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좋아한다. 주종도 상관없이 좋아하기에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고 많은 술을 계속 접했다.
체코를 여행하는 도중 압생트라는 술을 만나게 되었다. 압생트는 모르는 사람들에겐 고흐의 귀를 자른 술로 유명했다. 고흐가 압생트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자화상을 맞이하고 자신의 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잘랐다는 가설이 있다. 압생트에 들은 마약성분으로 인해 환각을 보고 살았다고 하지만 현시대에서 접할 수 있는 압생트에는 그런 마약 성분이 존재하지 않다.
그렇게 처음 마셔본 압생트는 쓰디 쓴 약초를 먹는 느낌이었다. 색도 파릇파릇한 초록색이기에 술을 마시는건지 풀을 뜯어먹는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끝맛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마지막 기억은 새벽에 일어나 내 위를 게워내던 것이었다.
이 쓰디쓴 압생트는 하지만 예술가들의 술이었다.
여러 뮤지컬을 접하다보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술이다. ‘빈센트 반 고흐’에서도 ‘에밀’에서도 유럽의 예술가들은 이 압생트를 꼭 힙플라스크에 넣어 소지하고 다닌다.
빈센트 반 고흐는 이 압생트를 물처럼 계속 마시고 에밀은 비싼 술이 집에 넘쳐도 압생트를 꼭 마신다. 뮤지컬 에밀에서 에밀 졸라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비싼 술을 먹어도 압생트만한 건 없다고. 가격도 저렴하고 술맛도 그에 맞게 저렴한 이 술은 예술가들의 어려웠던 사정을 대변하는 느낌을 준다. 에밀 졸라처럼 성공한 예술가여도 초창기적 힘든 시절을 같이 보낸 압생트를 다시 찾는가 하면, 빈센트처럼 힘든 삶을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두 뮤지컬을 보고 나니 한국인들에게 압생트는 마치 소주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체에서 봤던 내용인데, ‘소주는 늘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서 찾게 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에밀 졸라가 압생트를 찾는 이유와 매우 유사하다. 한국의 압생트와 유럽의 소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기운을 주지만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니 과도한 음주는 역시 건강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