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나주 한옥스테이 '중정'에서의 아침이다.
우리 가족의 아침 루틴을 간단히 소개하고 시작하려 한다. 완벽한 저녁형 인간인 우리 신랑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힘들어한다?라는 표현보다는 아침에 늦게까지 누워있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반면에 우리 큰아들은 아침형 인간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벌떡 일어난다. 일어나서는 당연히 게임을 하고, 그 게임 소리에 작은 아이가 일어난다. 작은 아이도 늦게까지 자는 걸 좋아하는데, 밤에는 10시 이후에 게임을 못하니 아침 게임소리에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평상시의 나라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도 주말엔 침대에 조금이라도 더 붙어있고 싶어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아침 산책을 즐기는 편이다. 일부러 혼자 산책을 즐기려는 것은 아니었으나, 모두들 선호하는 바가 다르니 나도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거다. 내가 산책에서 돌아오면 신랑을 깨우고, 신랑이 일어나면 하루가 시작된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주 금성관으로 이동했다. 어젯밤 나주곰탕을 먹으러 하얀집으로 갈 때부터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다. 작은 아이는 어느 포인트에서 기분이 상했는지, 오리입이 되어서는 모든지 '아니'를 외치고 있다. 금성관 앞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리트럭이 있길래 '사줄까?' 해도 '아니!', 금성관 입구에서 '사진 찍을래?' 해도 '아니!', 그리고는 금성관에 절대 안 들어간다고 입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셋은 개의치 않고 '그래라!' 하고는 우리끼리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비석들이었다. 나주 곳곳에 있는 비석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는 데, 역사에 지식이 짧아 동민농학운동 기념비 정도만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옛 우물터가 커다란 나무덮개가 올려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풀들이 삐져나와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물은 그대로 있는 것 같았는데, 사극 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왠지 시체가 있을 것 같이 으스스했다. 금성관과 객사는 안으로 들어가 볼 수가 없어서 '아~ 옛집이구나'라는 느낌만 받았다. 오랫동안 보존된 곳이어서 그런지 나무들은 아주 오래된 듯 크고 울창했다.
*이 건물은 나주목의 객사 건물로 매월 1일과 15일에 국왕에 대한 예를 올리고 외국 사신이나 정부 고관의 행차가 있을 때 연회를 열었던 곳이다. 초창은 성종 6~10년(1475~1479) 사이에 나주목사로 재직한 이 유인에 의해 건립되었으며,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간단히 금성관 구경을 마치고, 근처 파리바게트에서 아침용 빵과 샌드위치를 사러 출발하려는데 현수막에 쓰인 '나주배쫀드기'를 보고는 작은 아이가 꼭 먹어보고 싶다 했다. 심기가 불편하신 작은 아드님의 비위를 맞춰주고도 싶었고, 이번 여행의 목적에 맞게 나주 특산품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다행히 매장이 근처라서 파리바게트 앞에 차를 주차하고 나와 작은 아이는 '나주배쫀드기'를 사러 갔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평일이라서 그런지는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매장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평상시 쫀드기를 즐겨 먹는 아이들이 아니라서 기본 20개짜리 1봉은 사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쫀드기 맛은... 배향이 나는 쫀드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나 작은 아이는 배맛이 난다며 너무나 신기해하며 하나를 맛있게 먹었다. - 사실 그 후 쫀드기의 존재는 잊히고, 집에 와서 신랑의 안주로 구워 먹었다. -
해남 땅끝마을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흐릿해서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신랑이 작은 아이 잠이 깰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와 큰 아이는 주차장 입구에 있는 작은 정자 위를 올라가서 해남 앞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후두두둑둑둑둑 비가 엄청나게 쏟아부었다. 큰아이와 나는 정자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하필 그때 신랑과 작은 아이가 나오고 있었다. 차에서 정자까지 2-3분 뛰어오는데 벌써 흠뻑 젖고 말았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잠에서 막 깬 작은 아이를 어떻게 데려가나 고민이 됐다. 어? 그런데? 작은 아이가 아주 쿨~하게 비가 오니 시원하다며, 숲길을 걸으면 나무가 많아서 비도 안 맞겠다며 먼저 나서는 거다. 오호~ 작은 아이가 예민하기는 하나 단순하고 뒤끝이 없어서 (아직 뒤끝이 있을 나이는 아닌가?) 금방 금방 기분 전환이 된다.
작은 아이의 말대로 나무가 우거진 숲 길을 걸으니 비가 계속 오는지 잦아들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전망대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거의 잦아든 상태였다. 대부분의 전망대가 그러하듯 전망대에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고, 해남 아래쪽에 있는 섬들이 쭉~ 안내되어 있었다. 작은 아이는 아래쪽에 섬이 이렇게 많은 데 왜 여기가 땅끝 전망대냐고 물었고, 신랑이 지도를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주차장에는 커다랗게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소개하는 광고판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보고는 너무나 가고 싶어 했다. 전망대를 내려와 박물관으로 이동했는데, 박물관의 입구는 상어의 입 안이었고, 건물 위에는 문어가 올려져 있었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박물관 로고송(?)이 계속 흘러나왔는데, 개인적으로 로고송이 있는 박물관을 가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 박물관 안의 전시물들은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기념품도 전~혀 특색이 없는 것들만 가득했다. 큰 아이는 뭐 좀 안다고 해양박물관에 육지동물들도 전시되어 있고, 뭔가 안 맞는다고 이상해 하긴 했다. 지금 박물관 이름을 보면서~ '자연사'라는 말을 괜히 넣은 게 아니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층에는 '깨끗한 바다'관련 기획 전시 중이었는데 딱히 관련은 없어 보이는 과학체험 도구들이 있었다. 양양자연사박물관에서 본 것들과 유사했던 것으로 보아 '자연사'에 맞는 기획전시였나보다. 하튼, 아이들은 퍼즐 맞추며 실험에 참여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으니 된 거다.
아침을 부실하고 먹고 점심도 늦어진 상황이라, 우선은 점심을 먹고 진도솔비치로 이동하기로 했다. 지도에 검색하는 '전라도 가정식백반'이라는 곳이 걸어서 약 4-5분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걸어가다 보니 지도에 표기된 길은 우리가 걸어갈 수 없는 막힌 길이었고, 제대로 된 길로 돌아가니 차도옆이라 조금 위험하고 10분도 넘게 걸렸다. 뭐, 제대로 도착했으니 더위에 조금 걸어 다닌 건 괜찮았는데, 헉! 만석이다. 다른 식당들은 대부분 뻔한 횟집들 뿐이고 '전라도 가정식백반'이라는 이름도 맘에 들었고 후기도 좋아서 기다리다 먹기로 했다. 문 앞에서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한 팀이 나오는 거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서는 그럼에도 자리가 없다고 하셔서 기다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귀찮다는 듯이 기다리지 말란다. 어떤 기준으로 손님을 받고 안 받는지 명시해주지도 않고, 굳이 기다리겠다는 손님들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말하는 데 기분이 상하는 거다. 성격상 따지지도 못하고 나왔는데, 계속 분한 거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 하고, 날은 덥고, 가까운 곳에는 먹을만한 식당도 없고... 결국 다시 검색해서 차로 이동해서 송호해수욕장 앞에 있는 본동기사식당으로 갔다. 그 사이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난리고 나도 이미 기분이 상해있는 상태여서 기사식당에 도착했을 때 모두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터졌다. 무조건 낙지전골을 먹겠다는 작은 아이와 낙지는 싫다는 큰아이의 대립이 시작되었다. 결국 작은 아이도 낙지를 먹지 못하게 되었고, 큰 아이도 싸잡아 신랑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전복김치찍개도, 전복된장찌개도, 기본 상차림으로 나온 제육볶음도 밑반찬도 다 맛있었음에도 우리의 식탁은 불편한 기운이 가득했다. 결국 나는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한참 후에나 진도로 출발할 수 있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