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블데드
덥다. 너무 덥다.
이렇게까지 더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덥다. 지구 온난화, 녹는 빙하 등 지구의 기온의 상승을 이야기하는 단어들은 오늘날의 트렌드라 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다. 매해 역대급 더위를 갱신하는 이 지구는 어디까지 뜨거워질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인기를 얻는 축제가 있다. 바로, 워터밤. 워터밤 축제는 초창기 등장 때에 예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적 에버랜드에서 물총을 가지고 전국 각지 어린이들과 물총 싸움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성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물총 싸움을 하는 장면이 오버랩되어 생각이 났다. 워터밤은 사람들의 또 다른 기회의 이성 만남 장소였으며 여러 연예인들에겐 유명세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소이기도 했다.
구 원더걸스의 선미님, 아이즈원의 권은비님 등 많은 연예인들이 해가 거듭되는 워터밤 축제를 거치며 더 많은 인기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워터밤을 가본 적이 있는가? 없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고 그 많은 인파에서 콘서트처럼 뛰어논다..? 생각만 해도 벌써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어 진다. 그럼 이렇게 낯가리고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좋은 밤 축제는 뭐가 있을까. 바로 뮤지컬 이블데드의 블러드밤이다.
블러드밤
뮤지컬 이블데드는 아주 예전부터 이어진 오래된 작품이다. 영화 이블데드를 원작으로 하기에 그 영화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고전적인 작품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예전 웃음코드를 가지고 이어오고 있다.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포인트와 순간순간들이 있지만, 예전 개그프로를 본다고 생각하면 비슷하게 즐길 수 있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특별한 좌석을 운영한다. 보통은 VIP, R, S, A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지만 뮤지컬 이블데드는 해당 좌석들과 더불어 블러드밤석이라는 좌석을 제공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블데드라는 작품을 알아야 한다. 주인공 애쉬는 여자친구 린다, 자신의 절친 스캇과 그의 여자친구 셸리, 애쉬의 여동생 세럴 총 5명의 인원을 꾸려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지는 한 버려진 오두막. 여기서부터 Cabin In The Woods 가 떠오른다. 그들은 오두막에서 맥주를 즐기며 노는 도중 지하창고에 있는 죽음의 책 '네크로노미콘'을 발견하고 그 옆에 있는 카세트테이프 재생장치를 출력시킨다. 사실 그 오두막은 오랫동안 고고학자로 활동하는 한 남자의 거처였고, 죽음을 파헤쳐 '네크로노미콘' 책을 완성 후 해석본과 같이 지하창고에 봉인시킨 것이다. 우연과 실수가 겹쳐 그들은 네크로노미콘에서 좀비를 깨우는 주문을 실행시키게 되고 애쉬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좀비에게 물려 좀비로 변한다.
좀비로 변한 배우들은 2막 중간에 객석으로 난입한다. 좀비로 변한 상태로 블러드밤석에 앉은 관객들에게 피를 뿌린다. 마치 워터밤처럼!
블러드밤석 관객들에겐 우비가 제공된다. 좀비가 아닌 좀비로 변한 배우분들이 직접 피를 뿌리기에 일부러 맞으러 온 사람처럼 보인다면 더 많이 더 잘 뿌려준다는 후기가 있었기에, 우비 위에 하얀 티를 입고 갔다. 후기는 100% 실화였다. 피가 들어간 풍선을 바로 눈앞에서 터뜨리고 머리 바로 위에서 피를 뿌리곤 했다. 물론 실제 피가 아닌 빨간 물감이다. (수용성이라 세탁 한 번이면 깨끗하게 없어짐) 배우분들이 피를 마구 뿌려주실 때에 느꼈던 감정이 너무 웃기고 어이없었다. 개울가에서 연인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는 것처럼 따뜻한 감정도 들었고 아 워터밤에 가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감정도 들었다. 무서운 느낌은 전혀 없었다. 비록 좀비가 나오는 작품임에도 오래되었기에 무서운 느낌보단 신기하거나 코믹함이 강했기에 무서운 감정은 없었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면 워터밤이 아닌 블러드밤을 추천한다. 워터밤 티켓을 구하는 게 쉬운지 어려운지는 잘 모르지만 블러드밤 티켓을 구하는 게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난 다짐할 수 있다. 이런 이벤트 석은 더 즐기기 쉽게 많이 열어주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