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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Oct 06. 2023

[잠깐 TIP] 만성 통증이 있다면

잠시 지면을 빌어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와, 그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적고자 한다.

나는 의학 방면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이 이야기는 순전히 '환우들을 위한 자조적 이야기' 정도다.


나는 디스크(처음에는 진단받지 못하다 나중에야 진단받음), 위장출혈(마찬가지), 자율신경실조증, 섬유근육통(정확히는 섬유근육통이 의심된다는 소견), PTSD 진단을 받았었고 만성 통증은 2016년 시작되어 2021년까지 극심했다. 2022년부터는 회복세로, 2023년 가을(글을 쓰는 지금)은 만성 통증이 많이 잦아들었다.


Q. 만성 통증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A. 물론 '검사'입니다. 상세한 건강 검진을 통해 이유를 찾아내야 합니다. 

환자로서 좋은 자세는 꼼꼼히 자신의 증상을 날짜, 시간, 세기 등을 기록해서 가져가는 것입니다.

또, 보호자와 같이 면담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의료진 분들을 고를 때는 환우 카페를 참고해도 좋고, 의료진 분들의 이력을 살펴보며 자신의 병 관련 논문이나 책을 작성했다든가 하는 점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본인의 병을 본인이 공부하는 건 큰 도움이 됩니다.

보호자와 든든한 지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Q. 병원에서 이렇게 아플 이유가 없다며 정신과를 권하는데, 정신과를 가야 할까요?

A. 저는 다녔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인 불명의 만성 통증이 있을 경우 병원에서 심인성 질환일 수 있다며 정신과 진료를 권할 겁니다. 

통증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는 약들이 많으므로 정신과를 병행하는 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 디스크가 있었음에도 많은 의사들이 디스크를 찾아내지 못해 제 허리 통증을 이유 없는 것으로 치부했으나, 좋은 대학 병원 의사 선생님을 만난 뒤 영상자료에서 디스크를 찾아냈었습니다. 

또한 위장출혈의 경우에도 이전의 내시경에서는 드러나지 않다 여러 번 도전한 끝에 찾아냈었습니다.


가급적 여러 병원에서 검사한 뒤 정 안 될 경우 '심인성'이란 진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곤 생각합니다.


당장 디스크만 해도 디스크가 터져 있어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일 정도로,

왜 어떤 사람은 허리가 아프고 왜 어떤 사람은 허리가 안 아픈지가 아직 의학의 미스테리 영역입니다.

생각보다 인간은 여러 이유로 아플 수 있으니 천천히 찾아가 보시길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설사 심리학적인 신체화 장애(마음의 고통이 몸에 나타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건 진실입니다. 즉 꾀병이 아닙니다. 

혹 이 점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의료진을 만나시더라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구나'라고 넘기셔야 합니다.


Q. 마취통증의학과 진료는 어떨까요? 

A. 일반적으로 만성통증에 대처한다고 하는 병원들을 다니며 주사도 맞아보고 했지만, 

큰 진전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효과를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Q. 진통제 처방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A. CRPS나 섬유근육통 등 통증이 심각한 병의 경우 특수한 진통제를 받기도 합니다.

의료진과 상담하셔서 진통제가 필요하신 경우 진통제를 요구하시면 될 일이고, 내성 등도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나가면 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제가 진통제를 더 받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보다 더 구체적으로 통증에 대해 파악하고, 기록하고, 호소했더라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Q. 의료진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말 한마디로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로 들어 '소화가 안 된다'라고 예전에 저는 말하곤 했는데, 

그러면 보통 위장관연동촉진제를 주십니다.

그러면 전 출혈이 있는 상태에서 연동이 촉진되어 더 속이 엄청 아팠어요.

이제는 그래서 매번 병원을 갈 때마다 

'속이 피가 나서 찌르듯 아프다. 위장관연동제는 주지 마라.'라고 꼭 강조합니다.

짧은 진료 시간 때문에 우리가 많은 걸 나눌 수 없고 생각보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진료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보다 객관적인 중간자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보호자를 동반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Q. 너무 불안해서 이런저런 치료를 찾아보게 돼요.

A. 오소독스(orthodox-정석적으로-)하게 치료해라. 

이것이 제 대학병원 담당 의사 선생님께 들은 말이었고 큰 도움이 됐습니다. 

힘들 때 이런저런 대안 치료를 찾아보기보다 쉼에 집중하는 것이 

제게는 개인적으로 더 정석적인 방법으로써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카이로프랙틱이며, 신약이며 많은 치료를 찾아다니며 절박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비용만 발생하게 됐습니다.


Q. 만성 통증이 언젠가 나을 거라 믿고 쉬기만 해야 된다니 답답해요.

A. '현대의학은 아직 많은 걸 모른다. 나중에 지금을 돌아본다면 미개한 의학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의사 친구가 한 말이고, 의학을 많이 아는 분들일수록 공감을 표하던 말이었던 거 같습니다.


결국 몸의 자율적 회복 기능에 기회를 주는 수밖에 없는 건, 

아직 의학이 밝혀내지 못한 영역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방법인 거 같습니다.

쉰다는 점에 너무 죄책감이나 압박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 보세요.


Q. 만성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기본적으로 통증이 있을 때는 '일단 후퇴한다' 정신으로 

하루종일 하는 일의 숫자를 줄이는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하던 일의 백분의 일도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할 수 있겠지만,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주위에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시고, 통증이 있다 말하시고 배려받도록 노력하세요.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실망하지 마시고 거리를 두도록 노력하세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사람들이 아픈 줄 모릅니다. 상처가 보이는 종류의 병이 아니면 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아프다 말해야 하는 것이 힘들거나 때로 부끄러울 수도 있으나,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만들어야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분노나 슬픔을 담지 않고 담담하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사실 위주로 전달해 보도록 노력하면 좋습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통증에 둔감하다는 걸 항상 생각하셔야 합니다.


Q. 얼마나 아프셨나요?

A. 기간은 위에 적었고, 

한창 아팠을 때는 1분마다 몸을 뒤틀며 고통을 참을 정도였으며

택시를 타고 장소를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습니다.

허리가 아파 앉지 못하고 운신이 어려운 건 물론이오, 위장이 아파 죽 한 그릇을 3시간 동안 먹고는 했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손목에 맥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런 저도 나았단 이야기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한창 아플 때는 유서 쓰고,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습니다.

'이 통증이 과연 지나가긴 할까' 란 생각에 많이 울었었습니다.


Q. 낫는 데 가장 유효한 방법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맘을 편히 먹고 오래 휴식하는 것.


Q. PTSD에 도움이 된 방법이 궁금해요.

A. 관련 책을 많이 읽는 것. 주위에 이야기하고 지지받는 것. 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날 거절할 수 있다는 걸 무릅쓰고 입을 열 용기를 내는 것. 그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Q. 아픈 사람들끼리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A. 디스크, 섬유근육통과 관련하여 환우 카페에 가입하여 활동한 것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관련해서는 브런치에도 좋은 글이 많습니다.

만성 통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환우카페오픈카톡에 대해서도 분별력 있게 사용한다면 저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경제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A. 주민센터의 긴급 생계 지원 등이 있으므로 반드시 주민센터 복지과에 한 번은 가보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차분하고 정중하게 임한다면, 좋은 분만 만난다면 더 도와주시려 먼저 찾아봐주시는 등 최선을 다해 주시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두려움 없이 가보시길 권합니다.

대학병원의 경우 병원 내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할 경우 연결해 주는 창구가 있기도 합니다.

치료비에 더해 통증이 있는 기간은 근무가 어려우므로 경제적 어려움이 당연히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도 신체적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주위에 최대한 알려서 지원을 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사방팔방 말하고 다녔다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이것도 '더 말할걸' 후회되더라고요. 


Q. 심리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A. 지역정신보건센터에 연락해 무료상담을 안내받으시고, cyber1388에서 무료 채팅상담을, 생명의 전화(1588-9191)자살예방상담전화(1393)에서 긴급 시 무료 전화상담을 꼭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무료 심리상담은 대기기간이 있으므로 여유가 있으시면 유료상담기관을 찾아가는 것도 정답입니다.


이외에도, 혹시 만성통증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궁금한 점을 물어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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