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뮤지컬 관극
내게 뮤지컬은 중고등학교 시절 '스쿨 오브 락', '캣츠', '위키드' 등 음악시간에 틀어주던 빔프로젝터에서 본 영상이 전부였다. 뮤지컬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모르고 그저 영화 속에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운드 오브 뮤직', '원스', '라라랜드' 또한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그저 ost가 좋고 유명한 영화들이라는 생각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2019년, 나는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다. 처음에 뮤지컬을 보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뭐 극장 가서 영화를 보는 건가 싶었다. 자고로 그땐 뮤지컬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 중간에 ost를 배우가 연기하거나 직접 부르는 것이라고 머릿속에서 정의를 이미 내린 상태였다.
관심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 일정도 아닌 내돈내산으로 직접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유럽 여행 중 하루를 일정 잡아가는 것이었다.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는 거에 있어서 호감도가 높았던 나는 별 탈 없이 긍정했다. 때마침 라이온킹 뮤지컬이 영국 투어를 온 기간과 맞닥뜨리게 되어 우리는 운이 아주 좋았다. 세계적으로도 매우 유명하고 원어로 본다 해도 큰 언어장벽이 없을 뮤지컬을 우연찮게 갈 수 있었으니! 엄청나게 큰 대극장, 친구들과 나는 3층 앞열에 앉았다. 3층임에도 가격은 상당했다. 당시 가격으로 20만 원 좀 더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학생이던 나는 영화 한 편에 20만 원을 넘게 쓴다는 느낌이었고, 이 라이온킹을 내 뇌리 깊게 박히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하나도 빠지지 않고 봐야겠다고 다짐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라이온킹의 1막 내내 잠들었다.
'circle of life'
나주평야로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넘버가 끝나고 하쿠나 마타타가 나오기 전까지 푹 잠들었다.
1막의 시작 넘버 이후 1막의 마지막 넘버 나오기 전까지 기절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 몸이 피곤한 것도 일조했지만, 극이 너무 잔잔했다. 물론 무대 위 배우들의 동물 연출이 매우 신기하고 아름다웠지만, 잔잔함을 견디지 못하고 고요히 잠들었다.
기존 애니메이션의 순수함과 재미났던 동심과는 매우 달랐다. 아무래도 실제로 움직임을 표현하고 그 느낌을 나타내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기에 연출이 그랬구나..라는 생각으로 여러 후기를 찾아보았다. 아뿔싸, 왜 다 잘 봤다는 후기밖에 없을까..? 나는 라이온킹 뮤지컬의 꿀잠 이후,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혹은 애니메이션과 실제 사람이 나오는 작품들엔 눈길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뮤지컬도 내 삶에서 점차 희미해졌다.
이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뮤지컬에도 여러 장르가 있고, 내 체질 상 그러한 뮤지컬과 맞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