기 등)을 하거나 아니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미리 약속한 돈을 준다. 아이들에게 돈은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닌 노동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물론 설날에 세뱃돈을 준다.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내주시는 세뱃돈도 아무런 배달사고 없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크리스마스나 생일선물로 돈을 받고 싶어하면, 돈으로 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돈의 소중함을 알아서 그런건지, 매주 400m 달리기 1등에게 $2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딸은 컨디션이 별로 안좋아서 함께 하지 못했고, 첫째 아들과 막내 아들과 아빠는 해가 저물기 전에 학교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아빠와 두 아들(고1, 초5)이.. 걸어서.. 함께.. 어디론가 향하는 풍경..
우리 가족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날씨는 기온 영상 5도이고 바람이 조금 불어서 체감온도는 조금 더 낮았다. 큰 아들이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막내 아들은 지난주에 한 번 뛰어봤기 때문에 형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백인 아이들 세 명이 럭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빠와 두 아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사춘기 큰 아들이 조금 민망해 할 것 같아서 생략했다. 바로 400m 트랙을 천천히 3바퀴 뛰었다. 워밍업을 이렇게 했다.


몸을 적당히 풀었으니 이제 400m 거리를 시간을 측정하면서 달릴 차례가 되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몇 번 트랙에서 달리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이왕 하는게 제대로 하고 싶었다. 첫째 아들은 3번 트랙을, 막내 아들은 8번 트랙을 선택했다. 아빠는 중간인 5번 트랙을 선택했다. 지난주에는 아빠와 막내 아들 두 사람이 달렸기 때문에(엄마는 혼자서 슬로우 조깅) 아빠가 막내 아들 옆에서 속도를 맞춰가면서 달렸다. 하지만 오늘은 두 아들 중에서 누구에게 맞춰야 할지 애매했고, 아빠도 한번 최선을 다해서 달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각자의 속도로 열심히 뛰었다.


아빠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1분23초였다. 뒤돌아서 아이들을 보니 큰 아들이 앞서서 달려오고 있었다. 1분36초로 들어왔다. 막내 아들은 1분 42초에 들어왔다. 아빠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아들이 열심히 잘 달렸다. 막내 아들도 지난 주에 비해서 19초 빨라졌다.

스크린샷 2025-03-17 오후 10.14.12.png 주간 400m 달리기 기록
'이렇게 두 아들이 열심히 달리다니...'


결승선에 들어온 두 아들이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최선을 다해서 달렸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바닥에 앉아버렸다. 격한 운동을 하고 나면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했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서 쉬다가 땀이 식으면 감기에 걸릴것 같았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일어나서 천천히 달리거나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잘 따라줬다.


아빠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아빠랑 같이 달리기 안해."

라고 아이들이 말하면 훈련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욕심을 내려 놓고 처음에는 운동 강도를 낮춰서 일단 달리기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점진적 과부하를 통해서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100m 달리기(80%정도 속도) + 100m 천천히 달리거나 걷기

4번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천히 400m 트랙을 한바퀴 조깅하며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마치고 마무리 조깅으로 한바퀴를 달리고 있는데 첫째 아들이 혼자서 직선 트랙을 질주하고 곡선 거리는 걸었다.

"이럴수가...!!!"


아빠가 시키지 않아도 큰 아들이 혼자 알아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2번 더 반복했다.

'1등을 하고 $2의 상금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서 그랬을까..?'


외투를 벗어 놓은 벤치를 향해서 마지막으로 전력 질주하는 큰 아들을 따라잡으려고 아빠도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전근(안쪽 다리 근육) 통증이 느껴져서 결국 따라잡지 못했다. 마지막 100m는 큰 아들이 아빠를 이긴 셈이 되었다.

'이럴수가...?!'


아빠는 큰 아들과의 달리기 시합에서 진 것에 대해서 패배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정말이다!!!) 아이들이 자라면 언젠가는 아빠를 추월하게 된다. 이미 수영은 아빠보다 큰 아들이 더 잘한다. 스케이트는 세 아이들 모두 아빠보다 훨씬 더 잘한다. 영어는... 아빠가 영어공부를 할 때마다 아이들이 발음을 지적해준다. (때로는 비웃는다!!)

'이 녀석들이... 니들 잘났다... 흥...!!!'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내가 자신이 형에게 왜 졌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며 말했다.

"형은 다리가 왜 이렇게 길어?"

고1과 초5는 나이가 네살 차이이고, 키도 25cm 정도 차이가 난다. 형이 달리기 시합에서 막내 동생을 이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형은 운동에 별로 관심이 없고 막내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막내가 생각했을 때 자신이 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하지만 피지컬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막내가 아직 어리다.


집에 돌아왔다. 엄마가 아이들을 반기면서 오늘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다음주에 또 아빠와 달리러 갈거야?"

라고 물어보았다.


두 아들 모두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음주에도 또 달리러 간다고 했다. $2의 보상과 경쟁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다. 만약에 아빠가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말했다면 집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다.

"같이 달리기로 약속했잖아!
이런 약속도 못 지키면서 뭘 할 수 있겠어!
엄마, 아빠 좋으라고 너희에게 같이 달리자고 하는게 아니잖아!
다 너희 건강해지라고 그러는건데 왜 안 달린다고 하는거야?!"


만약, 엄마 혹은 아빠가 이렇게 말했다면 아이들은 다시는 엄마, 아빠랑 운동을 같이 안하려고 할 것이다. 세 아이들을 키우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억지로 아이들을 끌고 가보기도 했고, 잘못이 보이면 호되게 야단을 치기도 해봤다. 그런다고 아이들이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감만 생기고 관계만 멀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선을 넘어서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지 관계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우리 가족 운동 유망주인 딸이 다음주부터 자기가 1등을 할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다음주에 누가 1등을 할지 엄마, 아빠도 궁금하다. $2의 동전 하나가 아주 큰 일을 했다. 보상과 경쟁이 가진 힘은 참으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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