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요즘은 여기 저기 달리기 클럽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그만큼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인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은 분명 장점이 많이 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때로는 적당한 긴장과 경쟁이 된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분명 있다. 서로 시간을 맞춰서 일정을 잡아야 하고 같이 뛰는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혼자 뛰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알려진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무언가에 집중해서 속도를 높이려면 혼자 가는(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오래동안 지치지 않고 멀리 가려면(하려면) 다른 사람과 함께 보폭을 맞추는게 좋다는 말인것 같다.
오늘은 엄마와 아빠와 둘째 딸과 막내 아들이 함께 달렸다. 첫째 아들은 내일 학교 대표로 배드민턴 대회에 나가서 컨디션 관리를 위해 집에 남았다. 저녁 7시에 출발하려고 했지만, 화장실에 들어가서 늦게 나오는 사람과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을 기다리다보니 7시 40분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집에서 하고 나면 더 늦어질것 같아서,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학교 운동장으로 걷고 천천히 뛰면서 갔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해보니 영상 2도(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 영하 5도)였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을 천천히 3바퀴 돌면서 워밍업을 하려고 했다. 아빠의 마음은 4명이 속도를 맞춰서 함께 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제각각이었다. 2바퀴만 달리고 워밍업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뛰었다 걸었다 하면서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 있는 트랙에서 달리기를 하는 덕분에 그래도 서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함께 달리려면(특히 가족들과 함께 달리려면)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것 같다.
엄마는 슬로우 조깅을 하고, 아빠와 둘째 딸과 막내 아들이 400m 기록을 측정하면서 달렸다. 둘째 딸이 7번, 막내 아들이 8번, 아빠는 6번 레인을 선택했다. 처음 곡선 100m를 지나고 직선 100m 주로를 시작할 때, 둘째 딸이 막내보다 앞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아빠는 오늘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혼자 최선을 다해서 달렸다. 지난주보다 약간 몸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결승선에 도착해보니 기록은 지난주와 같은 1분24초였다. 매주 1초씩 기록을 단축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제자리 걸음을 하는것 같지만, 꾸준하게 달리기를 하고 있어서 현상 유지를 하는것 같다.
아빠는 결승선에 도착한 후에 뒤를 돌아보니 마지막 100m 직선 주로에서 아이들이 달려오는게 보였다. 둘째 딸이 막내 아들보다 조금 앞서 있었다. 아빠는 내심 속으로 막내가 더 빨리 들어오기를 응원했다. 막내를 편애해서 그랬던게 아니다. 막내가 처음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 달리기 훈련을 했기 때문에 꾸준하게 노력하면 이만큼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둘째 딸이 조금 먼저 1분45초에 결승선에 도착했다. 막내 아들은 1분48초에 들어왔다. 2주 전에 형과 뛰었을 때 기록인 1분42초보다 조금 늦어졌다. 만약 2주전과 비슷하게 뛰었다면 누나를 이길 수 있었을것 같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막내 기록이 일정하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은 한번씩만 달려서 꺾은선 그래프에서 표시가 안되었다. 앞으로 계속 뛰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지 아니면 정체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것 같다.
꾸준하게 달리면 속도가 빨라질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은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기록은 그대로이고, 막내 아들의 기록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서 몇바퀴를 더 달리려고 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바로 집으로 걸어왔다. 이 상태로 조금 더 무리하면 아이들이 내일 아침에 학교 가는데 영향이 있을것 같아서 아빠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선택했다. 겨울의 끝자락인지, 봄의 문턱에 있는지 애매하지만 아직은 춥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정말 제각각이었다. 추워서 앞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과 다리가 아프다고 천천히 걷는 사람이 있었다. 중간에서 혼자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가족을 아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혹시 그 모습을 봤다면, 운동하다가 싸워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오해했을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신체 조건과 달리기 속도와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정말 제각각이라서 누군가는 기다려주어야 한다. 축구 선수들이 몸을 풀듯이 다섯 식구가 함께 나란히 줄맞춰서 달리는 날이 언제쯤 오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가족 마라톤 10K를 학교 운동장 트랙에서 달리기로 했던 결정은 잘한것 같다. 안전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그게 최선인것 같다.
달리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운동은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다. 달리기가 하루 아침에 빨라지지 않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멋진 몸을 만들고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인내하면서 훈련을 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달리고 운동을 할 때도 역시 기다림이 필요하다. 누군가 다른 사람과 함께 운동을 하면 서로 경험과 속도와 운동 수행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된다. 그래서 경쟁을 하고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목표라면 자신의 속도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며 달리거나 운동을 한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혼자 달리면 자신의 속도만 신경쓰면서 앞으로 가면 된다. 다른 사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때로는 생각을 정리하며 묵상과 명상과 공상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개인 훈련의 장점이 많다. 반면에 다른 사람과 함께 달리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조금 덜 힘들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2년전에 처음 10K 마라톤에 참가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해서 중반부터 정말 힘들게 뛰었던 기억이 있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지'
다시는 마라톤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달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를 추월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내가 앞질렀던 몇 안되는 사람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 혼자 연습할 때 가장 빠르게 달렸던 기록보다 5분 정도 빨리 결승선에 도착했다.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고, 더 빠르게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지금은 아빠가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며 달리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을 기다려주어야 하는 때가 많이 있다.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기다려주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함께 운동하는 시간은 미래를 위해 괜찮은 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