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리 한켠,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이 있었다.
기와지붕은 내려앉고 담장은 무너져, 그 모습이 마치 세월 속에서 홀로 남겨진 섬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폐가’라 불렀고, 아이들에게는 작은 모험의 장소였지만, 어른들에게는 마음 한켠 무거운 풍경이었다.
2022년, 마을회의에서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이 폐가 자리에 ‘집성촌’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마을을예술로 그리다. 작품전시,인사캠페인 뿐 아니라 집성촌은 전통 짚공예와 농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마을 텃밭공간.
폐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통 마을 쉼터, 그리고 텃밭과 꽃밭을 함께 두자는 계획이었다.
철거 작업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허물어진 벽돌 사이에서 옛날 생활도구가 나왔고, 오래전 이 집에 살던 이웃들의 기억이 흙 속에서 되살아났다.
텃밭, 항아리, 삐걱대는 나무문… 그것들은 마치 “나를 잊지 말라”는 듯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기억을 버리지 않고, 집성촌의 일부로 남기기로 했다.
담장 한쪽에는 폐가에서 나온 옛 기와를 재활용해 장식하고, 입구에는 오래된 나무문을 손질해 걸었다.
마당에는 볏짚으로 만든 생활용품과 공예품을 전시해, 누구나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문리의 폐가 자리는 2022~2025년 활동으로 ‘역사문화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 어르신들의 이야기터, 방문객들에게는 도심속 농촌 문화의 향기를 전하는 장소가 되었다.
폐가가 있던 자리에서 다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대화는
서문리가 기억을 잇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장 따뜻한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