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는 없다
어제 정주행을 끝낸 우리들의 블루스가 나의 새로운 인생 드라마로 등극했다. 첫 번째 인생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였다. 제 편이 아무도 없는 주인공 지안이의 한없이 외롭고, 늘 오해받고, 어디에서나 구박받는 삶, 그로 인해 딱딱한 갑옷을 두르고 웅크린 모습은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좋은 어른을 만나게되길 기다렸을 지안이. 자신에게 측은함을 느끼는 동훈을 돕다가 서로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차츰 회복하고 마음을 열어 사람 속으로 들어가 평안을 찾게되는 모습에서 나 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두 드라마의 결이 비슷한데 이전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사정이 주변인물들보다 좀 더 특별하고 그들을 괴롭히는 악역이 있고 마치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같은 어두운 비극으로 다가왔다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선악구도 없이 등장해 엇비슷한 비중으로 각자의 사연을 풀어가며 얼기설기 서로 엮인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상실, 슬픔, 분노, 치유와 재생을 숨쉬듯이 반복하는 인물들은 진정성 있으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며 굴곡진 사연들과 뒤따르는 오색찬란한 감정까지, 살아있다면 모두가 겪는 당연한 것들로 여겨지고 아 그래, 누구나 그럴 수 있지, 괜찮다 하고 기도하듯 되뇌이다보니 날이 섰던 나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일면 이상해보이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인물들의 행동조차 작가의 인간에 대한 연민이 가득한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따뜻한 마음이 생겨 모든 사연이 나의 사정이기라도 한 것처럼 진하게 공감이 된다.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용기를 주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