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여수

FINE DINNING

by 해나

소노캄 여수. 몇 년전에 큰 아이 동계훈련이 끝나고 여수여행을 왔을 때 동백꽃이 유명하다 하여 '오동도'라는 섬을 가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는 오동도 입구에서 뒤돌아 나와서는 소노캄 여수로 갔다. 그 때 로비가 참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다음 여행에는 꼭 한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배가 가라앉지 않아서 아이들은 잠시 애니메이션 시청 타음을 갖고 나는 신랑과 약을 사러 나갔다 왔다. 잠시 쉼을 갖고 나니 저녁메뉴를 고민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또 무엇을 먹을까? 오랫동안 운전한 신랑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큰 아이는 스테이크를, 작은 아이는 음~ 편의점 라면이 먹고 싶단다. 편의점 라면은 내 선에서 커트하고 주변에 고기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검색했지만 대부분 횟집이었다. 대명리조크니 CHEF's Kitchen도 고려대상이 되었지만, 내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이번에도 역시 제외하였다. 남은 것은.. 호텔 안에 있는 '마레첼로라는 ' 레스토랑이었는데, 다이닝 코스요리에 스테이크도 포함되어 있고, 스파게티류 단품도 있어서 가장 좋은 대안인 듯했다. 편의점 라면을 먹고 싶다던 작은 아이도 고급 레스토랑에 스테이크를 먹으라 하니 실룩실룩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마레첼로는 식탁 간 공간도 넓고 바다가 보이는 통창에 한쪽에 긴~와인냉장고, 중앙에는 피아니가 놓여 있었다. 첫 느낌에도 우리가 보통 다니던 평범한 레스토랑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내 컨디션도 좋지 않고, 작은 아이가 다양한 음식들을 좋아할지 알 수 없어서 코스 2개와 리조또,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테이블 세팅을 하러 오신 스테프가 코스요리는 어느 좌석인지 물어보셔서 우선은 아이들용으로 요청드렸다. 아이들 앞으로 나이프 2개, 스푼 2개, 포크 4개씩 세팅이 되자 우리 모두는 어리둥절하며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해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이 있어서 음식마다 사용하는 게 다 다르다고 대충 얼버무리기는 했으나 나도 신랑도 코스요리는 처음이라 모르기는 애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식전빵이 나오고 잠시 후 수프가 나왔다. 평상시에 수프를 잘 먹지 않는 애덜이라 당연히 맛도 안 보고 넘길 줄 알았는데, 오호~ 큰아이뿐 아니라 작은 아이도 '맛있다'를 외치며 신나게 먹는 게 아닌가? 정말로 수프가 맛있는 건지 그 분위기가 맛있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작은 아이는 1-2스푼만 남겼고, 큰 아이는 빵까지 찍어서 깨끗하게 비웠다. 신랑도 아이들이 너무 잘 먹으니 궁금했는지 작은 아이가 남긴 것을 먹더니 맛있다고는 하더라. 그 뒤 스테이크까지 4가지 정도의 요리가 나왔는데, 다양하고 양도 적어서 인지 작은 아이가 모두 만족하며 잘 먹는 게 아닌가? 큰 아이한테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았다. 신랑은 너무나 잘 먹는 작은 아이를 보며, 이제야 맞는 음식을 찾았다며, 작은 아이에게는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순차적으로 나눠서 줘야 하겠다고 말해서 우리가 모두 동의했다. 내가 시킨 스파게티도 신랑이 시킨 리조또도 양도 맛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스테이크까지 다 먹고 나서 큰 아이는 지금까지 여행 중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아니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고 좋았다며 감탄을 했다. 또한 다른 테이블에 있는 어린 꼬마를 보며 '나는 이제야 이런 고급진 코스요리를 먹어보는데, 너는 일찍부터 이런 음식을 먹다니 부럽구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호텔이 아니더라도 파인다이님 레스토랑은 많이 있을 텐데 지금까지 왜 한 번도 가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그런 음식은 많이 비쌀 거라 생각해서 지레 겁을 먹은 것이 아니었을까? 비록 2인만 코스로 주문했지만, 모두 배부르게 만족하며 먹었는데도 진도에서 먹은 횟집모다 저렴했다.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오동도를 밤산책 코스로 선택했다. 다 같이 행복한 마음으로 오동도까지 걸어가면서 여수의 밤바다와 소노캄 건물에 그려지는 그림들을 보니 더욱 낭만적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선가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여수밤바다 크루즈 투어에서 진행하는 불꽃 이벤트였다. 우리가 크루즈를 타지 않았지만, 불꽃 이벤트를 공짜로 공유하니 그 마저도 아주 좋았다. 밤 산책을 하다 보니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내일 아침 조깅코스로 뛰어보자고 신랑이 제안했다.


다음날 아침, 큰아이, 신랑과 나는 오랜만에 운동복에 운동화를 신고, 큰아이는 축구공까지 준비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저기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보여서 우리는 다 같이 준비운동을 하며 뛸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우르르 쾅쾅'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와~ 순식간에 비가 쏟아지는데, 이건 쏟아진다는 표현보다는 퍼붓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신랑과 아들은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나는 워낙 비를 좋아하고, 어른이 된 이후에는 비를 신나게 맞을 기회가 없기에 올타쿠나 하며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큰 아이와 신랑도 빗속으로 들어왔고,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 호텔로 들어오는 사이로 우리는 오동도 다리를 향해 빗속을 뛰어갔다. 빗물이 온몸과 신발 속까지 스며들어 처음의 시원한 기분과 달리 뛰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다. 더구나 오랜만에 뛰려니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잠깐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신랑은 저~ 멀리 앞서가고 큰 아이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상황이었다. 어느새 비는 그친 상태였고 다리 끝자락 즈음에서 큰 아이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온몸이 축축하고 미끄러워서 그만 뛰고 호텔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큰 아이를 보내고 나는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니 신랑보다 많이 뒤처졌지만, 오동도 전망대를 돌아 호텔까지 아침조깅을 끝까지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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