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멤피스
혜화, 대학로
대학로가 위치한 혜화는 뮤지컬과 연극의 성지이다. 많고 많은 소극장에서 수도 없이 많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흘러나오는 대학로. 커플이라면, 커플인 적이 있었더라면 ‘옥탑방 고양이’를 보러 혜화를 한 번쯤은 가봤을 것이다. 물론 나는 본 적 없지만.
혜화는 본가와 너무 멀어 가기가 너무 쉽지 않기에, 끽해야 2번 정도 가본 것이 전부였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어쩌면 우연처럼, 아니면 운명처럼 나는 혜화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의도는 전혀 없었다. 누가 멀디 먼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겠다고 그 근처 대학원에 진학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냥 대학원 간다 말해도 미쳤냐며 한 소리를 듣는 와중에) 그렇게 회사와 학교와 집을 돌아다니며 살아갔다. 학교를 왔다 갔다 하면 대중교통에서 뮤지컬과 연극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고 들을 수 있다.
‘오늘 본진 봐서 넘 좋았어!!’, ‘넘버 가사 실수 봤냐 ㅋㅋ’ 등 분명 아는 단어지만 이해가 안 되는 문장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뮤지컬의 이름이나 내용, 배우들을 듣다 보니 뮤지컬과 나 사이의 단단하고 큰 장벽 사이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다시 뮤지컬에 진입할 장벽이, 허들이 낮아지고 있던 것이었다.
현재는 전 직장 동료지만, 같은 직장에서 매우 친하게 지낸(지금도 그렇다) 지인과 더불어 같은 팀의 팀원들 또한 뮤지컬 중독자들이다. 이제 더 이상 우연일 수는 없다. 뮤지컬 라이온킹을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2023년, 지인의 할인 찬스 덕에 뮤지컬 멤피스를 만나게 되었다.
뮤지컬, 멤피스
멤피스는 미국 지명의 이름이다. 때는 1950년대. 인종 차별과 갈등이 치솟아 오르는 당시였다. 흑인과 백인은 음식, 옷 심지어 듣는 노래조차 달랐다. 당시 흑인의 음악은 RockNRoll, 락앤롤이었다. 저질스럽고 우스꽝스럽다고 백인들에게 핍박을 받는 이 락앤롤에 멤피스 출신인 한 백인 청년이 락앤롤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청년의 이름은 ‘휴이 필립스’. 휴이는 락앤롤 음악에, 술에 취해 락앤롤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클럽 ‘언더그라운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펠리샤’를 처음 만나고 라디오 DJ가 되고 싶었논 그는 그녀의 노래를 세상 널리 알리고 싶은 꿈을 가진다.
이 운명 같은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해당 내용 전부가 실화는 아니고 100%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실제 라디오 DJ로 흑인 음악인 락앤롤을 세상 널리 퍼뜨린 DJ는 ‘듀이 필립스’라는 실존 인물이다. 뮤지컬에서의 펠리샤 즉, 락앤롤을 부르던 흑인은 그 유명한 ‘앨비스 프레슬리’이다. 그의 음악은 세상 전부가 다 알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러한 서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멤피스에는 락앤롤과 재지한 넘버들이 수두룩 존재한다. 그중 당연 최애는 ‘Steal your rockNroll’, ‘Memphis lives in me’와 ‘Colored Woman'이다.
‘Steal your rockNroll’은 누가 들어도 너무나 신나는 넘버로 앙상블과 주연(휴이 & 펠리샤)의 댄스와 노래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휴이와 펠리샤의 각 솔로 ‘Memphis lives in me’와 ‘Colored Woman’ 은 각자의 감정과 상황을 너무 잘 담아냈다. 멤피스에서 라디오 DJ로 이름을 알린 휴이는 뉴욕의 한 음반사에서 스카우트를 받게 되고, 멤피스 출신인 휴이는 멤피스를 떠나기 싫음에 멤피스를 부른다.
노래만 듣고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이 흑인임에 다시 핍박을 받게 된 펠리샤는 실망하며 이 넘버를 부른다. 그래도 나아가고자 그다음에 ‘Someday’를 부르며 희망을 꿈꾼다.
그 당시 캐스트는 휴이 역에 고은성 배우님, 펠리샤 역에 유리아 배우님이셨는데 이 이후로 나는 유리아 배우님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마리퀴리, 노트르담 드 파리, 영웅 또한 관람하게 되었다. 연뮤덕의 본진은 하늘이 점지해 주시는 거라던데 이 모든 게 짜인 시나리오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큰 땅덩어리 미국에서 한 라디오 DJ와 락앤롤 가수의 인생이 얽혀 전설적인 뮤지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연이면 우연, 운명이면 운명. 아마 멤피스 지역에서 락앤롤이 알려지지 못했어도,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든 얽혔을 것이다. 내가 결국 뮤지컬과 다시 만난 것처럼…
사람들은 말한다. ‘뮤지컬 그거 비싸기만 하고 그냥 2시간짜리 무대 보고 오는 거 아니야?’
나는 대답한다. ‘그냥 노래가 아니야, 그냥 춤이 아니야. 이야기의 실제 인물을 보고 듣고 오는 거야.’
어릴 적 책을 읽고 느낀 점과 배울 점을 작성해서 내라는 독후감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라 그런 단어들을 보고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상태로 자라왔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그 2가지를 내가 찾으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오르게 만들어준다. 드라마와 영화보단 책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다독하는 사람도 아닌 나지만 이 뮤지컬이란 장르는 책보다 더 이입을 잘하게 만들어주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느낀 뮤지컬이었기에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이 장르에 끌렸고, 나는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박제된 넘버를 찾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비록 첫 뮤지컬 라이온킹 때 푹 잠들었지만, 4년이 자나 다시 만나게 된 뮤지컬인 멤피스는 나에게 뮤지컬의 재미와 감동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