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러닝 데이트
나는 책을 통해서 연애를 배웠다.
20대 중반, 연애와 인간관계가 서툴었다.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편해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이런 저런 책들을 읽었다.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은 존 그레이가 쓴 [여자는 차마 말 못하고 남자는 전혀 모르는 것들]이다.
여자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까지 다 말해줘야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상대방이 말해주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이 책에서 설명한다. 상대방이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데도, 이미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 경험이 풍부하거나 공감 능력이 남다른 남자이다. 경험도 부족하고 공감능력도 낮았던 나는 책으로 배우기 전까지는 여성의 마음을 전혀 몰랐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책을 통해서 연애를 배웠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다.
2년 전에 달리기와 관련된 책을 한권 읽었다. 김성우씨가 쓴 [30일 5분 달리기]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꾸준하게 달리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달리기는 많이 달라졌다. 실제적인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고,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와 목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잘 뛰고 싶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며 공원이나 동네 주변에서 달릴 때, 불특정 다수와 끊임없이 경쟁하려고 했다. 그동안 내가 달리기의 유익을 많이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슬로운 러닝과 코로 호흡하며 달리는 장점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달리지 않는 사람과 달리기”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과 함께 달리면서 처음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라는 미션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 미션 대상을 아내와 세 아이들로 정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았다.
‘가족들과 함께 달리는게 정말 가능할까?’ vs. ‘가족들과 함께 달리면 정말 좋겠다’
두 마음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아내는 5분이 아니라 30초 달리기도 힘들어했다. 평소에 걷는 운동만 하고 달리기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기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달리기는 별로 재미가 없는 운동으로 보였다. 서두르지 않으려고 했다. 아내가 1분 동안 천천히 뛰다가 걷고 싶다고 하면 옆에서 같이 걷거나 걷는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달렸다. 1년반 정도가 지나고 많이 달라졌다.
이제 아내는 30분은 거뜬하게 달린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한시간 정도 무리없이 달린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주에 한번 엄마, 아빠와 함께 학교 운동장에 가서 달린다.
'이런 날이 오다니.. 정말 감격이다.'
이번주는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달릴 수 있는 날이 없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주는 아이들과 함께 달리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보여서 월요일 오후에 아내와 런닝 데이트를 했다.
나는 주로 아침에 혼자 달리기 때문에 내 몸에 맞는 속도로 달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옆에 경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욕심을 낼 필요도 없고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달린다.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고 괜찮다. 익숙해져서 그런것 같다.
아내와 함께 달리려면 속도를 맞춰야 한다. 아내에게 내 속도에 맞추라고 하면 마음이 상하거나 아니면 몸에 무리가 간다. 하지만 내가 아내의 속도에 맞추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천천히 달릴 수 있다.
'그렇게 천천히 달리면 재미가 없을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슬로우 러닝의 장점은 이제 정말 잘 알려져있다. 조깅은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도 전체 훈련양의 20% 정도만 빠른 속도로 달리고, 나머지는 천천히 달린다는 영상을 보았다. 전문가들은 슬로우 러닝의 장점을 다 알고 있는것 같다. 아내와 함께 천천히 달리면서 함께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1km 조금 지났을 때, 아내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달리고 집에 먼저 들어가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러닝 데이트를 같이 시작했으면, 마무리도 같이 하는게 맞기 때문이다.
"혼자 조금 더 뛰고 와!"
눈치 없이 아내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혼자 신나게 달려야 할지, 아니면 눈치껏 같이 집으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15년을 같이 살아본 결과, 서로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신뢰가 있기에 마음 편히 혼자서 달렸다.
두 사람이 함께 나란히 달릴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런닝 데이트였다. 서로의 속도와 상황이 다르지만, 충분히 맞출 수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면 함께 해서 더 좋은 순간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도 좋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분위기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