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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06. 2023

캡틴 판타스틱

영화와 함께

첫 아이를 낳은 이후의 모든 여정은 미처 가보지 않은 길이었던지라 아이를 멋대로 끌고가다가 혹시 곤란에 빠뜨리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기출문항에 없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갖추는 데 지금 주어진 트랙을 안전하게 빨리 도는 연습이 과연 얼만큼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생기던 찰나, 우연히 발견한 이 영화는 여러가지 교육관과 그에 상충하는 가치들을 아우르는 관용과 타협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줬다.


영화에서 아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숲 속에서 아빠의 지도 아래 산을 타며 사냥하고 농사짓고 외국어,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깊이있는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풍요롭게 하고 체력을 단련하면서 생존을 위한 필수지식을 쌓아나간다. 여섯 아이들과 아빠라는 공동체는 자신들의 숲 속 세계에서 완벽해보인다. 그러던 중 우울증 때문에 입원했던 엄마의 자살 소식을 듣고 도시의 장례식장으로 낯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본주의나 종교를 위험한 사상으로 규정한 아빠로 인해 예수 탄신일인 크리스마스 대신 철학자의 생일을 챙기며 살아오던 아이들은 콜라나 나이키가 뭔지도 모르고, 배가 고파도 수중에 돈이 없어 수퍼마켓을 털어야하고, 그 와중에 도시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과 일상적인 대화조차 쉽지 않자 아빠가 자신들을 별세계 괴물로 만들었다며 혼란스러워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아빠가 아이들에게 자연주의 교육관을 그렇게 고집스럽게 강요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신의 가르침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 하는 위기를 맞자 자신이 지켜온 기존 방식의 문제점과 한계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오랜 신념을 꺾었을 때였다. “아름다운 실수였다고 해두자”라는 말과 함께. 아빠는 자신의 우월함이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아이들을 사랑했고 당시 그 방법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유연해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공교육의 방식은 그게 무엇이든 주어지는대로 따를 것이다. 다만 영화 속 아빠가 그랬듯이 문제가 발견되고 개선이 필요할 때 나나 학교가 유연해질 수 있는 여지가 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entertainment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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