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날, 서문리 채움뜰에 첫 씨앗을 심는 날이 찾아왔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모종판을, 누군가는 호미와 물뿌리개를 들고, 모두의 얼굴엔 들뜬 표정이 번져 있었다.
씨앗을 심는 순간은 작지만 깊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이 작은 알맹이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우리 모두의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흙을 덮었고, 어르신들은 예전 농사 이야기와 함께 재배의 지혜를 나눴다.
젊은 주민들은 잡초를 뽑고 밭고랑을 고르게 만들며,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농사를 지어온 듯 호흡을 맞췄다.
그날 심은 것은 단순한 채소와 꽃씨가 아니었다.
서문리 사람들의 연대, 함께 사는 기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믿음이 땅속에 함께 묻혔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서로의 손길이 씨앗을 감싸 안았다.
그 순간, 채움뜰은 더 이상 빈 땅이 아닌 ‘희망이 자라는 마을의 심장’이 되었다.