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비교 1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햇빛이 좋아 기분을 내 볼 겸 밖으로 나가 봤습니다. 서울 번화가의 한복판에 가니 손에는 한잔에 6천 원 이상 가는 커피와, 길거리에 흔하게 보이는 외제차, 명품을 몸에 걸친 사람들이 지나다닙니다. 서울에는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내 집 하나 없는 신세가 떠오르면서 세상엔 나만 빼고 다 부자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기분을 전환하러 나갔다 문뜩 내가 초라해져 고개 숙이고 들어옵니다.
다음 내용은 실제 상담장면에서 내담자가 저에게 한 이야기의 일부분을 조금 각색한 내용입니다. 위 사례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는 사회의 발전속도 그 이상으로 빈부 격차가 커졌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경제적 수준은 대중적으로 보이기에 행복과 연결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에 따라 경제적 비교는 현대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흔히 경제적인 비교를 하게 되는 원인은 사회적 경쟁, 미디어, 광고, SNS등의 매체, 가족과의 비교, 사회적 기대 등 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에게 금전적으로 성공하는 삶이 ‘성공하는 인생’ 임을 강조하고, 꾸준히 자산을 형성하여 쌓은 자산 가치가 마치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 준다고 학습시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타인과 비교를 하여 자산에 대한 자기 평가를 하고 부족함을 경험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마치 실패한, 남들보다 못하다는 좌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비교는 종종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비교를 하는 사회 문화적인 비교를 위와 같이 보았다면 이제 상담심리학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이러한 경제적인 비교로 힘들어하는 내담자 분들에게 흔히 사용하는 것은 인지치료, 혹은 CBT라 불리는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상담장면에서 이 이론들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바로 부정적이거나 왜곡된 사고를 확인하고 사고패턴을 수정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러한 이론의 입장에서 보자면 경제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왜곡된 사고 혹은 비합리적 신념이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왜곡된 사고(인지오류)와 비합리적 신념이란 Beck교수님의 인지치료 이론에서 말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며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정보처리 방식이 올바르지 못한 형태로 나와 부적응적인 정보처리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나타나는 생각과 이러한 생각(인지오류)의 반복으로 형성된 신념을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은 결국 세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여 다양한 임상적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흔히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들어가서 하는 우울에 대한 검사는 벡 우울 척도(BDI)라는 가벼운 자기 보고형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합리적 신념과 인지오류는 우리가 세상과 나 자신을 바르게 보는데 큰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경제적인 여건과 돈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우리가 올바르게 경제적인 비교를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돈의 가치를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활용하거나 극복할 수 있겠지만 인지오류와 비합리적 신념이 내재되어 나를 잠식한다면 반대로 돈과 경제적인 여건을 비교하고 결국엔 잡아먹히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비합리적 신념과, 인지 오류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여 스스로 위험성을 인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인지 오류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 모든 것을 살피기보단 경제적 비교와 관련된 일반적인 인지오류의 몇 가지 대표적인 예시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을 확인하며 내가 해당되는지 비교해 본다면 인지오류를 벗어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극대화와 극소화라는 인지오류입니다. 단순히 말하면 많이 부풀리거나 축소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경제적인 비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경우 자신의 부를 축소(확대)하거나 다른 사람을 과잉(과소) 평가하는 것이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10억의 재산이 있다고 해도 내 재산은 볼품이 없다고 생각하며 100억 1000억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여 비교 대상을 과잉 평가하고 스스로를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10억의 재산을 과대 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1억을 무시하고 종래에는 그 사람까지 무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선택적 추상과 연관이 되었습니다. 선택적으로 비교를 하여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비교입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들과만 비교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해당합니다. 이런 비교를 할 경우 자신의 실제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거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시기, 질투하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과잉일반화와 관련이 되었습니다. 이 과잉일반화는 매우 많은 일반화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돈'에 대한 가치의 오류입니다. 돈이 많으면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로 돈에 모든 가치를 매몰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돈이 많은 행복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장 직업에 대한 비교를 다루며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에서는 돈이 추가적인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본다면 이는 돈과 관련된 과잉일반화의 오류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상담에 오시는 내담자들은 대게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거나 소득이 높으신 편이시기도 합니다. 유료 센터의 경우 한 회기에 1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의 직업도 다양하며 고소득의 전문직업도 많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돈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는 흑백사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직업이 혹은 가족이 가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면 인생의 실패로 여기는 인지 오류입니다. 반대로 부유하다면 그 사람의 직업과 관련 없이 행복하거나 성공한 인생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인생의 가치에 대해 단순히 경제적인 비교만으로 시작하고 마칩니다. 경제적인 성공이 인생의 성공으로 여기어 내가 정말 추구하고자 했던 인생의 가치에 대한 것들이 매몰되어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돈을 벌기 위해서 다양한 불법적인 것에 도전하는 위험성도 가집니다.
이러한 인지오류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결국 '물질 만능주의'와 관련되어 돈이 모든 문제와 행복을 책임진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이끌어 올 수 있습니다.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갑질,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과의 비교도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영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가치를 가진 것은 존중받을 만한 일입니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하는 대신 남에게 봉사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안락보단 남들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앞에서는 친일파 흉내를 내면서도 뒤에서는 전재산을 독립자금으로 기부하며 평생 손가락질 당한 독립운동가 분이 계시는 것처럼, 지금도 돈이 많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많은 심리적인 고통감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처럼. 돈은 행복의 많은 부분을 책임질 수 있을지언정 전부를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돈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가치감으로 두며 살진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이들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치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경제적인 비교는 앞서 언급하였듯 현대사회를 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비교입니다. 다만 이러한 비교를 계속해서 잘못된 정보처리 체계를 사용하여 인지오류가 일어나고 이어서 비합리적 신념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며 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갑질, 임대주택에 산다고 임거지라 불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알고 배우며 올바른 것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상담장면에서 이러한 경제적인 비교로 힘들어하며 본인의 인생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내담자들을 어떻게 상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