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차_꾸준함이 중요하다.

역전승

by 슬로우 러너

수능시험에서 대박이 터져서 좋은 대학에 갔다고 말하는 사람을 한두명 만났다. 반면에 원래는 공부를 더 잘하지만, 수능시험에서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대학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다.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나이 어린 학생들 입장에서 긴장도 많이 되고 여러 변수가 있는것 같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평소 실력은 일정하지 않다. 편차가 얼마나 큰지 아니면 작은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잘나갔을 때와 바닥을 쳤을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너그럽고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최고 기록(성적)을 내며 정점에 도달했을 때 즈음을 자신의 평소 실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100점 만점 시험에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92점을 맞고 공부를 적게 했을 때는 80점 초반을 맞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 학생이 어느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찍었던 문제가 운이 좋게 맞아서 96점을 맞았다면, 이 학생은 자신의 평소 실력을 92점과 96점 사이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중에 중요한 시험에서 89점을 맞았다면, 이 학생은 내가 원래 더 잘하는데 이번에 컨디션이 별로 안좋았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아이들과 한주에 한번씩 달리기를 하면서 400m 기록을 측정해서 성장하고 있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매주 1등에게 상금을 주고, 세 아이들 중에서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사람에게는 보너스 상금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아직은 달리기 자체의 즐거움을 모르는것 같지만 그래도 상금과 보상 덕분에 동기부여가 되서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꾸준하게 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매주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날씨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때가 있고, 아이들 컨디션과 학교 일정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아빠가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달리기 기록도 일정하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덕분에 매주 집을 출발하기 전까지 참가 인원을 알 수 없고,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


지난주부터 봄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이번주 월요일에도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저녁 시간에 비가 내리면 어쩔 수 없이 달리기를 하는 것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오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서 학교 운동장으로 출동했다. 엄마는 집에서 쉬고 아빠와 큰 아들, 딸, 그리고 막내 아들 이렇게 4명이 갔다.


학교 운동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큰 아들이 아빠에게 보너스 상금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아빠! 지난번에 내 기록이 얼마였어?"

아빠는 브런치 스토리에 쓴 글을 확인하면서 대답했다.

"1분 31초였어!"
"그러면 1분 30초에 들어오면 오늘도 보너스 상금을 받는거야?"
"그치, 매주 1초 빨라지면 매주 보너스 상금을 받을 수 있어!"
"오늘은 1분 30초에 들어올거야!"

큰 아들은 이번에도 자신이 기록을 세워보겠다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 도착해서 워밍업 스트레칭을 하고 아빠와 큰 아들은 트랙을 두바퀴 뛰면서 몸을 풀었다. 딸과 막내 아들은 한바퀴를 천천히 뛰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비가 곧 쏟아질것 같았다. 아이들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아빠에게 물어봤다. 아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별일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400m 한 바퀴 빨리 뛰고 집에 가자"

여기까지 와서 몸도 다 풀었는데 이대로 그냥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출발선에 섰다.

1번 레인: 큰 아들, 2번 레인: 막내 아들, 3번 레인: 딸, 4번 레인: 아빠

"3. 2. 1. Go!"


아빠의 출발 신호에 아빠와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게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각자 열심히 달렸다. 아빠는 300m를 지나서 직선 주로가 시작될 즈음에 오늘은 평소보다 기록이 안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가 결승선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1분 28초였다. 체감 속도가 틀리지 않았다.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게 쉽지 않다.


뒤를 돌아보니 큰 아들과 딸이 거의 비슷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아빠가 결승선에서 봤을 때 둘 중에서 누가 앞서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거의 나란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결승선에 정확하게 서서 아이들이 들어오는 순간에 시간을 측정하려고 준비했다. 큰 아들이 1분 39초 기록으로 조금 먼저 들어왔다. 딸이 1분 40초 기록으로 바로 뒤를 이어서 들어왔다. 막내 아들은 조금 후 1분 55초에 들어왔다. 막내가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발목이 아프다고 하더니 정말 컨디션이 안좋았던것 같다.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10.50.37.png


아이들이 결승선에 들어오고 나서 중간 과정을 듣게 되었다. 350m 지점까지는 딸이 큰 아들보다 앞서 있었지만, 큰 아들이 마지막 50m를 남겨두고 전력질주로 동생을 추월하고 역전을 했다고 들었다. 만약 혼자서 뛰었다면 이렇게 치열하게 달리지 않았을것 같다. 세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자라면서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고, 때로는 치고 박고 싸우면서 자란다.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10.50.54.png

기록만을 놓고 보면, 오늘은 전반적으로 평소보다 느렸다. 꾸준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저녁을 늦게 먹었던 여러 이유들이 기록에 영향을 주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런 굳은 날씨에도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뿌듯하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하게 하다보면 운이 좋게도 짜릿한 역전승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 기회가 또 있으니까... 집에 돌아오면서 딸이 쿨하게 결과를 인정했다. 막내는 형과 누나와 경쟁하면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매주 달리기 훈련과 시합에 참여했다.


조금은 더딘것 같아도 꾸준하게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분명 성장하게 될거라고 기대한다.



keyword
이전 08화8주차_경쟁상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