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유월드
어수선한 소음에 눈을 뜨니, 아이들은 이미 블루록을 시청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아이 둘이 푹 빠져 있는 축구 애니메이션이다. 우리 신랑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떠들던, 자기 몸에 올라타던 전혀 불편해하거나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끄럽게 떠들어도 우리 신랑은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기에, 각자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 홀로 산책을 나왔다.
진도에는 매년 3월 말 경에 잠깐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이유명하지만 솔비치 산책로에는 매일 간조시간에 맞춰 열리는 작은 바닷길이 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그곳이 신비의 바닷길인 줄 모르고 그냥 솔비치 전용 해안인가 보다 하고 산책 중에 잠깐 들렀었다. 이번에는 진도 명소를 검색하다가 이게 그 유명한 신비의 바닷길이란 걸 알고 꼭 제대로 봐야겠다고 작정했는데, 내가 내려간 시간은 바닷길이 열린 지 한참이나 지나간 시간이었다. 햇빛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혼자 산책하니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중간중간 산책로를 뛰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멋져 보이고 부러웠다.
체크아웃을 하고 라운지 카페에서 빵과 케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여수로 출발했다. 여수의 첫 목적지는 여수 여행가이드인 큰아이가 준비한 (급히 검색해서 찾은) 유월드라는 곳이다. 티맵에 표기된 예상시간은 2시간 48분으로 상당히 먼 거리였다. 여수로 가는 길은 상당 부분 어제 우리가 다녀온 해남이었는데, 우리가 갔던 바다 끝 해변지역은 극히 일부였는데, 여수로 가는 길에서 만난 해남은 넓은 평야의 농촌마을이었다. 왜 우리 신랑은 해남-진도-여수의 코스에 대해서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진도-해남-여수로 갔으면 더욱 자연스러운 코스가 됐을 것 같은데, 해남이라는 목적지를 두고 그 근처에 있는 대명리조트를 끼워 맞추기를 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나의 계획에 그리 불편없이 따라주는 신랑이라 이런 오류를 범했음에도 지적하지 않았나 보다.
유월드라는 곳은 여수 어딘가에 있는 산길을 타고 올라올라 가니 나타나는 다양한 액티비티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과 키즈카페까지 갖춘 곳이었다. 그중에서 큰아이가 픽한 액티비티는 루지, 레이저아레나였다. 속도감이 무서운 작은아이와 곤돌라가 무서운 큰아이는 가장 최소 횟수인 루지 2회권을 요청했다.
티켓박스 옆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핼맷을 각자의 사이즈에 맞게 골라 쓰고 탑승장으로 갔다. 처음 타는 사람들을 위한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니, 간단한 안전교육 및 작동방법을 가르쳐주셨다. 흔히 보던 미니카인데, 자전거핸들과 브레이크가 달려있어서 작동은 어렵지 않았다. 초반에는 높은 곳에서 출발하다 보니 속도감이 있어서 살짝 무서워서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갔다. 신랑과 큰아이는 앞으로 쭉쭉 나가는데, 작은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살짝 뒤를 돌아봐도 가까이에 보이지 않아서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기다리니 작은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중간중간 너무 느려서 차가 멈추었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다시 내리막길이 나올 때까지 움직여줘야 했다. 1회 탑승이 끝나자 모두 할 말이 많아 여기저기 모험담을 들려주기에 바빴다. 큰아이는 빨리 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느 꼬꼬마 운전자가 너무 천천히 가는 바람에 병목현상이 발생했다고 불평이 많았다. 아마 나와 작은 아이 뒤에 오시던 분들도 많이 답답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탑승장으로 올라갈 때는 사람도 차도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큰 아이는 무섭다며 내 손을 꼭 잡고 눈을 감고 가는데, 작은 아이는 몸을 앞으로 빼며 아래를 구경하면서 무서워하는 형을 놀려주었다. 곤돌라를 타며 핼맷을 많이들 떨어뜨렸는지, 곤돌라 운행길 아래 안전망에는 엄청 많은 핼맷과 개인 소지품들이 가득했다.
작은 아이까지 자신감이 붙은 2번째 탑승에서 모두 쌩쌩 속도를 내며 달렸다. 나도 작은아이 속도에 맞춰 달렸는데, 이번에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었다. 큰아이는 자기가 1등으로 도착했다며 신나 했고, 둘째 아이는 더 타고 싶다고 온몸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는 계획된 대로 레이저아레나로 이동했는데, 한 시간을 대기해야 한단다. 신랑은 기다리는 게 싫어서 그냥 가자하고, 작은 아이는 루지나 더 하자하고 또다시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결론은 여행가이드인 큰 아이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3시 40분, 4시, 4시 20분 3차례를 하는데, 단체전 개인전 단체전 순이었다. 레이저 부분을 손가락으로 정확히 막은 후 적의 앞을 맞추면 수명 1개, 등을 맞추면 수명 2개가 깎이고 죽으면 10초간 내조끼의 불이 꺼지고 총발사가 안된다. 단체전은 미로같이 꾸며진 공간에서 녹색팀, 주황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진행하는데, 8분 동안 주황팀을 사격하는 거다. 8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여기저기 주황조끼를 쫒아다니다 보니 장난이 장난이 아니게 몰입되고 꽤 운동이 되는 게임이었다. 대부분 2-3회 건을 끊고 하는 거라 2번 계속 같이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어떤 청년이랑 경기 중에 계속 서로를 공격하다가 낯이 익어서 경기하면서 서로 공격하며 웃기도 하고, 헤어질 때는 인사도 하게 되었다. 작은 아이는 손이 작아서 레이저 차단 부분을 잘 못 막아서 두 번째 게임까지는 열심히 해도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세 번째에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개인전에서 신랑 3등, 큰아이는 4등을, 단체전에서는 모두 우리 그린팀이 패배를 했으나 팀 내에서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최고의 성적을 냈다. 3경기를 끝내니 땀이 범벅이고 모두 즐거워했다. 다만, 나는 계속 배가 아파서. . 끝나고 화장실로 달려갔으나 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해찬이의 계획에는 나를 위한 1500평짜리 카페 투어가 있었으나, 나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다음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