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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Oct 23. 2023

개 대신 애를 키운다

퇴로는 없다

반 려 동 물

사람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애 대신 개를 키운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동물병원, 펫용품샵, 펫푸드점을 비롯해 애견을 위한 미용실, 체육관, 유치원, 호텔 등은 있어도 변변한 아동복 가게 하나를 본 적이 없다.


매스미디어에서는 우리가 애 낳고 살기 팍팍한 세상, 애한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위험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떠든다. 그러나 세상이 점점 삭막해진다고 느끼는 만큼 사람들은 오히려 더 따뜻해지고 싶어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싶고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가치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붙들고 싶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로 위안이 되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사회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능력치는 우리가 AI에게 바랄 법한 것들로 진화해 간다. 부모는 아이를 키워서 내보냈는데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쓸모가 없으면 그 아이가 낙오자가 될 것을 두려워 한다. 그 아이의 고통도 고통이며 다 늙은 부모에게도 커다란 짐이 될지 모른다. 따박따박 돈을 넣으면 노후를 보장해주는 연금보험만도 못 한 그런 아이를 키울 바에, 반려동물은 이 악물고 참을 인을 새기며 돈들여 먼 훗날 언젠가 한 사람 몫을 하길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존재 자체가 하루하루 위안이 되는 식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별 대단한 욕심과 기대 없이 내 자식을 키우면 우리는 차라리 서로에게 더 감사할 일이 많아질까?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더 많아질까?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개같이 애를 키우고 싶다. 고양이, 거북이, 병아리, 햄스터, 그 어떤 동물이든. 자식의 온기와 허기를 채워주고 본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줄 수 있는 개같은 어미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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