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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22. 2023

떡갈나무와 갈대

커다란 떡갈나무 한 그루가 자신을 찾아오는 동물들에게 풍성한 먹잇감을 제공하며 편안히 쉴 곳이 되어주었습니다. 동물들은 떡갈나무를 찾았다가 가까운 갈대밭에서 짝을 만나고 새끼도 치며 오랫동안 보금자리로 삼았습니다.

가냘픈 갈대들은 언제나 산들바람만 불어와도 다 같이 사방으로 힘없이 나부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평소 사이좋게 지내오던 떡갈나무가 말했습니다. "갈대들아, 많이 힘들면 이 쪽으로 누우렴. 내가 바람을 막아줄게."


그러자 갈대들은 "고마워.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바람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두려워하며 맞서야겠지만 우린 그저 불면 불어오는대로 같이 즐길 참이야. 어차피 그 누구에게도 맞설 힘이 없거든."하고 대답했습니다. 

머지않아 거센 폭풍이 휘몰아쳤습니다. 같이 지내온 동물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모두 대피하고, 가까이 함께 자라던 다른 나무들이 없었던 탓에 떡갈나무는 덩그러니 홀로 서서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오롯이 견뎌야만 했습니다. 바람은 점점 강해졌고 떡갈나무는 두려웠지만 바람을 막을 수도, 피해 달아날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그저 가지만 부르르 떨며 괴로워했습니다. 갈대들은 여전히 휘파람까지 불면서 오가는 바람따라 무리지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세찬 바람이 잦아들고, 겨우 살아남은 떡갈나무에게 갈대들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떡갈나무야, 우리는 네가 워낙 곧고 뻣뻣해서 금방 쓰러질 줄 알았거든. 휘몰아치는 강한 바람을 어떻게 혼자서 버텨냈니?"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깊고 넓은 뿌리를 내려왔단다. 가까이 살지 않는 나무들에게도 땅 속 멀리까지 기다란 뿌리를 뻗어 우리는 서로 얽히고 섥힌 손을 단단히 맞잡고 있지. 오늘처럼 위험에 빠졌을 때 다른 나무들이 그걸 알아채고 내 뿌리가 뽑혀나가지 않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붙들어주었어. 이렇게 폭풍이 한 번 휘몰아친 덕분에 어려울 때 나에게도 함께 할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되었으니 참 기쁘다!"

갈대들도 떡갈나무와 함께 기뻐해주었어요.   


©Png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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