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던 첫날...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 버킷 리스트인 아빠는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있다. '이 좋은 운동을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에 집요하게 가족들을 설득했다. 가족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이제 찐 슬로우 러너가 되었다. 캐시워크에서 하루 만보를 달성하는데 달리기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천천히 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100m도 못달렸는데 이제는 한시간에 5km를 달린다. 속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함께 혹은 각자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아이들 차례다. 아이들에게 건강과 캐시워크 하루 만보는 전혀 동기부여가 안된다. 뭐 좋은게 없을까 고민하던 아빠는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 마라톤"을 제안했다. 1km당 $10의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다.
1km 달리기 우승 상금 - $10
3km 달리기 우승 상금 - $30
5km 달리기 우승 상금 - $50
10km 달리기 우승 상금 - $100
세 명의 아이들이 만장일치로 10km의 거리를 선택했다. 우승 상금에 눈이 멀어서 10km 달리기에 도전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 마라톤 10km" 대회에 가족 모두 동의했다. 훈련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회는 6월30일로 정했다. 우승 상금 뿐만이 아니라 2등, 3등에게도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너스 상금도 있다. 만약 아빠를 이기면, 추가로 $100을 주겠다고 했다.
1등 - $100 (아빠를 이기면, $200)
2등 - $50 (아빠를 이기면, $150)
3등 - $20 (아빠를 이기면, $120)
세 명이 모두 아빠를 이기면, 아빠는 대회 개최 비용으로 음료수와 간식 비용에다가 상금 $470을 내야 한다. 손해보는 대회를 아빠가 준비하는 이유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다. 아빠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면 세 자녀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을 더 힘차게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잠시 가족을 소개하면...
아빠/ 보스턴 마라톤이 버킷리스트이다.
엄마/ 이제는 찐 슬로우 러너이다.
고1 아들/ 신체조건이 가장 좋지만 운동에 관심이 적다.
중2 딸/ 운동신경과 승부욕이 가장 두드러진다.
초5 아들/ 학교 대표로 400m 육상 대회에 나가려고 한다. 포부가 거창하다.
날씨가 풀리고 눈이 녹아서 이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려고 했다. 훈련 첫날 마침 아빠의 생일이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냐고 묻자, 아빠는 주저하지 않고 러닝화를 사달라고 했다. 1/3씩 돈을 모으기로 했다. 아빠는 혼자 나이키 아울렛 매장에 갔다. 생일 선물이지만 포장도 없고 전달식도 없다. 아빠가 직접 매장에 가서 골라서 사오고 아이들은 아빠가 사온 신발을 보고 돈을 내면 끝이다. 아주 쿨한 생일 선물이다. 페가수스 플러스와 보메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보메로를 선택했다. 세금 포함해서 $124에 샀다. 아니 선물을 받았다.
저녁을 먹고 2시간 정도 지나서 아빠는 달리러 나가자고 말했다. 새신발을 샀기에 선물로 받았기에 아빠는 신이 나서 가족들과 함께 달리러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훈련 첫날 첫째 아들이 운동하러 나가기 싫다고 했다. 둘째 딸은 오늘은 달리기 할 컨디션이 아니라고 했다. 막내는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산만해졌다. 그래도 아빠와 엄마는 막내를 데리고 나갔다. 집에서 700m 정도 거리인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아빠의 훈련 계획은...
1. 400m 트랙 천천히 3바퀴 달리기 (워밍업)
2. 400m 트랙 한 바퀴 기록 측정
3. 100m 질주 + 100m 천천히 달리기 (인터벌 트레이닝) 6번 반복
4. 200m 질주 + 100m 천천히 달리기 (인터벌 트레이닝) 4번 반복
5. 400m 질주 + 200m 천천히 달리기 (인터벌 트레이닝) 2번 반복
6. 400m 트랙 천천히 3바퀴 달리기 (쿨다운)
이었지만... 이상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엄마는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슬로우 러닝을 즐겼고,
아빠와 막내 아들은...
1번째 400m 트랙 천천히 3바퀴를 달리며 워밍업을 하고 나서,
2번째 400m 트랙 한 바퀴를 기록을 측정하며 달렸다.
시작 전에 아빠가 막내 아들에게 예상 기록을 물어보았다.
아들은 아빠에게..
"1분30초 안에 들어올거 같아"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아빠는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막내 아들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2분 1초에 들어오고 말았다. 너무 힘들다며 잠시 쉬었다가 400m 트랙 한 바퀴를 기록을 측정하며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2분 2초에 들어왔다.
'이래 갖고 학교 대표로 육상 대회에 나갈 수 있겠나...?'
저녁을 먹고 2시간이 지났지만, 저녁에 과식을 한 탓에 소화가 별로 안되었던것 같다. 오늘은 더이상 훈련을 이어갈 수 없을것처럼 보였다. 아빠의 의욕은 불타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진지하게 훈련을 하려면 시행착오가 필요할것 같다.
여기서 만약 아빠가 괜히 욱 하면서...
"이것들 이 정도 밖에 못해"
라고 말하면, 더이상 달리기는 즐거운 운동이 될 수 없다.
달리기를 즐겁게 시작하려면 힘들게 하면 안된다. 그래서 천천히 달리며 슬로우 러닝을 하는 것이 달리기를 즐겁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아빠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1등 상금 $100 + 보너스 $100이 걸려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한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뭐니 뭐니해도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머니(Money)가 힘이 있다.
사춘기 자녀교육은 서두르지 말고 "슬로우 러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