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진도

인피니트풀

by 해나

진도솔비치에 도착해서 잠이 깬 아이들은 다시 초기화 세팅되어 신이 났다. 해남에서의 마지막에 불편했던 감정들은 나만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라는 말은 가족 간에도 해당되는 말인 듯하다.


솔비치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을은 인피니트풀을 가지고 했다. 2년 전에 제주도 가기 전 들렀을 때에도 인피니트풀을 갔었는데, 큰 아이가 물이 미지근하고 풀이 작아서 재미없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계속 차로 움직이고 신나게 몸으로 놀지 못해서 답답했는지 당장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재촉했다. 워터파크마다 기준이 달라서 먼저 필요한 물품부터 확인했다. 수모 필수아님 체크! 아쿠아슈즈 권장 체크! 구명조끼는 신장 140mm 미만 아이들은 필수라 한다. 오케이 체크 완료했으니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쿠아슈즈를 신고 작은아이용 구명조끼, 튜브, 비치볼을 챙겨서 인피니트풀에 들어갔다. 비가 올 듯 잔뜩 흐린 상태였는데도 역시나 휴가시즌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작은 아이는 들어오자마자 자기 키부터 측정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구명조끼 없이 풀도 들어갔다. 오호~ 키가 살짝 간당간당해서 걱정했는데 라이프가드분께서 체크를 하지 않으시는 걸 보니 허용 수준인가 보다 하고 나도 다행이다 생각했다. 한참 수영을 배우고 있어서 구명조끼 없이 자유롭게 수영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ㅎㅎ 한 10분 놀았나? 라이프가드 책임자이신 것 같은 분이 오시더니, 작은 아이를 불러 구명조끼를 입으라 하시고는 이전 담당자분을 질책하는 듯한 분위기가 이루어졌다. 뭐, 구명조끼를 입어도 물놀이는 재미있으니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작은 아이가 튜브를 갖고 싶다고 해서 2개의 긴~ 뱀 모양의 튜브를 구매했다. 몸에 끼고 타도 되고, 어깨에 걸치고 타도 되고, 2개를 머리와 다리에 하나씩 끼고 타도 된다고 하는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튜브였다. 다 같이 비치볼로 공놀이를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다며, 큰 아이는 필요 없다고 해서 새로 산 튜브는 작은 아이꺼 하나만 가지고 왔다.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비치볼은 사용이 안 된다 하니 모두들 튜브에 달라붙어서 서로 타겠다고 난리다. 뭐 그런 걸 샀냐고 타박하던 신랑도 너무 좋다며, 이번에는 왜 자기 거는 안 샀냐며 타박이다. 숙소에 가서 하나 더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놀 줄도 알아야지라는 생각과 나의 귀차니즘으로 하나로 열심히 싸워가며 놀았다. 남자아이 둘이라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서부터는 둘이서 쿵짝이 맞아 너무나 잘 논다. 가끔은 몸 놀이를 너무 심하게 해서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 내 기준보다는 남자인 신랑이 위험여부를 조절해 가며 관리를 해 준다. 엄마인 나로서는 남자아이들의 놀이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럴 때면 내 기준으로 너무 아이들을 제한시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신랑에게 판단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풀에서 재미있게 노는 사이에 날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나빠졌다. 바람은 거세게 불고 간간이 비도 쏟아졌다. 어느새 사람들도 많이 빠져서 우리가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 좋았는데, 저녁시간이 되니 기온도 더 떨어져 우리도 아쉬움을 안고 나왔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저녁 메뉴를 선택하는 건 항상 어렵다. 다들 물놀이에 지치고 배가 고파서 솔비치 밖으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기에 선택의 폭은 솔비치 안으로 한정되었다. 큰아이의 유일 픽! 랍스터가 무제한인 CHEF's kitchen은 가격이 후들후들하고 나와 작은 아이는 어디서든 1인용이 남는 양이라 뷔페는 가격대비 효율이 너무 낮다. 조식과 인피니트풀을 포함한 CHEF's kichen package가 조금 싸긴 해서 체크인할 때 문의를 했었는데, 아이들용 옵션은 없어서 단품으로 인피니트풀을 이용한 상태라 이미 제외된 옵션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 가봤던 치킨피자펍은 빼고, 남은 옵션 그릴하우스와 시푸드테이블 중에서 아이들의 원픽으로 시푸드테이블로 결정했다.


메뉴는 회정식한상, 활어초밥(10p)으로 시작하면서 부족하면 더 시키는 것으로 했다. 가장 먼저 기본 밑반찬과 테이블 세팅이 이루어진 후 활어초밥과 전복죽이 먼저 나왔다. 아이들은 초밥에 허겁지겁 정신이 없고 죽종류는 잘 먹지 않아서 전복죽은 신랑과 내가 조금씩 덜어 먹었는데 4인이라 그런지 전복죽 양이 굉장히 많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활어회, 물회, 전복회, 가라아케, 초밥, 튀김류까지 줄줄이 한꺼번에 나왔다. 아이들은 초밥을 끝내고 회, 전복, 가라아케를 해치우고 있었는데, 내가 전복을 좋아한다고 신랑이 내 몫의 전복은 따로 내 접시에 담아 주었다. 그런 신랑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면서도 전복회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혹시나 부족할까 봐 내 접시의 전복을 다시 아이들 입에 넣어주었다. 이럴 때면 진짜 내가 엄마구나~ 아이들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옛 엄마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내가 비로소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해물라면까지 다 먹은 아이들은 밖에 나가고 남은 우리는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객실에 들어와서는 신랑의 제안으로 다 같이 원카드를 하기로 했다. 뭔가 조건을 걸면 좋을 것 같아서 꼴찌를 한 사람이 내일 여수에 가서 카페를 쏘기로 했다. 아이들과 하는 원카드는 내가 어릴때 하던 단순한 카드놀이가 아닌, 각종 옵셔들이 포함된 것인데 가장 헤깔린것은 플립 카드다. 카드를 뒤집으면 나의 계획과 전혀 상관없는 카드들로 바뀌어버리니 순간 멍한 순간이 온다. 어느판은 몇번씩 카드를 뒤집으며 진행하는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카드를 뒤집었을때 다른 사람들의 카드를 미리 봐두면 도움이 될것같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카드가 뒤집히면 내 앞가림하기에도 벅차다. 작은 아이는 우리 가족 중 가장 신상이라서 그런지 이런 보드게임류에 특히나 강하다. 첫판에 작은 아이가 1등, 신랑이 2등을 했다. 꼴등까지 판별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딱히 의미도 없어서 2등까지로 판을 끝내기로 했다. 워낙 보드게임류에 승률이 높은 작은아이는 첫판에 1등을 하니 기세가 등등하고, 큰 아이는 약 올라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 두번째 판에서는 다행히 큰아이가 1등을 했다. 내가 큰아이 앞순서라서 내가 중분히 방어할 카드가 있었음에도 방어카드를 쓰지 않았다. 그 후 몇판을 더 진행했었고 최종적으로 내가 꼴찌를 하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냈다.


아이들과 각종 게임을 하면서 아빠와 엄마의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성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과 무엇을 하던지 간에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서 적당히 실수도 하고,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맞춰주기도 하는데, 아빠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면서 아빠의 우월함을, 무엇을 하던지 아직은 아빠가 한단계 위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웬만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 사실 어릴때는 진짜로 져 준건 맞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져 주는 척하면서 내 위상을 지키려하기도 한다. 작년초인가? 캠핑가서 큰아이와 달리기 시합을 한 적이 있다. 나름 꽤 달린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인데, 초딩 아들이 엄마에게 덤비니 살짝 빈정이 상하면서 승부욕이 올라왔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달렸나보다. 간발의 차이로 이기기는 했는데, 그 순간 허벅지 근육이 뭉치면서 한동안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신랑은 아들을 그렇게 이기고 싶었냐고 놀리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조금 창피했던 순간이었다.


오늘도 나주 금성관, 해남 땅끝마을, 진도 솔비치까지 긴~하루를 보냈다. 우리 가족의 루틴인 개인 미디어시간을 즐기고 진주에서의 하루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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