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에는 욕심을 부려야 합니다.
'지금 애인도 충분히 좋은 사람인데 전 애인이 자꾸 생각나요...'
'전 애인과 저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어서 지금 애인에게 너무 미안해요...'
'분명 이게 나쁘다는 건 아는데.. 자꾸 비교가 돼요.. 전 애인이 생각나요'
위와 같은 전 애인과 현재 만나는 새로운 인연과의 비교로 인한 심리적 불편감은 이별 상담, 애도 상담에서 다루게 되는 많은 주제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중 일부와 '연인'이라는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사실 상담사로서 또 심리학자로서 '연인'이란 관계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가장 어렵고도 복잡한 가능성을 가진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연인이 되는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이 연인이란 관계가 유일하게 새로운 관계인 '부부'로 서의 가능성을 내포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연인관계는 부부로 발전해 가는 '관계 과정 속의 관계'라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연인 관계를 통해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해 나가며 나와 평생을 같이 할 '배우자'라는 사람을 선택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 만은 않기에 다양한 위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거나 자신과 상대방이 잘 맞지 않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우리는 가슴 아픈 '이별'이라는 선택을 통해 관계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납니다. 모든 이별 즉, 상실은 마냥 깔끔하지 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애도와 상실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그리고 소위 말하는 미련 없는 '깔끔한 이별'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연인과 같이 추억을 쌓은 시간 이상으로 심리적 불편감을 경험하며 일상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편감은 심각할 경우에는 새로운 연애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등의 임상적 증상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증상을 상담하는 것은 언젠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더라도, 사실 이 이야기를 한 것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방금 전 소위 말하는 미련 없는 '깔끔한 이별'이 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심리적 불편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할 '전 애인과의 비교'는 미련 없는 깔끔한 이별이 이루어지더라도 분명히 발생할 수 있는 '비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 겉으로만 본다면 상당히 모순적인 이야기일 것입니다. '나는 분명 미련 없이 헤어졌는데, 다시 돌아가도 헤어질 텐데 왜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비교를 할까?' 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혼란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혼란감은 지금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주기도 하며 올바른 연인 관계 형성에 큰 위험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99%가 전 애인보다 좋은 점이어도 1%의 못한 점이 있다면 비교가 된다.'
물론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심지어 전 애인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한 번쯤 전 애인과의 비교를 한 경험이 있곤 합니다. 이렇게만 들어본다면 우리는 관계에 있어서 멍청이고, 바보고 또 한없이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욕심 많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정말 그럴까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현저하게 좋은 사람을 만나도 '비교' 하게 될까요?
첫 번째 이유로는 지난 장에 이야기를 나눈 비교의 두 가지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앞으로 모든 비교 사례에서 이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다가갈 것이기도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전 애인과 비교를 하는 이유는 바로 '본능적인 수준의 자기 평가'를 위해서입니다.
자 우리의 청소년기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는 어렸을 때 어떠한 사람을 만나고자 했나요? 당신의 이상형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정말 그러한 사람들만 만나왔나요? 이 질문에는 아마 대부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상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은 호감에서 시작한 관심 혹은 첫눈에 반한다는 정말 극적인 경험을 통해 다양한 연애를 해왔을 것입니다. 또 한 번에 결혼하는 정말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번 이상의 헤어짐을 경험했습니다. 자 이때, 우리가 헤어진 시점에서 다른 연애를 생각했을 때 '당신은 지금과 똑같거나 더 좋지 못한 연애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더 좋은 연애를 위해 노력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는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전 연애보다 좋은 연애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이 바로 비교를 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의 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좋은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 먼저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물론 이때 좋은은 사람은 '이전에 만난 전 애인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좋은 선택을 위해 '전 애인과의 본능적인 비교'를 하게 됩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본다면 사실 연애 즉 내가 만나는 상대방은 나의 가치감과 자기 평가에 정말 직결적으로 연결되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이 사람이 잘 맞는지, 혹은 나보다 못하게 느껴지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자료로서 이전 애인과의 비교를 하게 됩니다. 만약 그 사람보다 못하다면 당연히 그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될 것이며, 더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 다면 그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분명히 현재 애인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전 애인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두 번째 이유와 직결될 것입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닙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실 바보가 아닙니다. 즉, 이전 애인과 어떻게 헤어지던, 혹은 정말 나쁜 사람이었건 우리는 바보가 아니기에 그 사람에게 끌렸던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이유로 호감을 가지게 되며 연인관계로 발전해 갈 무언가를 경험했기 때문에 연인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장점을 기억하고 새로운 연인관계에서 그와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애인이 모든 면에서 더 좋다고 하더라도 일부 측면에서 이전 애인과 못하거나 덜한 것이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됩니다. 설령 그것이 잠시간 보인 긍정적인 측면, 예를 들어 아주 간단한 집에 바래다주거나, 먹을 것을 잘 사주거나, 심지어 외적으로 뛰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99%가 전 애인보다 좋다고 하더라도 1%가 그렇지 못한다면 비교를 하는 우리가 욕심쟁이처럼 느껴지고 죄책감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여러분들께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우리는 욕심쟁이면 안될까요?' 저는 상담자로서는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관계에 있어서는, 특히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욕심쟁이'여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연인 관계는 부부관계로 가는 관계 과정 속의 관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다양한 것들을 욕심내야 합니다. 반대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부분에서 부족한 연인을 만나 그 연인과 배우자로 이어지고 싶습니까? 물론 연인, 부부관계에서는 서로가 양보하며 배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것은 서로가 원하는 욕심 즉, 욕구를 숨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드러내고 서로 부딪혀 가며 절충안을 생성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작업을 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래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관계에서 욕심 내는 것은 필요합니다. 욕심을 내는 것은 더 나은 연애를 위한 당신의 노력일 것입니다. 비교에 죄책감을 가지는 당신에게 저는 죄책감을 가지는 것이 아닌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를 당연한 일로 여기고 적절히 해소할 수 있다면 당신은 보다 성숙한 연애의 과정으로 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에 대한 전제 조건은 이러한 비교가 전 애인을 덜 잊거나 애정이 남아있어서 하는 '미련에 의한 비교'가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나타나는 비교는 위와는 전적으로 다른 심리적 이슈입니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는 미련에 의한 비교를 할 경우 어떻게 애도와 상실을 시작해야 하는지와 이러한 관계 속 올바른 비교를 할 것이며, 어떻게 이를 적절히 해소하고 보다 성숙한 연애로 성장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