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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당벌레 Jun 24. 2024

<격투기>를 쓰던 까닭

나는 아버지를 너무 닮았기에 매사 그렇게나 달랐다. 어쩌면 그렇게 달랐기에 너무나 닮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격투기> 프롤로그에 서툰 부모의 20여 년 성장기를 담겠다고 썼다. 부자 갈등의 미숙한 나이테를 그려보겠다고 했고, 좀 낯선 스타일의 자녀교육관이나 육아 팁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자녀가 살 세상이 통합의 언어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겠다고도 했고 사회적 만남의 근본 구조를 돌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런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정말 대면하고 싶었던 건 아버지와 나의 묵은 시간이었다. 날밤이 에피소드, 작품 속 말다툼, 만남의 성찰이라는 옷을 빌었을 뿐, 4년 전부터 의식이 희미하셨던 아버지를 대하는 내 마음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 내 마음을 다독이고 풀어야 제대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연재였다. 한 발 떨어진 옷들을 이러저리 입히다 보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버지와 오래 만났다. 순간순간 옵션이 많았는데 나는 어찌 그런 선택을 해왔을까 회한이 적지 않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 만나오셨는지, 아버지와 나의 만남은 또 왜 그랬는지 날밤이 얘기를 쓰며 홀로 이해해보고 사죄드리고 싶었다. ‘날밤이’가 나이고 ‘나’가 아버지라 여기며 쓰려 했다. 늦지 않게 들려드리고도 싶었다.


지난주 마음보다 이르게 선친께서 가셨다. 참 더웠다. 목사인 형님은 하나님의 아들로 가셨으니 더없이 행복한 일이라 말해주지만, 마저 아프고 울 듯하다. 그간의 연재를 찬찬히 돌아보기도 해야겠다. 선친께서 주셨던 마음, 선친께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정말 뭐였는지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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