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차_함께 달리는 즐거움

러닝 데이트

by 슬로우 러너

이번 봄은 올듯 말듯 여러번 밀당을 하면서 찾아왔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져서 '이제 봄이 온건가..'라고 생각하면, 며칠 후에 찬바람이 불어서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4월에도 눈이 내리는 날이 한두번 있었다. 5월이 되고 '이제 정말 봄이 온건가...'라고 생각하다가 아침과 저녁에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몸이 움츠러들었던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아홉 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봄꽃을 보러 나갈 시기를 놓쳤다. 더 늦기 전에 아내와 벚꽃을 보러 공원에 나갔다. 벚꽃이 피어있는 공원을 아내와 함께 달리는 모습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공원에 도착해 보니 벚꽃은 거의 다 떨어졌고 개나리꽃만 조금 남아있었다. 꽃을 거의 볼 수는 없었지만, 푸릇푸릇 돋아나고 있는 잎들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공원을 두바퀴 달렸다. 동네 주변 주택가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공원에 나가서 탁 트인 경치를 보면서 여유있게 달리는 시간도 참 좋다. 아내와 함께 달려서 더 좋았다.


공원이 호수가에 있어서 거위들이 많이 있었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거위들도 있었고, 공원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서 쉬고 있는 거위들도 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 거위들이 엄마 아빠의 보호를 받으며 조심스레 발을 내딛고 있는 모습도 보았다. 자연 친화적인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면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어서 힐링이 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게 있다. 바닥을 잘 살펴야 한다. 거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 주변이 "X밭"일 가능성이 높다. "X"을 밟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데 빠져서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면 "X"을 밟고 불쾌한 기분으로 달리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다행히 아내와 공원을 두 바퀴 달리는 동안에 우리의 신발과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었다.

아내가 공원을 한바퀴 달리고 나서 두번째 바퀴는 걸었다 뛰었다를 오가며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다. 나는 아내의 속도에 맞추어서 찐 슬로우 조깅을 했다. 평소 혼자서 달리기를 할 때는 11분/km의 속도까지 늦추는 일은 거의 없다. 슬로우 조깅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혼자서 달릴 때는 7분/km가 나에게 한계인것 같다. 아내와 대화를 하면서 함께 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추게 되었다. 아내 덕분에 제대로 슬로우 조깅을 할 수 있었다. 런닝 메이트와 함께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혼자서 달릴 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 있다. '아내와 이렇게 함께 달릴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꿈이 이루어졌다.


다운타운에 벚꽃으로 유명한 작은 공원이 있다고 들었다. 일본으로 갔던 캐나다 선교사님을 기념해서 일본 사람들이 보내준 벚나무가 심겨진 공원이다. 차를 타고 15분 정도를 운전해서 그 공원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벚꽃을 보기에는 조금 늦었다.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들이 올해는 우리가 한발 늦게 왔다고 말해주는것 같았다.


keyword
이전 09화9주차_꾸준함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