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주화운동기록관
드디어 여름 가족여행을 떠난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짐을 차에 모두 싣고 큰아이 축구클럽으로 출발했다. 큰아이를 떨궈주고 우리는 근처의 아울렛으로 긴급 쇼핑을 갔다. 어제 저녁에 긴급하게 쿠팡 새벽배송을 했으나, 긴급하게 주문한 것들이다 보니 생각보다 품질이 좋지 않아 대부분은 반품처리하게 되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여행지에서 쇼핑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공백 시간이 있어서 긴급 쇼핑으로 신랑은 반바지, 나는 티셔츠, 둘째 아이는 크록스를 사고도 여유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큰아이의 축구클럽 단체촬영이 12시즈음에 끝났음에도 우리는 바로 출발할 수가 없었다. 항상 어디를 가든 아이들과 같이 움직일때는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속도로를 향하는 도로에서 큰아이는 시원한 음료와 간식이 필요하다하여 길을 돌아 편의점으로, 다시 출발하려는데 둘째 아이의 긴급한 화장실 호출에. . 결국은 1시가 넘어서야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첫번째 목적지는 광주광역시 518민주화기념기록관인데 6시까지란다. 네비게이션에 표기된 예정 도착시간은 4시 40분도착예정이라 나오는데, 기념관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여도 5시에는 도착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점심은 간단히 휴게소 간식거리로 떼우고 열심히 달려갔다.
우리의 일상적인 여행은 대부분 강원도쪽으로 갔었어서, 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항상 산으로 둘러쌓인 도로를 달리는 것에 익숙해서 평야를 뚫고 지나가면서 지평선을 보는게 신선했다. 신랑은 높낮이가 없는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조금 낮설기도 하고, 지평선을 보는 느낌이 제주도 내륙을 가로지르며 드라이브 하던 느낌과 비슷하다며 좋아했다.
광주시에 진입하고 목적지인 민주화기념기록관 근처인듯 한데, 광주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네비게이션 상 우리가 지나가야할 4차선 도로를 막아놓은 상태라 길을 돌아돌아 목적지 부근에 갔으나, 결국 목적지까지는 차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근처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가는데, 와~ 웅장한 건물에 넓은 공원까지 꾸며놓은 곳이 있었다. 뭔가 하고 보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와~ 건물 자체도 웅장하고 그 안에 잘 꾸며놓은 공원들이 있어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벌써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갑자기 톡!톡!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감상에 젖여 문화전당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초행길이라 지도를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걸어가니 전일빌딩 245가 보이고 조금 더 걸어가니서 드디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다. 기록관 앞에 세워진 'UNESCO'기념비를 보고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계속 길을 헤매이고, 오랜시간 걸어와서 아이들은 이미 얼굴에 '힘듬과 짜증'을 잔뜩 품고 있었다. 사진을 찍도록 포지를 취해달라는 요구에 멈춰 서 주기는 하나 '찍기싫다'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518민주화기념기록관은 2층 상시전시실로 올라갔다. 매 시간마다 전문 해설사분께서 안내를 해 주시는 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광주화 운동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는 중이셨다. 큰아이는 광주화운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최근에 '서울의 봄'을 봐서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둘러보았으나 작은 아이는 광주화운동에 관심도 없거니와 새 크록스를 신고 한참을 걸어온 터라 짜증이 90%이상 올라와 곧 터져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상시전시실 2층에는 1980년 5월 18일 전/후의 모습들을 문서,사진,영상, 시민들의 남겨진 물건들로 그 시기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평일이었음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었고, 어른부터 아이까지 가족단위로 많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해랑이는 전문 해설사분의 설명이 끝날때까지 잘 버텨주었고, 새 신발때문에 발에 물집이 생겨서 더이상 관람이 불가하게 되어 큰아이와 먼저 1층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신랑과 나는 3층 기획전시관으로 한강작가의 '소년이온다' 전시를 보러 갔다. '소년이온다' 책을 읽은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세부 내용이 많이 기억나지 않았는데 전시내용을 보면서 내용을 더듬더듬 기억할 수 있었다. 마감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기획전시관은 빠르게 훑고 내려왔다.
작은 아이가 새신발 물집으로 아파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편의점 앞에서 게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신랑과 나는 또다른 518민주화운동의 기념공간인 전일빌딩 245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전일빌딩은 518기념공간은 7시까지 개방하고 있었고 전시관은 3,9,10층에 준비되어 있었다. 3층에서는 <증인:국경을 넘어>라는 전시명으로
데이비드 돌린저, 故 아놀드 피터슨, 제니퍼 헌틀리가 경험한 518민주화운동 회고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 한 분이 영화 '택시'에 나왔던 외국인이었나? 싶은 호기심이 들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그 분은 위르겐 힌트페터라는 독일 언론인으로 그 전시에는 나오지 않았던 분이었다. 9층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 날의 사건을 전달하는 전시관이었고, 10층에는 245개의 타흔이 남긴 공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전일빌딩 245의 245라는 숫자는 이 245개의 탄흔을 표현한 것인가보다.
점심도 대충 떼웠고, 시간도 늦여서 광주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나주 숙소로 오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 둘째아이의 고집으로 우리는 숙소근처에서 나주 곰탕을 먹기로 했다.
첫 날의 숙소는 내륙이라서 조금 특별한 공간에서 보내고 싶어, 나주시에 위치한 한옥스테이 중정을 예약했다. 차로 20-30분 달려 도착한 한옥스테이 중정은 푸릇푸릇한 잔디마당에 한옥 여러체로 꾸며져 있었다. 우리가 묶은 숙소는 '교태전'으로 2인기준 최대 4인이 묶을 수 있는 공간이라 겉은 예뻤으나 안은 좀 좁았다. 복층으로 1층에는 화장실과 작은 거실공간으로 되어 있고, 1.5층에는 더블침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추가 2인과 침구류를 별도로 주문해서, 아이들은 복층에서 신랑과 나는 1층에서 자기로 했다. 처음 숙소에 들어오자, 신랑은 지린네가 난다고 하는데, 그 순간에 나는 무슨 냄새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다.
저녁식사가 많이 늦여진 시간이라, 검색해 놓은 숙소 근처에 있는 '하얀집'이라는 나주곰탕 전문점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가에 한옥집이 여러개가 있고 '금성관'도 있어서 그 마을이 매우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검색했을 때는 '하얀집'이 매우 유명하고 대기가 있다고 나왔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늦여서 인지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싸'하며 들었갔는데, 웬일~!!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식당이 8시까지만 운영할 거라는 걸 꿈에도 생각못하고, 미리 운영시간은 확인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내일 아침이라도 '하얀집'에서 먹어볼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곰탕거리 그런지 주변에 다른 식당은 보이지 않아서, 하얀집 옆 곰탕집에 그냥 들어갔다. 애덜은 수육을, 우리는 곰탕을 시켰는데, 수육이 우리가 평소에 알던 그런 수육이 아니라, 곰탕을 우린 오랜 시간동안 푹~삶은 고기라서 익숙하지 않은 식감과 맛에 아이들이 모두 거부했다. 다른 메뉴는 없는 상황인지라,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주기로 하고, 아이들에게 곰탕을 조금씩 나눠주었다. 다행히도 곰탕은 먹을 만 했다. 나주에 왔으니 '나주곰탕'을 먹어야 한다는 목적하에 선정한 메뉴이지만 사실상 우리가족이 평소에 '탕'류를 즐겨하지 않아서 그리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근처 편의점을 찾아 골목골목을 따라가니, 멀지 않은 곳에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소소한 간식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긴 시간동은 운전을 한 신랑이 제일 먼저 골아떨어지고, 아이들은 잠시 게임시간을 즐기고는 우리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