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딸기모찌-해운대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갔다. 아침을 먹고 바로 부산으로 이동하려는데 여수에 왔으니 여수딸기모찌를 꼭 먹어야 한다고 작은 아이가 말했다. 잠깐 잊고 있었는데, 여수딸기모찌는 지난번 우리가 여수에 와서 가장 맘에 들었던 특산품이고, 우리는 여수딸,기모찌라고 부리곤 했다. 큰 아이도 꼭 먹고 가고 싶다고 작은아이의 의견에 힘을 실었고, 검색해 보니 국밥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었다. 비만 아니면 걸어가겠지만, 비가 너무~많이 쏟아져서 우리는 차로 이동했다. 헉, 그런데 근처 매장은 닫혀있었고, 우리는 다시 길을 돌아 본점으로 향했다. 본 점은 번화가(?) 큰 길가에 있어서 우리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길가에 잠시 세워두고 내가 나가서 사 오려고 했다. 그런데 평일임에도 본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우산도 꺼내지 않은 상황이라, 그 비를 다 맞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우리는 매장에서 딸기모찌 사는 걸 포기하고, 여행이 끝난 후에 택배배송으로 사 먹기로 했다. (여행 후 집에 돌아와 여수딸기모찌 본점에서 택배로 최소구매인 10구를 구매했고, 바로 익일에 아주 잘 포장되어 도착했다.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하면서 허겁지겁 먹었지만, 3개 이상을 먹지 못했고, 남편도 너무 달다며 한 개만 겨우 먹었다. 역시 입이 짧은 가족들이다. )
부산으로 가는 길보다 부산에 도착해서 시내를 통과하여 소노캄 해운대까지 가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역시 부산광역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만에 번화한 도시를 방문하니 조금 아이들은 서울만큼 멋지다며 신기해했다. 인천도 광역시인데, 아이들은 아파트단지 주택가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아주 시골에 사는 아이들처럼 높은 건물과 넓은 도로를 보면 신기해한다.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푹~자고 일어난 아이들은 여기저기 부산 시내를 구경하느라 차가 많이 막히는데도 우리는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더불어 여수에서 무작위 하게 쏟아지던 집중호우는 멈추고 구름이 뜨거운 해를 가려서 해변에서 놀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소노캄 해운대에 도착하니 모든 대명리조트에서는 걱정하지 않았던 주차문제가 생겼다. 소노문 해운대는 선착순 20대만 주차가 가능하다나? 우선 도착해서 주차장으로 향했으나 역시나 만차라며 호텔 정문 쪽 타 건물에 하루 2만 5천 원으로 주차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미 예상한 바라 바로 주차하고 짐은 호텔 로비에 맡긴 후 해운대로 나갔다. 내가 보통 알던 해변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보통은 해변이 있어서 그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된 느낌이라면, 이곳은 도시에 딸린 해변 같은 느낌이다. 휴양지 느낌보다는 일상의 생활공간 아니 비즈니스 사무공간의 느낌마저 들었다. 아,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강느낌? 아.. 한강 수변공원 같았다. 아이들은 바로 수영을 하고 싶어 했지만, 체크인 후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하기로 합의를 봤다. 스타벅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샌드위치도 먹을 만한 음식들은 거의 재고가 소진된 상태였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음료만 마시고 맥도널드로 이동해서 치킨과 핫도그를 추가로 먹었다. 해운대 앞 맥도널드는 나름 한껏 꾸민 것이겠지만, 벽면 장식과 패턴이 너무 복잡해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어질어질.
우리는 오션뷰를 예약했는데, 해운대에서 호텔까지 빌딩숲으로 가득 찬 거리라서 어떻게 오션뷰가 나올까 걱정했는데.. ㅎㅎ.. 체크인하고 들어간 숙소는 14층 끝방으로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원룸이 아닌 거실과 침실로 분리되어 있었다. 소노캄 해운대 호텔은 2024년도에 생긴 거라는데, 신축건물은 아니고 기존 다른 숙박업체를 대명에서 인수하고 리모델링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실 한쪽 끝 작은 창문으로 빌딩사이로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내가 경험하던 그런 통창의 오션뷰가 아니긴 했지만, 빌딩들 사이에서 바다가 보이는 작은 창문을 내서 오션뷰를 만드느라 참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창문을 열고 소파에 앉아 있으면 푸른 바다와 함께 바닷소리가 들이니 여행 온 느낌이 제법 났다. 잠시 쉼을 가진 후 모두 수영복차림으로 해운대로 향했다. 4차선 도로와 높은 건물들 사이를 수영복 차림으로 걸어 다니니 뭔가 낯설었다.
해운대 앞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아이는 크록스신발로 인해 상처 난 곳에 붙인 밴드가 떨어졌다며 밴드가 없이는 따가워서 바닷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난감해했다. 남편은 급하게 밴드를 사러 되돌아갔고, 남편이 오기 전에 나는 튜브에 바람을 넣은 곳을 찾으러 먼 곳까지 걸어가야 했다. 역시 번화가 해운대라서 키오스크에서 선결제를 하면 튜브에 공기를 넣어준다고 하는데 나는 휴대폰만 들고 있었고 나는 애플페이도 삼성페이도 안 됐다. 나는 다시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돌아갔고,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남편이 온 후 다시 키오스크에서 튜브에 바람 넣기를 결제를 하는데, 남편은 왜 돈을 내고 튜브에 바람을 넣냐며 자기가 직접 입으로 불겠다고 투덜거렸으나 이미 밴드를 사러 간 신랑을 10분 넘게 뜨거운 햇빛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차라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가족들과 여행에서 숙소나 음식등 큰돈을 소비하는 데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에는 액수가 크던 적던 까탈스럽게 따지는 경향이 있다. 웬만하면 신랑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오늘과 같이 여러 가지 상황이 엮여있는 상황에는 내 선에서 결정을 내리곤 한다.
오전에 비가 왔었고, 하늘이 약간 흐려서인지 바다에 들어가니 와우 처음엔 생각보다 바닷물 속이 너무 찼다. 한번, 두 번, 세 번.. 높은 파도에 맞다 보니 어느새 몸은 다 젖였고 찬 느낌도 옅여졌다. 와우 파도가.. 웨이브파크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엄청 높고 셌다. 나는 새로 산 롱롱 튜브를 타고 파도에 올랐고, 해랑이는 수경, 수모로 세팅하고 파도가 올 때마다 잠수하며 피했다. 큰 파도가 오면 잠수한 해랑이 머리 위로 내 튜브가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깊지는 않았음에도 파도가 높으니 서 있으면 내 얼굴까지도 물이 올라왔고 파도는 내 머리 위를 덮치기가 일수였다. 그리 많이 놀지는 않았는데 (짧고 굵게) 해랑이는 모레놀이로, 해찬이는 발에 난 상처 때문에 아프다며 해변으로 나갔다. 신랑과 나는 조금 더 놀다가 해찬이가 부르길래 나가서 잠시 해변에 앉아있다 보니 점점 추워져서 다시 물속에 들어가지 못했다. 1-2시간? 정도 해운대에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저녁시간이다. 항상 메뉴선정이 가장 큰 문제다. 여러 가지를 검토하다 낮에 스타벅스를 가다 발견했던 ‘꽂게당’으로 가기로 했다. 들어가니 깔끔하고 내가 전화로 문의했던 걸 기억해서 자리를 안내해 주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좋았다. 대부분의 3-4인 세트메뉴는 간장게장을 포함하고 있어서 우리는 양념게장과 꽃게탕이 포함된 2-3인 세트에 간장세우 단품을 시켰다. 와우, 해찬이가 잘 먹는 건 예상했으나 해랑이가 폭풍 흡입하는 새로운 광경에 눈이 동그래졌다. 밥 2 공기를 각각 하나씩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밥밥을 외치는 해랑이. 공깃밥 추가, 추가, 추가해서 공깃밥을 총 5 공기를 먹었다. 거기다가 양념게장도 추가해서 먹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거의 2 공기를 다 먹은 해랑이는 배가 부르다며 나가서 놀았다. 해찬이와 신랑은 꽃게탕으로 2차전을.. 거기에 라면사리까지 모두 만족하는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기념품을 사러 해리단길을 갔다. 부산관광지도에서 '해리단길'을 봤을 때 왠지 굉장히 익숙해서 엄청 유명한 곳인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가 보다 했다. 그래서 검색하니, 서울 이태원에 있는 '경리단길'의 컨셉을 적용한 곳이었다. 부산 관광책자에는 예쁜 카페들과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샵이 많다고 했는데, 지도를 보며 10분을 넘게 걸어가서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몇 개의 의류샵, 카페가 있긴 했는데, 유명한 거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서 제대로 찾아온 건가 의구심이 들어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있는 곳이 '해리단길'이 맞긴 했다. 걷기에 지치고 이 거리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모두 잃은 아이들은 이미 입이 산만큼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전은 불가했다. ‘엄마, 걷는 건 좋은데요. 정확한 목적지를 알고 가면 안 돼요?’ ㅋㅋ 가다 보면 원하는 게 있을 거다, 없으면 말고-식으로 여행하는 엄마의 스타일에 힘겨워하던 큰 아이이의 외침이었다. 나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어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 20층에서 간단한 음료나 주류를 먹으며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다 하여 쌓아 놓은 빨랫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올라갔다. 그런데 7시 이후에는 미성년자가 이용할 수 없다 하여 애덜은 숙소에서 게임을 하고, 나와 신랑은 빨랫감을 세탁하는 동안 맥주를 마시며 포켓볼, 다트, 옛날 오락게임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수영복은 세탁만 하고 나머지는 건조까지 돌려야 해서, 세탁이 끝난 수영복을 가지고 나는 잠깐 숙소로 내력 왔다. 그런데 숙소에는 작은 아이만 있고 큰 아이는 편의점으로 간식을 사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뒤 큰 아이가 빈 손으로 들어오면서 나한테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하는 거다. 핸드폰을 보니 20통이 넘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이유인즉슨, 우리 아이들은 10시가 되면 휴대폰이 잠겨서 전화통화 외에는 사용할 수 있는 게 없다. 막상 편의점에 갔는데 막 10시가 넘어서 큰 아이는 결제를 할 수가 없었고, 나에게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전화했으나 내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나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바로 시간을 연장해 주었고 큰 아이는 다시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작은 아이한테 형이 없이 혼자 방에 있는 게 무섭지 않았냐고 묻자, 자기도 무서워서 이중 잠금장치까지 하고 방에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아이들이 많이 컸고, 스스로 살아갈 방안을 잘 찾아가고 있음에 너무나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