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가야 하는 길
지난 장에 직업에 대한 비교에 대한 이야기와 상담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직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면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나누었습니다. 이번 장과 다음장에서는 직업을 단순히 '돈'으로만 보는 시선을 벗어서 궁극적으로 적절한 내 직업과 자기 인식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재구조화와 올바른 직업 찾기의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직업의 재구조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직업 그리고 진로에 대해 고민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진로 상담학적 이야기를 한번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선 여러분들께 직업, 그리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직업과 진로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의미일까요?
우선 정답을 이야기해 드리면 과거에는 같았습니다(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교육학 용어사전, 1995).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직업의 다양성이 늘어나면서 한 가지 직업이 진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직업과 진로는 다른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최근에 변화했기 때문에 아직 많은 윗 세대 분들은 이러한 진로와 직업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진로강의를 요청받고 나가면 상담사에 대한 직업강의를 해주시길 원하시기도 하고, 직업 강의를 나가면 진로 설정에 대한 강의를 요청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가지가 현대사회에선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직업이 내 평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진로와 직업은 한마디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진로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직업은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
우리는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진로와 직업에 대해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진로를 설정한다면 그 방법으로서 사회복지와 관련된 방법을 사용하는 '사회 복지사'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도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몸을 도와줄 수 있는 '의료인'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즉, 진로는 내가 삶을 살아가며 추구해야 할 '성장의 방향성'이라면 직업은 이 방향성을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에 대한 직업이란 '수단'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가 변하면 수단이 변할 수 있으며, 목적이 변하지 않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직업이란 수단에 목적과 결과를 두는 것이여서는 안됩니다. 진로를 달성하긴 위한 수단으로써 직업을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반대로 된다면 직업이 주는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에 시선이 집중되어 매몰되거나, 나의 직업에 불만족스러운 상황만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때문에 이 과정을 적절히 경험하는 것이 다음장에 이야기를 나눌 직업의 재구조화에 필수적인 과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나의 진로와 직업에 대한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진로/직업 선택의 3 요인 이론을 여러분들께 제시하고자 합니다. 진로와 직업은 내 삶의 목적 그리고 주제와 아주 긴밀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내가 가진 자원을 아주 면밀히 분석해야 하고 내 개인 능력과 흥미에 대한 것도 충족해야 합니다. 3 요인 이론은 이러한 부분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설정방법을 의미합니다.
다음이 바로 3 요인 이론의 구성체입니다.
첫 번째는 FIT 즉 성격입니다. 내가 어떤 성격 특성 그리고 성향을 지녔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FIT만으로 정말 많은 직업에 대한 것들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를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직업을 하고 싶어 한다면 앞에 나서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사, 학원 강사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교재를 만드는 일이라던가, 교육 정책을 만들고 교육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자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내 성격을 파악한다면 사실상 많은 것들이 직업적인 것에서 선별되게 됩니다.
두 번째는 WANT 즉, 욕구입니다. 다른 의미로 확장한다면 흥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사실 이 단계에서 많은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이 고민하기도 하며 누군가가 말해주는 직업을 고려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탐구가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 직업적인 것에 국한되기보다 내가 좋아한 순간, 그리고 즐겨하는 취미로 생각하여 확장한다면 내가 관심 있고 흥미 있는 것을 찾기가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스마트폰의 유튜브를 보는 것이 즐겁다면 왜 즐거운지 그리고 어떤 것이 내가 계속 유튜브를 보게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 생각의 결과로써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영상이 좋다면 내가 동물에 흥미가 있고 귀여운 것들을 애정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누군가를 돌보는 직업과 동물에 대한 흥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정말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 죽이기용 킬링 타임 영상을 본다고 한다면 그 영상 속 내가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정말 무모해 보이거나 바보 같은 행동이라 하더라도 내가 왜 그러한 자극적인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나의 흥미 영역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CAN 즉, 적성과 역량입니다. 이전 두 단계가 나의 성향 그리고 관심과 흥미에 대한 주관적인 것들이 위주가 되었다면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나의 적성과 역량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수영에 관심이 있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 같아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신장과 팔의 길이가 무척 작거나 짧다면 이는 내가 꿈꾸는 수영선수가 되기엔 다른 이들보다 많은 장벽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영선수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수영을 하면서 내가 직업적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이 적성과 역량에는 타고난 환경의 자원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그것에는 경제적인 능력 또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것이 선수로서의 경쟁이 아닌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어떤 명 강사님이 적성과 흥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 중에 적성을 표현하셨을 때 '남들이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내가 하면 저것보단 잘할 수 있겠다.'라고 느끼는 것이 적성이라고 표현한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스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나의 자아가, 그리고 자존감이 말하는 소리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백히 진로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고려해야 하는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찾았다면 세 원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것들을 발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 교집합에 해당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적합한 진로/직업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지금의 나'로 제한하는 것은 사람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CAN 즉 적성이 당시에는 별로 없어 보여도 꾸준한 학습과 훈련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면 교집합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다른 두 영역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만약 이 교집합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음 단계에 따라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첫 번째, 자기 이해에 대한 3요소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눈에 보이게 표로 만들거나 마인드맵을 만드는 등의 눈으로 볼 수 있게 유목화한다면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각 요소별 목록을 작성했다면 내가 기존에 생각하던 것들과의 비교가 필요합니다. 머릿속으로 떠도는 것들과 실제와의 차이를 생각하며 자기 이해에 대한 추가적인 탐색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기존에 생각했던 '나'와 실질적으로 객관화된 '나'의 차이를 생각하며 이 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탐구해보아야 합니다. 이 단계의 중요한 점은 성장하려면 해야 하는 스스로가 가진 나에 대한 인식의 '비교'입니다.
세 번째, 위 단계를 완료했다면 중첩된 부분에 무엇이 들어갈 것인지 찾아야 합니다. 공통되는 속성을 찾아서 가운데에 적어 본다면 이를 더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단, 이 단계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집합 자리에 채우는 것이 아닌 채워지지 않은 것들이 3요소 중 어떠한 것들이 부족했는지 제외된 직업대안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작업을 거친다면 단순히 중첩 부분에 목메는 것이 아닌 내 가능성의 폭을 더욱 넓혀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 단계는 중첩 부분을 성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 단계부터가 실질적인 진로 설정단계, 그리고 취업 준비 단계가 될 것입니다. 중첩 부분에 많은 내용이 들어갔다면 공통된 속성부터 이루어 나가 직업 대안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직업대안은 우리가 한 직업에 도전하여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노력과 피드백 단계입니다. 위 작업들은 단순히 내 머릿속으로만 계산하고 계획한 단계임으로 분명한 오차가 있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계획한 것들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며 지속적인 수정을 하는 것입니다. 이 수정과정에서 힘이 들다면 전문가의 피드백을 요청하여 진행한다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과 관련해서는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잘못 알려진 안데르스 에릭손(K. Anders Ericsson) 교수님께서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교육자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시한 것을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친다면 진로에 대한 자신의 성격, 욕구, 능력을 살펴보다 적합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장에 언급했듯 직업은 우리에게 자기 인식과 자아 존중감, 사회적 연결을 야기하는 중요한 삶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예전과 달리 하나의 직업을 평생 고수하는 일이 적어진 현대사회에서 나의 진로,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늘 나에게 새로운 선택을 강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강요로 인한 심리적 불편감과 자신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때 위의 방법을 사용해 보신다면, 내가 하고 싶고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장에는 이렇게 진로, 직업에 대해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로상담학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용이 길어져서 내가 종사하는 직업 인식의 재구조화에 대한 것은 다음장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