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하면 어디 가서 명함 정도는 내밀 수 있다고 자부하는 나는 여러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프랑스 배경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뮤지컬의 시작이 프랑스는 아닐 테지만 뮤지컬 용어에는 프랑스어가 줄곧 등장하곤 한다. 주로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인 '마티네'는 평일 낮 공연을 의미하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아침'을 뜻한다. 일맥상통한 의미는 아니지만 뭐 비슷하게 쓰이니 그래도 프랑스 문화가 접목된 뮤지컬이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에서 뮤지컬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왜 프랑스가 배경인 뮤지컬이 많을까 라는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빅토르 위고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빅토르 위고
역사상 위대한 프랑스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 휘하의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왕당파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빅토르 위고는 11살이던 해에 자신의 일기장에 이렇게 남겼다. '샤토브리앙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샤토브리앙 또한 프랑스의 대문호로 뽑히는 유명 작가이다. 11살일 때부터 문호를 꿈꾼 빅토르 위고는 20살이 되던 해부터 프랑스 전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을 강타하는 걸작들을 쏟아낸다. 레 미제라블을 집필하는 와중에 보궐 선거로 국회의원이 되었다가 모종의 이유로 반정부 인사로 낙인이 찍혀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그의 창작열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빅토르 위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많은 작품들을 집필해 낸다.
그럼 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은 다 프랑스 배경인가? 그렇지도 않다. 빅토르 위고가 칭한 자신의 가장 걸작인 '웃는 남자'는 뮤지컬로도 유명하지만 배경은 영국이다. 또한 '왕은 즐긴다'라는 오페라 '리골레토'로 재탄생된다. 그만큼 여러 나라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 있는 프랑스는 위고뿐 아니라 여러 문화적 혁명을 거치며 많은 작품들과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추후에 얘기하겠지만 그런 예술가들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도 많기에 프랑스가 배경인 뮤지컬이 많다고 더 잘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 여행을 하며 느꼈던 점이 있다. 물론 지저분하기로 소문난 파리를 제외하고 여러 소도시들을 돌아다닐 때에 내가 화가, 작가, 음악가 등 예술가였다면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곳이 넘쳐나지만, 악상과 글감을 떠오르게 하는 곳들이 넘쳐났다. 대표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은 프로방스였다. 에밀, 폴 세잔 등 저명한 예술가들이 있었던 프로방스는 여러 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느낄 수도 있었고 당장이라도 이젤을 펼치거나 펜을 꺼내 들고 싶은 장소가 많았다. 이런 아름다운 곳들을 많은 극작가들이 다녀가며 좋은 작품들이 탄생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배경의 아름다운 작품을 뽑으라 하면, 단연컨대 서사도 아름다운 '시라노'를 뽑을 것이다.
뮤지컬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시'를 쓰는 것이 지혜였으며 '검'을 쓰는 것이 힘이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휘어잡는 남자는 '시라노'. 하지만 큰 코로 인한 외모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자신의 짝사랑에게도 말을 못 건네는 사내였다.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 그들의 이어짐을 편지를 대필함으로 도와주게 되는 뮤지컬 시라노는 옛 감성들을 자아낸다.
뮤지컬 시라노의 원작을 쓴 '에드몽 로스탕'은 프랑스의 극작가였다. 프랑스 연극을 번창시킨 주 인물로도 꼽히는데 이들이 썼던 극의 대표 내용은 주로 낭만주의였다. 시대상과 그들의 문화와 사상이 만나 이런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한 것 같다. 뮤지컬에 큰 관심이 없을 당시의 프랑스 여행에서도 여러 극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지금 다시 갈 수 있게 된다면 또 다른 큰 의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