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11
큰아이에게 있어서 이 여행의 진정한 목표는 ‘크레이지11’에서 직접 축구화를 구매하는 것이다. 매장 오픈시간까지 요즘 핫하다는 광안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평일이었음에도 공용주차장에는 차가 꽉 차 있었고, 관리자분의 도움으로 어렵게 한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광안리 해변으로 갔다. 도심에 있는 해변이 있는 것은 해운대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해변대 주변 상권이나 구조가 제주도나 강원도의 해변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다만 광활한 바다에 긴 이층 다리가 있고 그 다리에 차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꼭 장난감들 같았다. 영종도에도 바다에 다리의 모습이 나오는데 같은 다리인데, 나의 편견인가? 영종도는 바다를 가로막는 답답한 느낌인데, 광안리의 다리는 좀 멋져 보였다. ㅋㅋ 밤에는 더 예쁘다고 하던데, 한번 보고 싶기도?
화장실이 급하다고 공중화장실을 찾으러 간 아이들에게 연락해 보니 공중화장실을 못 찾아서 스타벅스에 먼저 들어갔단다. 엄마가 스타벅스에 갈 걸 아는지라 밖에서 힘 빼지 않고 스타벅스에서 볼일보고 시원하게 기다리는 아이들을 현명하다고 해야 하나? 하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타벅스로 이동해서 차를 마시며 바다를 구경했다. 어제 해운대에서도 느꼈지만 부산 바닷가에 유난히 외국인들이 많다. 느낌상 절반 이상은 외국인들인 것 같았다. 광역시의 위력인가? 인천도 광역시이고 바다도 있는데.. 다른 느낌? ㅋㅋ
드디어 크레이지11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한 축구전문 매장으로 축구 관련 용품들이 가득했고, 큰 아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들 여럿이서 축구화를 신어보고 있었다. 신이 나고 바쁜 건 큰아이뿐이고, 나머지 셋은 매장을 두리번두리번거려봐도 관심 둘만한 아이템이 없다. 큰 아이는 자신이 모아놓은 용돈 내에서 축구화를 사는 게 목표지만 눈만 높아진 큰아이가 사고 싶은 축구화를 사기에는 역시나 부족하다. 아빠와 2주 용돈을 선불을 받는 조건으로 나이키 축구화를 샀다. 동해로 가는 차 안에서도 축구화를 끌어안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동해로 가는 길에 경주시를 지나면서 예전에는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항상 왔었다며 옛이야기나 역사 얘기도 하고, 경주에는 맥도널드도, 스타벅스도 모두 청기와 집에 매장이 있어서 재밌었다.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모두 잠이 들고 나도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 동해비치호텔에 도착했다.
이 지역은 약 30년 전 신랑이 군생활을 했던 곳이라 픽된 장소다. 30년 만에 오는 동해시는 신랑의 기억 속 장소와 매칭되는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는지 신랑도 어리둥절해했다. 바로 도착한 숙소는 딱 모텔 수준이었고 음, 청결상태나 가구나 소품도 모두 그 정도였다. 이미 눈이 많이 높아진 가족들은 그냥 만족하자라는 정도였는데.. 뷰, 바다뷰 하나는 그 어느 곳보다 정말 좋았다. 창문을 열고 모기장을 치면 바다내음도 바닷소리도 쾌청하게 드렸다. 벌써 저녁시간, 오늘은 무얼 먹을까? 주변 지역을 검색했지만 횟집, 카페 외에는 특색 있는 게 없었다. 그중 찾은 게 조개구이집. 다양한 음식을 먹고자 해서 모두들 동의하에 조갯집으로 이동했다. 구이와 찜 세트로 주문했는데, 역시 구이는 손이 너무 간다. 신랑은 손이 바쁘게 구워야 했고 그럼에도 아이들의 먹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다행히 그즈음 찜이 도착했다. 나는 조개는 별로라 전복죽을 시켜 먹었다. 이번여행에서 전복을 유난히 많이 먹는 느낌이긴 하다. 김치찌개에서도, 횟집에서도, 꽂게 집에서도, 조개구이에서도 전복은 빠지지 않고 먹었으니 말이다. 어제 꽃게당 저녁을 내가 쏘려고 했는데 카페이가 안된다 해서 오늘 조개구이를 쏘기로 했다. 다행히 조개구이 값은 꽃게당의 절반 정도라 행복한 마음으로 계좌이체를 했다. 지역에는 카카오페이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라 삼성페이도 애플페이도 안 되는 아이폰만 들고 다니는 나에게는 쇼핑이 쉽지 않았다. 뭐, 딱히 내가 돈 쓸 일은 없으니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내일은 일찍 움직여야 하고 또한 바다뷰를 백퍼 활용하자는 의미로 커튼을 열고 잠을 잤다. 여러 번 잠을 깼는데, 깰 때마다 달라지는 바다뷰가 너무 좋았다. 어두운 바다에 오징어배가 즐기하다가, 어두운 해수면에 붉은빛이 감돌다가, 어느덧 해가 낮게 떠오르고, 햇빛이 가득한 찬란한 바다가 되었을 때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