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리의 그 집은 이제 삶의 흔적을 거의 잃어가고 있었다.
한때 가족의 웃음소리와 정겨운 대화가 머물던 곳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멀어졌다.
벽돌과 나무가 부서지고, 지붕은 곳곳이 내려앉아 비가 새는 곳이 많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집 안팎을 감돌았고, 마당에는 잡초가 하늘을 향해 무성히 자랐다.
이 집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의 첫걸음마,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길, 가족들이 둘러앉아 나누던 밥상 이야기.
그러나 이 모든 소중한 순간들은 이제 먼 과거가 되어 멈춰버린 채, 고요함 속에 묻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집을 지나칠 때마다 애잔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저 집에 다시 생명이 깃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말은 어느새 모두의 바람이 되었다.
사라져 가는 집, 멈춰버린 기억.
하지만 그 기억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 손길로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그 집은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