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는 없다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밤마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세계테마기행이다. 지구가 망가져갈수록 내가 살고있는 이 행성이 더욱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르잖아? 안 가본 나라는 또 왜 이렇게 많아?
인간은 왜 저렇게 바로 가까이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곳들을 놔두고 머나먼 황무지에 물 한방울을 찾아헤매는걸까? 우주에 열광하는 이들은 저런 델 이미 다 가봐서 더욱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걸까? 아니면 인간이 지구를 너무 걷잡을 수 없이 망가뜨려놔서 한시라도 빨리 줄행랑을 쳐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이 우주개발에 쏟는 자원을 지구재생에 쏟는다면 어떨까? 또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AI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대신 우리가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공동체 회복에 그 힘을 쏟는다면? 이를테면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을 읽어내는 것처럼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그런 기술을 접목시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우리가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게되고 친밀감을 느끼며 동물이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하는 제물이 아닌 서로 동등한 관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각자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 이 행성을 지키기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저 아름다운 나라가 나에겐 또다른 행성만큼이나 멀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종족과 언어는 나에게 외계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상은 여전히 경이로운 것 천지다. 침대에 누워서 세계테마기행을 보다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안드로메다까지 갔는데 요지는 이렇다.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가까운 이들에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